[류현미의 우리음식 맛보기]청포묵과 단호박 탕평채말이

기사입력 2014-03-21 09:22 기사수정 2014-03-21 09:22

▲사진=경기일보

봄철엔 나른함 때문인지 보약을 지어 드시는 분들이 꽤 있다. 엄마로서, 요리연구가로서 보약도 보약이지만 때에 맞는 음식을 먹는 게 보약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3월엔 각종 나물과 함께 꼭 챙겨먹어야 할 음식이 있다. 바로 녹두를 갈아서 체로 걸러 가라앉은 앙금을 모아서 쑨 ‘청포묵’이다.

조선 후기에 홍석모(洪錫謨)가 연중행사와 풍속들을 정리하고 설명한 세시풍속집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를 보면 ‘청포묵은 3월에 먹는 계절음식으로 청포묵을 먹으면 여름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고 기록돼 있다. 청포묵의 주재료인 녹두의 효능은 동의보감에도 찾아볼 수 있다.

녹두는 성질이 차고 맛이 달며 독이 없어 열을 내리고 부은 것을 가라앉게 만들며 열을 식히며 숙취에도 좋다. 이렇게 효능이 뛰어난 청포묵은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입과 눈이 동시에 즐거운 ‘탕평채’를 빼놓을 수 없다.

탕평채는 청포묵과 쇠고기, 미나리, 숙주, 홍고추, 황ㆍ백 지단, 김을 넣고 새콤달콤하게 무쳐먹는 전통음식이다. 다들 알겠지만 탕평채는 조선시대 영조와 사연이 깊은 요리다. 영조는 당파 간의 첨예한 대립과 정쟁을 해소하기 위해 인재를 고루 평등하게 등용하는 ‘탕평책’을 실시했는데 어느날 수라상에 나온 청포묵과 각종 재료들이 섞인 모양새가 탕평을 상징한다 하여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탕평채라는 이름을 ‘명물기략(名物紀略)’에선 어느 쪽에도 치우침이 없다는 뜻을 바라는 마음에서 갖은 재료를 고루 섞은 묵나물에 탕평채란 이름을 붙였다고 기록돼 있다. 음식에 담긴 역사와 정치이야기가 참 흥미롭다.

탕평채는 정치적, 역사적 이야기 말고도 우리 조상들의 사상을 엿볼 수 있는 요리다. 예로부터 선조들은 음식을 요리할 때도 음양오행의 원리를 적용했다. 탕평채야말로 오색과 오미의 조화가 잘 어우러진 대표적인 보약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은 청포묵과 각종 재료를 한데 무쳐 먹는 전통적인 방식 말고 좀 더 먹기 좋고, 시각적으로 아름다움이 큰 스타일로 요리해 보자. 단호박 떡과 청포묵 위에 각종 재료들을 넣어서 돌돌 말아주는 ‘단호박 탕평채말이’다.

청포묵 만들기 어렵지 않다. 요리도 과학이다. 탕평채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며 아이들과 청포묵 만들기를 하면 탱글탱글 만들어진 청포묵을 보면 신기해하고 좋아한다.

특히, 단호박 떡을 곁들이면 노란 색감도 아름답지만 식사 대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청포묵의 매끈한 식감과 사각거리는 채소와 쇠고기의 담백함 그리고 노란 단호박 떡과 초록미나리를 돌돌 말아 맛과 영양이 좋다. 한입 크기로 먹기 좋게 배려하는 마음은 엄마의 사랑이다. 음식을 통해 가족에게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웬만한 한식 상에는 빠지지 않고 오를 정도로 친한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는 탕평채. 이번 주말에 모처럼 가족이 다같이 모여 탕평채를 현대식으로 함께 해먹으며 가정과 세상의 화합을 기원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사진=경기일보

<만드는 방법>

1. 재료

* 청포묵 만들기: 청포묵 녹두녹말 1/2C, 물 1/2C, 소금 1/4t, 소금1/3t, 참기름1/2t

*들깨초간장 : 간장 4t, 매실청 2T, 설탕1T, 들깨가루 2T, 참기름 1t

*단호박떡: 쌀가루 200g, 삶은 단호박 30g

쇠고기 우둔살 100g, 파프리카(주황, 빨강, 노랑) 각 1개씩, 고추 2개, 달걀 2개

2. 만드는 방법

-청포녹말과 가루 분량의 일곱배 가량의 물을 부어 풀어 쑨다

-처음에는 센 불에서 하다가 끓기 시작하면 약 불에서 뜸을 들인다

-색이 투명해질 때까지 나무주걱으로 저어준다

-어느 정도 탄력이 느껴질 때 틀에 물을 약간 넣어주고 부어준다

-실온에서 천천히 굳힌다

-미나리는 소금을 넣고 데치고 묵은 얇게 잘라서 미지근한 물에 담가 준비한다

-쌀가루에 삶은 단호박을 반죽해 면보에 설탕을 1T정도 깔고 올려 찜기에서 15분간 찐다

-장갑을 끼고 면보를 치댄 호박떡을 방망이로 밀어 길이 10cm, 폭 3cm로 준비한다

-쇠고기는 핏물을 닦고 6cm 길이로 채 썰어 양념장을 넣고 재운 뒤 볶는다

-달걀은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 지단을 부쳐 길이 5cm, 폭 3cm 정도로 채 썬다

-파프리카와 고추도 지단과 같은 크기로 채 썬다

-단호박 떡과 청포묵 위에 준비한 재료들을 넣어서 돌돌 말아준다

-도자기에 먹기 좋게 담아 초간장과 함께 곁들인다

정리=경기일보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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