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동민 한국잡지협회장 “전문지 시대, 잡지의 힘은 더 강력해졌습니다” <1편>

입력 2025-08-18 07:00

발로 뛰어 '잡지 구독료, 소득공제 항목에 포함' 성과 이뤄

▲백동민 (사)한국잡지협회 제46대 회장.((사)한국잡지협회)
▲백동민 (사)한국잡지협회 제46대 회장.((사)한국잡지협회)

창간 20주년을 앞둔 미술 전문지 ‘퍼블릭아트’의 발행인이자, 올해 3월 한국잡지협회 제46대 회장에 취임한 백동민 회장. 미술계의 현장을 20년 넘게 기록해온 그는, 잡지를 향한 사랑이 단순한 업(業)을 넘어 ‘삶의 언어’로 굳어진 인물이다. 백 회장은 대학 시절부터 미술 전시 기획과 평론 활동에 깊이 관여해오며 미술이 일상의 언어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깊이 있고 따뜻한 경청의 매체’가 필요하다고 믿었다. 잡지는 그런 매체였다. 그는 미술 잡지 창간의 꿈을 ‘퍼블릭아트’ 발행을 통해 현실로 만들었을 때가 바로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외친 순간이었다고 표현한다.

협회장으로 취임한 지난 6개월 동안, 그는 ‘일하는 협회’라는 약속을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옮겼다. 문화누리카드 사용처에 잡지를 공식 포함시키고, 도서관·군부대·해외 세종학당에까지 잡지를 보급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았다. 또 지난 4월, 전재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현재 해양수산부 장관)을 만나 잡지계 현안 논의 후 전 위원장 외 10명의 국회의원과 함께 ‘정기간행물 구독료의 소득공제 포함’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재상정하도록 했다. 이는 잡지를 단순한 문화 상품이 아닌, 삶과 정책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상징적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처음 여의도 국회를 오가며 설득할 때, 이 길이 참 멀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한 걸음씩, 끝까지 놓지 않으니 문이 열리더군요.” 그의 말에는 현장을 발로 누빈 사람만이 전할 수 있는 무게가 묻어난다.


전문지 시대, 여전히 살아 있는 잡지의 힘

백 회장은 ‘잡지 종말론’을 단호히 부정한다. 그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을 위기이자 기회로 본다.

“130년 역사의 대한민국 잡지는 근대화·산업화·민주화의 역사를 함께 써 내려왔습니다. 역사의 순간마다 시대정신을 담고 사람들의 의식을 일깨운 잡지들이 있었습니다. 민주화 이후로 대중지 전성기를 지나, 지금은 각 분야에서 공신력과 전문성을 지닌 잡지가 주역인 시대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진보해도, 깊이 있는 콘텐츠와 신뢰성, 문화적 영향력은 결코 다른 미디어로 대체되지 않죠. 방송이 오락과 예능, 신문이 경제와 사회에 집중한다면 잡지만큼 문화예술을 깊이 있게 다루는 매체가 있을까요? 매달 한 권의 잡지, 하나의 기사는 다큐멘터리와 맞먹는 깊이를 지닙니다.”

그가 말하는 ‘잡지의 힘’은 단순한 종이 위 인쇄물의 매력을 넘어선다. 잡지는 한 시대를 비추는 기록물이자, 세대와 세대를 잇는 매개다. 페이지를 넘기는 촉감, 표지와 레이아웃, 종이 질감과 도판, 그리고 활자의 숨결까지. 디지털 화면이나 온라인 매체가 줄 수 없는 다층적 경험이 여기에 있다.

“책장에 꽂힌 잡지는 그 자체로 ‘소장가치’를 품습니다. 그것을 매개로 세대 간 대화가 이어집니다. 전통매체로서 잡지가 지닌 감각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백동민 회장(우측 가운데)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재수 위원장(좌측)과 면담하고 있다. ((사)한국잡지협회)
▲백동민 회장(우측 가운데)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재수 위원장(좌측)과 면담하고 있다. ((사)한국잡지협회)


정책의 주변에서 중심이 되는 잡지

취임 직후 백 회장은 가장 먼저 국회와 문화체육관광부를 찾아갔다. 잡지 산업이 제도와 정책의 변두리에 머물러 있다는 문제의식을 안고서였다.

“잡지는 공연 티켓, 책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문화 향유 수단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정부 정책에서 잡지는 늘 후순위였죠.”

그가 제시한 첫 번째 변화는 ‘문화누리카드’ 제도 개선이었다. 문화누리카드는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등 264만 명에게 연 14만 원을 지원해 공연·도서·여행 등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공익사업이다. 백 회장은 협회 임원들과 함께 기재부 복권위원회와 문체부를 설득해, 올해 6월부터 잡지도 사용처로 포함시키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4월 전재수 의원 외 10명과 함께 ‘정기간행물 구독료 소득공제 포함’ 법안을 재상정했다. 그는 이를 “잡지를 정책의 틀 안으로 확실히 끌어들이는 상징적 출발점”이라 강조한다. 또 군부대의 ‘진중문고’ 3,500개소와 해외 세종학당 네트워크를 통해 잡지를 보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문화 교양이나 종교 분야 말고도 산업과 기술의 현주소를 담은 전문지들 역시 진로고민이 많은 청춘들에게 유용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문화적 소외계층인 시니어들에게 잡지를 통해 새로운 소식을 접하는 토대를 조성하는 데에도 관심이 많으며, 그 일환으로 전국 도서관에도 잡지를 비치해 지역 독서문화 진흥에 힘쓸 계획이다.

<2편> 백동민 한국잡지협회장 “잡지는 독자와 문화를 연결하는 나무” 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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