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동민 한국잡지협회장 “잡지는 독자와 문화를 연결하는 나무” <2편>

입력 2025-08-18 07:00

“잡지가 제도권 중심에 서도록 만들고 싶어”

▲백동민 (사)한국잡지협회 제46대 회장.((사)한국잡지협회)
▲백동민 (사)한국잡지협회 제46대 회장.((사)한국잡지협회)

<1편> 백동민 한국잡지협회장 "전문지 시대, 잡지의 힘은 더 강력해졌습니다" 에 이어


백 회장에게 ‘퍼블릭아트’ 창간은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사명이었다.

“창간호를 손에 쥐던 날, ‘이 길이 내 사명’임을 알았습니다. 현대미술이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로 여겨질 때, 대중과 진중하게 소통하는 매체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2년여의 준비 끝에 나온 창간호는 미술의 대중화와 공공화를 기치로 내걸었다. 이후 20년 동안 퍼블릭아트는 신진작가 발굴 프로젝트를 통해 유망작가를 세상에 알렸고, 현대미술의 변화와 쟁점을 단행본·연재기사를 통해 기록해왔다. 이렇게 발굴하고 키운 작가들이 이제는 세계에 우리 문화의 위상을 알리고 산업 생태계를 키우는 씨앗이 되었다.

백 회장은 이처럼 잡지를 ‘독자와 문화를 연결하는 나무’라고 정의한다. 표층 깊이 고고하게 흐르는 문화를 잡지를 통해 끌어올리고 키우면 독자들이 맛보고 즐길 수 있는 열매가 된다는 것.

이번 문화누리카드 개선과 언론진흥재단의 소외계층 구독지원 확대, 도서관 보급 확대 등은 문화적 소외를 겪는 시니어에게도 주요한 지원책이 될 것이다.

“잡지가 단순히 읽고 버리는 매체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처럼 시니어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콘텐츠로 발신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안에서 세대 간 대화와 공감이 자라나죠.”

그는 일본 시니어 잡지 ‘하루메쿠’의 성공 사례를 언급하며, “타깃 연령과 독자 정의를 재설정해 폭발적으로 성장한 잡지”라 설명했다. 다만 한국적 상황과 문화적 특성을 감안해 차별화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AI 디지털 융합 시대, 잡지 가치와 미래’라는 주제로 지난 6월 대만에서 열린 잡지발행인 세미나.((사)한국잡지협회)
▲‘AI 디지털 융합 시대, 잡지 가치와 미래’라는 주제로 지난 6월 대만에서 열린 잡지발행인 세미나.((사)한국잡지협회)

‘디지털 전환’, 새로운 잡지 모델 설계할 시점

백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잡지’의 개념과 모델이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고 진단한다.

“지금까지는 종이판을 단순히 화면으로 옮기는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매체의 본질을 살리기 어렵죠. 디지털 전환은 잡지의 깊이와 가치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그는 AI·멀티미디어 기술과 잡지를 결합해 독자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안을 하나의 가능성으로 보고 있지만, 구체적 모델은 협회 혼자 결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회원사와 업계 전문가, 관련 학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국내 실정에 맞는 미래형 잡지 모델을 함께 설계하겠다는 것이다.

“아직 정답은 없습니다. 중요한 건 잡지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기술과 창의성을 어떻게 결합할지 방향을 합의하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 자체가 잡지 산업의 새로운 도약이 될 겁니다.”


소명과 미래 비전으로 그려가는 2년의 임기

그의 머릿속에는 ‘제4차 잡지진흥법’을 위한 아이디어로 가득 차있다. 2026~2031년을 아우를 이 법안에는 AI·디지털 융합, 공공 구독 확대, 백년잡지 인증제도, 실효적 예산 확보 등이 담길 예정이다. 그는 이 법을 '잡지가 제도권 중심에 서도록 만드는 토대'로 보고 있다.

“임기를 마쳤을 때, 잡지가 당당히 문화 정책의 한 축으로 서 있길 바랍니다. 한 세대의 노력으로 그 기반이 마련된다면, 다음 세대는 더 넓은 길을 걸을 수 있겠죠.”

현재 그의 목표는 임기 2년을 알뜰하게 경영하는 것이다.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온힘을 다해 기틀을 닦으면 제2의 잡지 부흥기를 위한 초석을 만들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라는 것. 그리하여 퇴임 이후에는 또 다른 리더가 새로운 일을 해나갈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는 마음이다.

백 회장은 은퇴 후 새로운 길을 고민하는 동년배 시니어에게도 한마디를 남겼다.

“크게 바라보되 작게 시작하세요. 완벽한 계획보다 하루 한 걸음이 더 중요합니다. 익숙함을 벗어나 젊은 세대와 협업하고, 낯선 환경에 몸을 던지세요. 시도 자체가 삶을 넓히고 사람을 단단하게 합니다.”

케데헌(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줄임말)을 챙겨보고 수록곡 ‘골든’의 매력에 빠지는 등 주저하지 않고 새로운 경험을 즐기는 그다.

“다만 건강관리는 내 몸은 내가 가장 잘 안다는 생각으로, 익숙한 방법과 루틴을 가져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제게는 정적인 명상과 휴식, 스트레칭, 채조, 걷기가 잘 맞아요. 또 내 몸을 위해 제철음식과 제철과일을 챙겨먹으려고 합니다. 특히 휴식은 하고 싶은 일을 오래, 깊게 이어가기 위한 예방이자 치료입니다.”


백동민 회장이 그리는 미래는 단순한 제도 도입이나 정책 변경을 넘어선다. 잡지가 ‘공정한 정책 환경’ 속에서 제 가치를 인정받고, 다음 세대에도 당당히 이어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 협회는 회원들을 공평하게 대하며 회원사들을 위한 책임감을 가지고 잡지인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 이러한 그와 협회의 노력 위에서 잡지는 시대의 기록자이자 문화의 촉매로 다시금 중심에 설 것이다.

“잡지의 진짜 힘은 사람과 시대를 잇는 데 있습니다. 그 힘을 다음 세대에도 온전히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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