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젊은이들, 해외서 돌봄 인력 취업 관심 커”

입력 2025-08-20 08:00

일본으로 돌봄 인력 공급하는 라오스 인력파견 기업 아사의 카툰 컨설턴트

▲라오스 인력파견 기업 아사社의 수료식 모습. (아사 인력알선 서비스社)
▲라오스 인력파견 기업 아사社의 수료식 모습. (아사 인력알선 서비스社)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은 돌봄인력 부족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때문에 외국인 요양보호사제도의 도입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상태이지만,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지난해 추진되었다가, ‘강남 전용 서비스’ 비판을 받았던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어려움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수요자 중심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한다. 공급자인 필리핀,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각 국의 정책이나 노동자들의 입장이 제대로 고려되고 있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그들의 생각은 어떨까? 일본 내 외국인 개호(돌봄)인력 수급을 진행하고 있는 일본 기업, ㈜진자미라이(人材ミライ, jinmira.com)의 도움으로 라오스 내 인력파견 기업 관계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라오스의 송출 기업, 아사(Asa) 인력알선 서비스社에서 일본을 바탕으로 활동 중인 컨설턴트 카툰 씨는 자신들의 역할을 이렇게 정의했다.

“저희가 하는 일은 단순한 ‘인력 중개’가 아닙니다. 한 사람의 삶이 다른 단계로 건너갈 수 있도록 동반자가 되는 일입니다.”

카툰 컨설턴트가 본 라오스 청년들의 일본 선호 이유는 ‘폭넓은 선택의 자유’가 크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젊은이들에게 일본은 안전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나라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기본적으로 해외서 미래를 설계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그러나 한국 등 다른 나라들은 ‘짧거나 너무 긴’ 일자리로 양극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일본은 제도에 따라 여러 선택지가 열려 있어요. 일본의 제도는 취업까지 시간이 걸리는 ‘장기 과정’의 문턱(시험·요건)이 높다는 점은 걸림돌이지만, 준비하면 도전할 기회가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큽니다.”

▲일본으로 돌봄 인력 공급하는 라오스 인력파견 기업 아사의 컨설턴트 카툰 씨.(아사 인력알선 서비스社)
▲일본으로 돌봄 인력 공급하는 라오스 인력파견 기업 아사의 컨설턴트 카툰 씨.(아사 인력알선 서비스社)

근로 기간 선택 어려운 국가는 기피

일본은 초고령사회의 파고를 정면으로 맞고 있다. 돌봄과 농업·제조 현장의 만성 인력난을 메우기 위해 일본 정부는 EPA(경제연계협정), 특정기능, 기능실습 등 복수의 제도를 운영해 외국 인력을 단계적으로 수용해 왔다. 이 가운데 라오스는 EPA 협정국은 아니지만, 특정기능·기능실습 등을 통해 일본 현장으로 인재를 보내는 ‘신흥 송출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카툰 컨설턴트는 일본에서 기능실습을 마친 라오스 청년들은 하나같이 “해보니 계속 일하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일의 방식이 익숙해진다는 점, 생활하기 편하다는 점이 만족의 이유로 자주 나옵니다. 임금만 보지 않아요.”

일본 내 기업의 피드백도 비슷하다. “성실하다, 참을성이 있다, 끝까지 한다”는 평가가 많다. 제조 부문에선 여성 인력의 근면함을 높이 보는 목소리도 들린다. 카툰 대표는 “중간에 포기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강하고, 이직 의향이 낮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라오스 인재가 일본 개호 현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기술·언어 능력과 함께 태도와 문화적 배경에 있다.

카툰 컨설턴트는 라오스 인력들의 장점을 3가지로 요약했다. 힘들어도 한 번은 해보려는 성실한 자세와 인내심, 가르친 대로 실행하는 규칙 준수 태도, 배려·겸손을 기본으로 한 문화적 친화성이다. 종교·식생활 측면에서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종교적 관습이나 규제가 적어 현지 생활 적응이 원활하다”고 평가했다. 돌봄 현장에서 중요한 어르신 존중의 태도도 정서적으로 갖추고 있다는 게 카툰 대표의 설명이다.

교과서보다 현장 언어, 입국 후엔 ‘실전’

아사 인력파견 서비스는 일본 근로를 희망하는 신청자를 대상으로 4~6개월의 일본어·생활·직무 교육을 진행한다. 핵심은 교과서 너머의 ‘현장 언어’다.

“라오스에서 일본어 과정을 마치고도 정작 일본에 가면 대화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일상에서 쓰는 표현과 교재의 문장이 다르기 때문이죠. 그래서 생활 규범(보고·연락·상담), 인사·응대, 안전 매뉴얼 등을 집중적으로 가르칩니다. 일본에 가서도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처음부터 분명히 알려줍니다.”

직무별 맞춤 교육도 병행한다. “기업에서 사전 영상을 받아 업무 흐름과 장비, 안전수칙을 먼저 익히게 합니다. 현장 용어와 사고 발생 시 대응, ‘대답’의 중요성까지 트레이닝하죠. 특히 돌봄 현장을 위해 청각이 약한 어르신과의 소통법처럼 현장에서 바로 쓰는 포인트를 먼저 학습합니다.”

라오스 인재의 일본 진출은 특정기능·기능실습 중심으로 이뤄지고, 개호 분야 진입도 점차 늘고 있다. EPA 협정 비대상국이라도, 직무·언어 준비가 충분하면 일본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카툰 대표의 판단이다. 현재 일본과 EPA협정을 맺은 국가는 인도네시아·필리핀·베트남 3국으로 개호복지사 후보자를 교육–입국–자격시험–정착으로 잇는 인재 양성형 과정을 운영 중에 있다. 라오스에서 인력 파견업을 하는 입장에선 다소 불리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서 바라보면, 이들 3국을 제외한 국가는 인력 수급 분야에서 오랜 기간 인프라를 갖춰 온 일본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란 뜻도 된다.

▲라오스 인력파견 기업 아사社의 교육 모습.(아사 인력알선 서비스社)
▲라오스 인력파견 기업 아사社의 교육 모습.(아사 인력알선 서비스社)

근로자 포기하지 않도록 노력

송출 과정에서 카툰 컨설턴트의 가장 큰 걱정은 “시작하고 나서 포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전 직무설명을 유난히 공들인다.

“현장에 가서 ‘생각과 다르다’고 느끼지 않도록, 업무·환경·규범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설명합니다. 길게 가는 사람이 되도록 준비시키는 게 송출기관의 역할이죠.”

귀국 후 경로도 열어둔다. “일본어가 능숙한 분들은 저희 학교에서 교사로 함께할 수 있어요. 지금은 건설·농업·청소가 많지만, 앞으로 돌봄을 중심으로 교육 직종을 더 넓힐 계획입니다.”

카툰 컨설턴트는 스스로를 단순히 사람을 ‘보내는’ 역할이 아니라, 하나의 삶을 ‘동행’하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한다. 인력을 필요로 하는 국가의 정부와 수용기관이 제도와 환경을 제대로 준비해 준다면, 송출기관은 그들의 사람됨을 책임져야 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의 이야기는 결국 ‘신뢰’으로 귀결된다. 그들의 사람들을 제대로 대우해 준다면 그들도 열심히 일할 각오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를 향해 물을 수밖에 없다. 그들을 ‘값싼 노동력’이 아닌 우리와 동등한 사람으로 대우할 준비가 되어 있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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