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돌봄 인력 도입, “‘인력’ 아닌 ‘인재’로 키워야“

입력 2025-07-28 10:55 수정 2025-07-28 14:02

日 EPA 제도 실행기관, 국제후생사업단 이나가키 부장 인터뷰

(어도비 스톡)
(어도비 스톡)

65세 이상 노인 인구 1천만 명 돌파, 초고령사회진입 등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다양한 문제를 예고하고 있다. 돌봄 인력 부족도 그 중 하나다. 통합돌봄지원법의 시행 등 다양한 대안이 고려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충분치 않다고 경고한다.

그 대안 중 하나는 외국인 유학생 요양보호사 양성이다. 지난해 7월 ‘외국인 유학생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 제도’를 도입해 외국인 유학생이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노인의료복지시설에 취업하게 되면, 유학(D-2)·구직(D-10) 비자를 특정활동(E-7) 비자로 변경하여 주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기존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교육기관을 운영, 올해 4월 기준으로 2명의 요양보호사 자격시험 합격자가 배출됐다.

‘고령화 선배’ 일본에서 이와 유사한 제도로는 EPA가 있다. EPA 제도를 통해 일본에 입국하는 외국인 개호복지사(한국의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의 중간 개념) 후보자들은 일정한 절차를 거쳐 체계적으로 성장한다. 우선 출신국(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에서 약 1년간 일본어와 개호 기초에 대한 집중교육을 받는다. 이 교육은 일본 정부가 전액 지원하며, 숙소와 일당, 항공료, 교재비까지 포괄된다. 교육 수료 후에는 정식 비자를 받고 일본에 입국하게 되며, 각 지역의 개호시설에 배치되어 근무를 시작한다. 실무 경험을 쌓는 동시에, 일본 내에서 시행되는 개호복지사 국가자격시험을 준비하고 응시하게 된다. 시험에 합격하면 일본인과 동등한 처우를 받는 정식 개호복지사로 인정되며, 장기 체류도 가능해진다. 만일 시험에 불합격하더라도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특정기능 1호’ 자격으로 체류를 연장하며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JICWELS 이나가키 키이치 수용지원부장(국제후생사업단)
▲JICWELS 이나가키 키이치 수용지원부장(국제후생사업단)
이 제도 시행의 현장에서 실제 운영은 어떤 지 알아보기 위해 국제후생사업단(JICWELS)의 이나가키 키이치(稲垣喜一) 수용지원부장을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JICWELS(국제후생사업단)는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공익사단법인으로, 외국인 간호·개호 인력의 수용, 정착, 교육 지원 등을 담당하는 전문 기관이다. EPA 제도의 전 과정에 걸쳐 실무를 총괄하며, 시설과 인력 간의 매칭, 교육관리, 정책 제안 등에서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Q. EPA 제도가 도입된 배경과 현재 운영 상황은?

A. 일본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과의 경제연계협정을 통해 2008년부터 외국인 간호·개호 인재 수용을 시작했다. 이 제도는 단순히 부족한 노동력을 보완하려는 수단이 아니라, 고령자 돌봄 서비스를 위한 고도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협력 프로그램이다.

Q. EPA 제도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A. EPA 인재들은 지금 일본의 돌봄 현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단순한 보조 인력이 아니라, 시설 내에서 리더 역할까지 수행하는 경우도 많다. 돌봄 기관들도 이들의 활약에 높은 평가를 하고 있다. 또 EPA를 통해 축적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지원 경험은 기능실습제도, 특정기능제도(기능실습제도는 외국인이 일본에서 기술을 습득하도록 지원하는 제도이며, 특정기능제도는 일정 기술과 일본어 능력을 갖춘 외국인이 장기 취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등 인접 제도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들을 위한 학습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JICWELS는 수용시설과 함께 생활·업무 적응을 돕는 상담과 순회 지도를 병행한다. 상담은 정신과 의사나 노무사, 대사관이 함께 참여해 다국적·다기관적 협력으로 이루어진다.

Q. 한국은 유사 제도를 준비 중인데, 무엇을 염두에 두면 좋을까?

A. ‘얼마나 많이 확보할 수 있는가’보다 ‘어떻게 존중하며 함께 일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EPA는 고용이 아니라 동반자 관계다. 외국인 인재가 입국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지속 가능성이 생긴다.

Q. 자격 취득 여부에 따른 체류나 전직 제한은 어떻게 설정되어 있나?

A. EPA는 자격 취득을 전제로 한 제도다. 합격 시 체류기간 갱신 제한은 없고, 출입국청 승인을 통해 ‘개호’ 자격으로 체류자격 변경도 가능하다. 불합격 시에는 최대 4년, 조건부로 5년까지 체류할 수 있으며, ‘특정기능 1호’로의 전환도 허용된다. 다만 타 직종 취업은 허락하지 않는다.

Q. 돌봄을 받는 노인이나 보호자들이 갖는 외국인 인력에 대한 불만은 없나?

A. 고령자의 목소리 중 EPA 인력에 대한 불만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고령자와 가족을 존중하는 문화권에서 왔고, 커뮤니케이션에도 노력한다. 다만 일부 지역 사투리에 대해 어려움을 겪어, 이를 보완하는 매뉴얼과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Q. 제도적으로 현장과 정부의 비용 부담은 어떻게 조정되고 있나?

A. 사전 교육은 전액 무상이며, 일본 정부가 비자, 항공료, 일당 등을 부담한다. 주거비는 수용시설이 제공하고, 기타 생활·교육 비용은 정부 보조금으로 일부 충당된다. 자격 취득 전까지는 교육비 등에 대한 예산 부담이 크지만, 이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장기적 투자라고 인식하고 있다.

Q. 인력 이탈이나 무단퇴직 사례는 없나?

A. 무단퇴직 사례는 거의 없고, 자격 취득 후 시설 이동은 있지만, 이는 자연스러운 순환(이직)이라고 본다. 실제로 만나보면 외국인 인력은 급여보다 성장 가능성과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경력 설계와 업무능력 향상 기회 제공이 고용 유지율을 높이는 핵심이다.


일본의 외국인 돌봄인력의 역사는 198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무허가 외국인 고용이 확산되면서 ‘엔조이코(エンジョイ子)’라는 신조어까지 생기며 사회문제로 확산된 바 있다. 또 EPA 역시 초기에 돌봄 현장에서 차별, 강한 노동 강도, 문화적 차이 등으로 인한 진통을 겪은 바 있다. 이들을 인력이 아닌 인재로 봐야 한다는 메시지는 이러한 시행착오를 통해 얻어진 교훈으로 보인다. 우리도 본격적인 관련 제도의 시행 전, 이들이 전해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더 궁금해요0

관련 뉴스

  • JCI서울종로청년회의소, 어르신 위한 ‘사랑의 삼계탕’ 봉사 나서
    JCI서울종로청년회의소, 어르신 위한 ‘사랑의 삼계탕’ 봉사 나서
  • “보조견은 단순한 개가 아냐”… 출입 거부 명백한 장애인 차별
    “보조견은 단순한 개가 아냐”… 출입 거부 명백한 장애인 차별
  • 日 ‘외국인 혐오’ 돌풍… 돌봄 현장 外노동자들 불안 ‘가중’
    日 ‘외국인 혐오’ 돌풍… 돌봄 현장 外노동자들 불안 ‘가중’
  • 정은경 복지부 장관 공식 취임… “요양병원 간병비도 건보 적용”
    정은경 복지부 장관 공식 취임… “요양병원 간병비도 건보 적용”
  • 내년 통합돌범지원법 시행 앞두고,
    내년 통합돌범지원법 시행 앞두고, "주도권 갖자" 관련 단체들 분주
저작권자 ⓒ 브라보마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브라보 스페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