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고령 기술자 수요 존재… 이력서엔 과거 영광 지워야”

입력 2025-08-26 08:00 수정 2025-08-26 08:42

日 중장년 구인구직 시장 이끄는, 나카지마 야스요시 ‘시니어잡’ 대표

▲나카지마 야스요시 ‘시니어잡’ 대표.(시니어잡 제공)
▲나카지마 야스요시 ‘시니어잡’ 대표.(시니어잡 제공)
고령화 사회에서 중장년 일자리 확보는 시급한 숙제 중 하나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KDI 한국개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55세 이상 경제활동참가율은 2.9%포인트 상승하며 젊은 연령층보다 훨씬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분석·사회·서비스 직무 성향은 감소하고, 반복적이고 신체적인 직무 성향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즉 단순직 일자리에 취업이 집중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의 노인 빈곤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렇다면 ‘고령화 선배’ 이웃나라 일본의 해법은 무엇일까. 이를 묻기 위해 일본 내 대표적인 중장년 알선 기업 ‘시니어잡’의 나카지마 야스요시(中島康恵)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시니어잡은 2016년, IT 사업에서 시니어 특화 취업 지원으로 전환한 뒤 매출이 전년 대비 최대 300% 증가하는 성장을 기록했다. 2022년에는 기존 인재 소개·파견 서비스에 더해 시니어 전용 구인 미디어를 출범시키며 사업을 다각화했다.

구인 기업은 누적 5만8000곳 이상이 등록했고, 구직자는 총 6만여 명에 달한다. 코로나19 시기 해고와 이직이 늘면서 2020년 한 해에만 2만2000명 이상이 신규 등록했다. 과거에는 전무하다시피 했던 경리직 같은 중간 전문직에서도 월 3~4건의 의뢰가 들어올 정도로 채용 폭이 넓어졌으며, 온라인 면담 확산에 맞춰 세미나 등을 통해 지원 체계를 강화하면서 매칭 성공률도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시니어 구인·구직의 불균형 바로 잡고파

나카지마 대표는 한때 프로 축구 선수를 꿈꾸던 청년이었다. 그러나 그는 정점에 오르지 못한 현실을 인정하고, “100% 노력했기에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 말로 축구 인생을 마무리했다. 좌절의 순간은 곧 새로운 출발점이 됐다. 이후 IT 창업을 거쳐, 지금은 일본에서 50세 이상 구직자를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기업 ‘시니어잡(シニアジョブ)’의 대표로서 고령자 고용을 개척하고 있다.

“축구 선수 시절의 경험은 지금도 제 사업 철학의 바탕이 됩니다. 어떤 일에서든 한계까지 전력을 다하면 반드시 길이 열린다는 믿음이죠. 시니어 구직도 같습니다. 열 곳에서 연속 탈락하면 좌절하기 쉽지만, 2백 곳, 3백 곳을 두드리면 반드시 채용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저희는 그 과정을 시니어 대신 끝까지 해내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나라입니다. 우리는 이 변화가 곧 기회라는 점에 주목했고, 시니어 인재가 사회에서 필요해지는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처음부터 그는 시니어 고용 문제를 사회적 사명으로 여긴 것은 아니었다. 그는 “기업은 시니어를 원하지만, 정작 시장에선 시니어들이 취업난에 고생하고 있었다”고 말하며, “그 사이를 메우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생각의 배경에는 어느 건설 현장 관리자가 말해진 이야기가 계기가 됐다.

“체력도 능력도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60세를 넘었다는 이유 하나로 아무도 채용해주지 않는다는 분노, 취업이 결정돼 손주에게 용돈을 줄 수 있게 됐다며 울먹이던 기쁨.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생애를 걸어야 할 과제임을 깨달았습니다.”

▲시니어 구직자 면담 중인 나카지마 야스요시 ‘시니어잡’ 대표.(시니어잡 제공)
▲시니어 구직자 면담 중인 나카지마 야스요시 ‘시니어잡’ 대표.(시니어잡 제공)

한국과 닮은 일본의 시니어 노동시장

한국은 지난 10여 년간 50세 이상 취업자가 큰 폭으로 늘었고, 특히 55세 이상 여성의 고용 증가가 두드러진다. 그는 일본 역시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니어 고용 비율은 높아지고, 임금 수준도 완만히 오르는 중입니다. 다만 한국은 정년이 더 짧고, 시니어 빈곤이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전문직의 인력 부족이 특히 두드러진다. 자동차 정비사, 건설 기술자 등은 세대별 인구 자체가 줄어들면서, 60대 고용이 늘어도 노동력 공백을 막기 어렵다. “그래서 저희는 창업 초기부터 전문적인 기술을 보유한 시니어 인력에 집중했습니다. 일반 직종에서는 기업의 채용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니어 전용 구인 사이트를 만들었죠.”

한국 내에서는 중장년 인력이 인기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경력이 길고 갖고 있는 기술이 뛰어나도 찾아주는 곳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일본은 좀 다르다. 기업의 중장년 기술직 선호가 두드러진다. 나카지마 대표는 이에 대해 “젊은 인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 외에도 이유는 있습니다. 풍부한 경험과 자격을 원하는 기업도 있고,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 때문에 중장년 구직자를 찾기도 해요. 인력난이 극심한 분야, 돌봄·청소·교통안내 같은 일자리는 젊은 세대가 기피하는 업종입니다. 또 간호사·보육사·영양사·약사 같은 의료직, 건설 기술자, IT 엔지니어 등의 전문가를 원하는 분야도 있죠. 한국과 달리 일본은 사회서비스 전반에서 남녀 모두 시니어 고용이 늘고 있어요. 최근에는 IT·물류 분야까지 남녀 모두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도쿄도 주최 시니어 취업 응원 이벤트 ‘시니어 시고토 EXPO 2023’ 세미나에서 강연 중인 나카지마 야스요시 ‘시니어잡’ 대표.(시니어잡 제공)
▲도쿄도 주최 시니어 취업 응원 이벤트 ‘시니어 시고토 EXPO 2023’ 세미나에서 강연 중인 나카지마 야스요시 ‘시니어잡’ 대표.(시니어잡 제공)

고령자 고용을 위해 변화하는 일본 기업

고집스럽다, 배우려 하지 않는다, 디지털 기술에 취약하다는 시니어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은 일본에서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는 “이는 사실이 아닌 단순한 선입견일 뿐, 무겁게 교육으로 풀 문제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대신 그는 두 가지 방법을 강조했다. 실제로 채용하고 함께 일해보는 것, 그리고 사회에 꾸준히 발신하는 것이다. 나카지마 대표는 언론 기고, 방송 출연, 세미나 강연을 통해 “시니어는 배우지 않는다”는 통념이 허상임을 반복해 이야기해 왔다. 그 결과, 처음 시니어를 채용한 기업이 다시 채용을 이어가는 재고용 기업이 늘고 있다고 했다.

나카지마 대표는 시니어 구직자들에게 현실적인 조언도 잊지 않았다. “기업과 무관한 과거의 영광은 기재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사내 MVP’ 같은 표현보다, 매출·계약 성과처럼 객관적 수치로 보여주는 편이 훨씬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는 기업이 시니어를 바라볼 때 흔히 가지는 ‘잘난 척한다’는 선입견을 경계하며, 오히려 직무와 직결되는 경험과 성과를 구체적으로 기록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채용 이후의 정착과 고용 유지에 대해서도 그는 현실적인 시각을 보였다. “시니어의 장기 고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강과 능력 변화에 대응하는 제도, 그리고 근무의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나이와 함께 달라지는 체력과 상황을 고려해 근무 시간과 업무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환경이 필수라는 것이다.

AI와 자동화 기술이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그는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시니어는 젊은 층보다 더 많은 기업에 지원해야 합니다. 그 과정을 효율화하는 데 기술이 필요합니다. 기술은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시니어가 더 오래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일본의 자동차 정비업에서는 기술 혁신 덕분에 60대 고용이 늘고 있다는 사례를 들며, 제조업과 건설업 등 체력 부담이 큰 분야일수록 기술이 시니어의 가능성을 넓혀준다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 그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단순하다. ‘일하기를 희망하는 모든 시니어가 자유롭게 취업할 수 있는 미래’다. 이를 위해 그는 전국 인재소개·파견사와 협력망을 확대해 구직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일본 내 상장을 통해 자본과 기반을 강화한 뒤 세계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에서의 경험이 타국의 고령사회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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