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골치 아픈 빈집 문제… ‘재생형 비즈니스’로 맞서

입력 2025-09-22 11:31 수정 2025-09-22 11:33

통계 13.8% 역대 최고… 커뮤니티 거점·관광 브랜드까지 복합 생태계 확산

(어도비스톡)
(어도비스톡)

일본의 빈집(아키야)이 통계상 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운데, 현장에서는 공공·복지·투자·관광·상속 상담을 엮어 빈집을 생활·경제 인프라로 되살리는 시도가 빠르게 늘고 있다. 총무성 ‘주택·토지 통계조사’ 집계(2023년 기준, 2024년 9월 25일 공표)에서 전국 빈집은 900만2천 호, 빈집률은 13.8%로 역대 최고치다. 2018년 대비 51만3천 호 증가했고, 임대·매각·세컨드하우스를 제외한 사실상 방치형 빈집은 385만6천 호(비중 5.9%)다. 1993년 이후 30년간 빈집 수가 거의 두 배로 늘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최근 일본의 빈집 활용은 ‘철거·매각’ 중심을 넘어서 공공(포럼·데이터)–복지(다세대 거점)–민간 투자(투어·자격)–관광(브랜드화)이 맞물린 복합 생태계로 진화 중이다. 이와 함께 지역 문제 해결과 수익화를 동시에 노리는 ‘재생형 비즈니스’가 자리 잡는 모습이다.

지역이 함께 쓰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오사카부 이즈미사노시는 11월 15일 ‘도시·마을 만들기 포럼’을 열어 단지 공실·빈집을 지역관리로 풀어낸 노하우를 공유한다. 대오사카권 민관협력 사례(모리네키 프로젝트) 기조강연과 함께, 도시기구 주택을 매입해 입주율을 58%에서 95% 이상으로 개선한 ‘사노미나토 단지’ 재생 성과와 대학 연계 지역경제 조사 결과 발표, 지역재생 토론 등을 진행한다.

복지와 연결한 다세대 공동체 거점도 늘고 있다. 지난 14일 나라현 고조시에서는 사회복지법인 ‘아이들의 제3의 장소’ 네트워크가 옛 민가를 개조해 요리 교실을 열었다. 옛 민가를 개보수한 거점으로, 3~4명과 자원봉사자가 운영한다. 화덕 조리 등 옛 주택의 특성을 살린 체험 프로그램을 정례화해 아이·보호자·고령층이 함께 쓰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는 이시카와현 하쿠산시의 목재 렌털 스페이스가 있다. 지난해 완공된 이곳은 목재로 만들어진 집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부모와 자녀가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 운영, 카페를 결합해 평상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또 마을 행사도 유치해 개조 전 빈집이던 건물을 ‘체류형 커뮤니티 공간’으로 재생했다.

관광 등 다양한 투자를 위한 거점으로

노동·관광 수요를 흡수하는 빈집 활용 시도도 활발하다. 군마의 농업 스타트업 ‘쿨커넥트’는 빈집을 외국인 인재용 사원숙소로 바꿔 장기 일괄 임대·통합 관리까지 붙인 수익형 부동산으로 판매를 시작했다고 19일 발표했다. 이들은 수요가 두터운 사이타마·오사카 권역부터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관광 분야에서는 분산형·소규모 숙박을 묶는 브랜드 전략이 가속되고 있다. 빈집·노후 스톡을 체류형 체험·식·문화 콘텐츠와 연결해 지역경제 파급을 노리는 접근이다. ‘사토유메 호텔즈’는 지난 17일 브랜드와 통합 웹사이트를 공개했다. 현재 통합된 4개 소규모 숙소는 도쿄 오쿠타마 ‘사토로그’, 야마나시 고스게 ‘닛포니아 고스게 겐류노무라’, 나가노 고우미 ‘호텔 미얌’, 야마가타 가호쿠 ‘베드앤드베지터블 가호쿠’다. 다양한 지역 체류 경험을 종합해 제공하는 게 목적이며, 예약·체험·식·이벤트 정보를 통합 전달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향후 같은 콘셉트의 지역 숙박시설을 추가 편입할 계획이다.

민간 투자 쪽에선 현장 견학 투어가 유행처럼 활성화되고 있다. 저렴하게 매입해 공간의 가치를 더하는 투자를 원하는 이들을 위해 다양한 빈집을 볼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사례를 살펴보면, 전국고가재생추진협의회는 오는 27일 지바현 후나바시에서, 28일에는 사이타마현 구키에서 각각 빈집·낡은 집을 보는 견학 투어를 진행한다. 이 협의회는 누적 재생 2,420채, 회원 1만9,024명을 자랑한다. 이들은 “빈집 개발을 통해 지역 범죄 예방·경제 활성화와 연결되는 재생형 투자를 표방한다”고 설명했다.

수요 부족·행정적 절차 등 문제 현존

빈집을 낳는 상속·생전 정리(종료기) 이슈를 다루는 종합 상담 인프라도 움직인다. 도쿄의 비영리법인은 지난 16일 요코하마시 사회복지협의회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상속·유증·부동산 처분(소위 ‘부(負)동산’)을 무료 상담과 전문가 연계로 지원하기로 했다. △상속·유증·생전 정리에 관한 홍보·세미나 공동 실시, △빈집 등 ‘부(負)동산’을 포함한 비현금 자산의 처분·현금화 지원, △유언·등기 등 절차 안내·전문가(변호사·사법서사·세무사) 연계를 무료로 제공하는 체계 구축 등에 합의했다. 빈집화를 막는 사전·사후 절차 설계를 공공 복지 플랫폼에 얹는 방식이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있다. 빈집률이 높은 지방권은 고령화와 인구 유출로 수요가 부족하고, 상속 미정리·공유 지분·소유자 불명 등 권리 관계가 복잡한 집은 신속한 사업 착수가 어렵다. 안전관리나 용도 전환, 문화재·농지 규제 등 절차상 문제도 있다. 그러나 일본의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민·관이 함께 해법을 찾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어,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로서는 참고할 만한 부분이 적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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