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봄 시장에서는 신규 기관이 계속 생겨나지만, 상당수 재가 장기요양기관은 운영 1~2년을 넘기지 못하고 정체되거나 문을 닫습니다.” 구슬기 에이지스 대표는 재가 돌봄 시장을 이렇게 설명했다. 에이지스는 재가 장기요양기관과 돌봄인력이 지속적으로 운영·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솔루션 기업으로 지난해 창업했다. 구 대표는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방문요양을 중심으로 한 재가 장기요양기관은 빠르게 늘었지만, 상당수는 짧은 시간 안에 문을 닫는다고 설명한다. 돌봄 수요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버티기 어려워서다.
“시니어 인구가 늘어나니까 시장이 클 거라는 생각 하나로 들어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면 생각보다 너무 쉽지 않아요. 대부분 비슷한 서비스만 제공할 수밖에 없는 구조고, 처음부터 경영 마인드보다는 ‘봉사하는 마음’으로 들어오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창업 쉽지만 어깨의 짐 너무 커”
구 대표가 짚는 핵심은 ‘낮은 진입장벽’이다. 제도만 놓고 보면 재가 장기요양기관 창업은 비교적 쉽다. 사회복지사 자격을 갖추면 누구나 문을 열 수 있다. 사회적 분위기도 문제다. 초고령사회 진입 후 관련한 여러 전망들이 나오면서, 노인 관련 사업을 하면 잘 될 것이라는 핑크 빛 전망만을 안고 투자한다. 그러나 운영 단계에 들어서는 순간 상황은 달라진다.
“문을 열고 나면 인력 관리, 보호자 응대, 행정, 평가 대응까지 모든 판단을 기관장이 혼자서 해야 합니다. 하지만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그 모든 것을 다 떠안기는 쉽지 않죠. 창업은 열려 있지만, 운영은 개인에게 방치된 구조라고 느꼈습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구 대표는 중국 유학 시절을 거쳐 마케팅 분야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이후 시니어 산업에 발을 들였다. 전공은 노인복지가 아니었지만, 업계에 들어온 뒤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간병 관련 교육을 직접 이수했다. 현장을 이해하지 않으면 이 산업을 설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요양보호사 분들을 지금도 현장에서 직접 만납니다. 이분들이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지 모르면, 이 시장을 이해할 수 없어요.”
그는 그간 근무했던 시니어 플랫폼, 방문요양기관 등에서 일하며 공통된 장면을 반복해서 봤다고 했다. 플랫폼이든 기관이든,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과 조직이 너무 쉽게 소진된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재가 장기요양기관 수는 최근 수년간 빠르게 늘었지만, 많은 기관이 방문요양 단일 서비스에 머물러 있고, 서비스 확장이나 통합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제도는 변하고 있지만, 개별 기관이 이를 준비할 수 있는 여력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현장에서 나온다.
에이지스는 이런 경험의 연장선에서 출발했다. 구 대표는 업계에서 활동하면서 몇 년 전부터, ‘새로운 센터를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기관이 오래 버틸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렇게 창업한 에이지스는 재가 장기요양기관을 대상으로 운영·교육·데이터·브랜딩을 결합한 B2B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프랜차이즈처럼 외형을 통일하는 방식은 돌봄에 맞지 않습니다. 지역도 다르고, 오시는 어르신 상태도 다 다르거든요. 저희는 간판을 같게 만드는 게 아니라, 판단 기준과 운영의 언어를 공유하는 데 집중합니다.”
“요양보호사의 성과 데이터화 해야”
구 대표는 재가 돌봄 시장의 또 다른 구조적 문제로 돌봄인력, 특히 요양보호사 문제를 꼽았다. 그는 요양보호사를 단순 노동 인력으로 보는 시선이 현장의 가장 큰 한계라고 말했다.
“현장에는 분명히 ‘잘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어르신 상태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작은 변화도 먼저 알아채는 분들이요. 그런데 그 역량이 기록되지도, 평가되지도 않습니다. 결국 모두 같은 노동으로 취급되고, 잘하는 사람이 먼저 지칩니다.”
구 대표는 과거 업계에서 간병 인력을 고유의 명칭으로 브랜딩한 경험을 언급하며, 호칭이 인식과 태도를 바꾼다고 설명했다. 현재 에이지스에서는 요양보호사를 ‘케어 프로(Care Pro)’로 부른다. 법적 명칭을 바꾸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역할과 전문성을 다르게 규정하겠다는 취지다.
“요양보호사를 단순 보조 인력이 아니라 전문 돌봄 인력으로 다뤄야 합니다. 교육도 자격증 취득으로 끝나선 안 됩니다. 현장에서 어떤 돌봄이 이뤄졌고, 그 결과가 어르신에게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까지 연결돼야 합니다.”
구 대표는 돌봄 전문성이 제도나 자격증이 아니라 현장에서 축적되는 판단 능력과 관찰력에서 나온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요양보호사의 역할은 단순히 정해진 업무를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며 “어르신의 미세한 신체·정서 변화를 관찰하고, 이전 상태와 비교해 이상 신호를 감지하는 판단이 매일 반복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전문적 판단 과정은 현재 장기요양 제도 안에서 거의 기록되지도, 평가되지도 않는다는 것이 그의 문제의식이다.
“현장에서는 ‘왜 이 어르신은 갑자기 보행이 줄었을까’, ‘식사량이 왜 달라졌을까’를 계속 판단합니다. 이건 단순 노동이 아니라 경험과 학습이 쌓여야 가능한 일인데, 제도 안에서는 그 과정이 통째로 사라져 있습니다.”
에이지스의 멤버십 모델 ‘시니업(SeniUp)’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설계됐다. 재가 장기요양기관을 단순 방문 서비스 제공처가 아니라 지역 기반의 ‘통합 돌봄 허브’로 정의하고, 표준화된 프로그램과 리포트, 운영 교육을 제공한다. 돌봄 과정을 데이터로 구조화해 기관이 보호자와 지자체, 평가기관을 상대로 스스로 설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기관장들이 늘 약자처럼 설명해야 하는 구조가 안타까웠습니다. ‘우리는 이런 기준으로 돌봄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돌봄이 경험이나 감정이 아니라 서비스로 인정받습니다.”
구 대표는 통합돌봄 시행을 앞둔 지금이 분기점이라고 본다. 제도는 빠르게 바뀌고 있지만, 현장을 떠받칠 중간 지원 구조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돌봄은 제도만으로 굴러가지 않습니다. 결국 사람과 기관이 오래 버틸 수 있어야 합니다. 이제 이 시장은 얼마나 많은 기관이 생기느냐가 아니라, 누가 끝까지 남아 돌봄을 이어갈 수 있느냐를 묻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실버산업 생태계, 스타트업에게 어려운 곳”
올해 37세의 구슬기 대표는 청년 창업가로서 현실적인 문제들과 맞닥뜨리고 있다. 그는 돌봄 산업에서 스타트업 대표로 활동하는 것 자체도 또 다른 어려움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돌봄은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가 강한 영역인데, 스타트업은 늘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요구받는다”며 “현장에 필요한 속도와 투자 시장이 요구하는 속도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돌봄 현장은 제도 변화에 민감하고, 한 번의 서비스 실패가 곧바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지는 만큼 실험과 확장을 동시에 추진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돌봄은 단기간에 수치로 성과를 증명하기 어려운 산업”이라며 “기관과 인력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스타트업은 늘 빠른 성과를 요구받는 구조에 놓여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반복되는 문제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며 “에이지스는 빠르게 커지는 회사보다는, 현장이 오래 쓰는 회사로 남는 것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