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노인 일자리’ 손주 키운 경험, 일로 연결하다

입력 2026-02-09 07:00

[우리 모두의 황혼육아] 일·가정 양립을 돕는 사회적 역할 가이드

황혼육아 시간은 소진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손주를 돌보며 쌓은 경험은 다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실질적인 자산이 된다. 아이의 생활 리듬을 읽고, 감정을 다루며, 안전을 책임졌던 시간은 돌봄 노동의 핵심 역량이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꽃중년은 다시 일어설 수 있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일하며 소득을 창출할 수도 있다.

자격과 직업으로 잇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고미랑 씨의 손주 육아 모습. (고미랑 씨 제공)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고미랑 씨의 손주 육아 모습. (고미랑 씨 제공)

황혼육아 경험을 살려 아이 돌봄 일을 고민할 때 가장 먼저 마주치는 선택지는 ‘아이돌보미’와 ‘베이비시터’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운영체계와 수입구조, 일의 성격은 분명히 다르다. 자신의 체력과 생활 리듬, 소득 목표에 따라 적합한 형태를 가늠할 필요가 있다.

아이돌보미는 정부와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 돌봄 인력이다. 여성가족부 아이돌봄서비스 사업에 소속돼 지정 교육과정을 이수한 뒤 활동한다. 근무 형태는 대부분 시간제로, 하루 평균 4시간 안팎이 일반적이다. 주로 오후 4시부터 7~8시 사이, 보호자의 퇴근 시간대를 메우는 역할을 맡는다.

돌봄은 어린이집이나 외부 시설이 아닌, 보호자가 거주하는 가정을 직접 방문해 1대1로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공공 서비스인 만큼 활동 조건과 수당 체계가 비교적 명확하고, 센터의 관리·감독 아래 일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만 소득은 크지 않은 편이다. 아이돌보미의 월평균 급여는 100만 원 내외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망이 밝다. 최근 돌봄 수당 인상과 영아·유아·야간 돌봄 추가 수당 도입 등 처우 개선이 이어지고 있으며, 오는 4월부터는 ‘아이돌봄사’ 국가자격제도 도입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반면 베이비시터는 민간 영역의 돌봄 인력이다. 필수 국가자격은 없지만, 민간 교육기관의 관련 자격을 취득하면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근무시간과 조건을 비교적 자유롭게 협의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야간·주말·장시간 돌봄이나 다자녀 가정을 맡을 경우 아이돌보미보다 높은 소득을 기대할 수 있지만, 공공관리 체계가 없어 일감의 지속성이나 분쟁 발생 시 보호장치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황혼육아 경험을 살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선택지는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다. 출산 가정을 방문해 산모의 산후 회복과 신생아 돌봄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인력으로, 보건복지부가 정한 기준에 따라 지정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이수하고 수료증을 발급받아야 정부 바우처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교육은 신규자 기준 60시간, 관련 자격 보유자는 40시간으로 단축 운영된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는 산모의 영양·회복 관리와 신생아의 기본 돌봄을 맡으며, 일부 가사 지원도 병행한다. 근무 형태는 출퇴근형과 입주형으로 나뉘며, 출산 가정 수요에 따라 단기·집중형 일자리 성격이 강하다.

노인 일자리로 확장

▲노인 일자리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대표 이미지.(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노인 일자리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대표 이미지.(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황혼육아 경험은 노인 일자리로도 확장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만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노인 일자리 가운데, 아이 돌봄과 맞닿은 대표 사례가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사업이다. 이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학진흥원이 공동 운영하는 공공 일자리로, 유아교육기관을 찾아가 아이들에게 전래동화와 옛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사업은 2009년 대구·경북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대됐다. 손주를 무릎에 앉혀 이야기를 들려주던 전통적인 ‘무릎 교육’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델로, 세대 간 소통을 잇는 시니어 사회참여 사례로 평가받는다. 매년 참여자 모집 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는 것도 특징이다. 친손주 돌봄을 마친 뒤,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 사회와 다시 연결되고자 하는 어르신들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노인 일자리 가운데 ‘아이돌봄지원사업’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이는 시간제 아이돌봄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노인역량활용사업으로, 참여 어르신들은 아동 발달 이해, 안전관리, 응급처치, 놀이 지도, 의사소통 기법 등 총 120시간의 전문 교육을 이수한 뒤 현장에 투입된다. 초기에는 공공 돌봄기관 중심으로 파견하고, 향후 성과에 따라 가정 돌봄 영역으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자녀 양육 경험을 지닌 노인의 생활 경험과 관계 형성 능력은 아이 돌봄 현장에서 강점으로 작용한다. 황혼육아 경험이 개인의 헌신에 머무르지 않고, 아이의 복지와 보호자의 일·가정 양립을 돕는 사회적 역할로 이어지는 구조다. 손주를 키운 시간은 이제, 다시 일할 수 있는 경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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