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동전보다 디지털 머니를 먼저 접한다. 게임 아이템 결제, 온라인 쇼핑, 간편송금은 이미 익숙한 일상이다. 하지만 보이스피싱, 고수익 미끼투자, 사이버 도박 등 위험은 아이들의 생활 반경까지 스며들었다. 그럼에도 가정이나 학교에서 이뤄지는 금융교육은 여전히 구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제도권 금융교육은 지역·학교별 편차가 크고, 특강 중심의 교육은 실생활과 멀다. 그 사이 아이들은 이미 디지털 금융 세계의 소비자이자 사용자로 뛰어들고 있다. 공적 체계가 완비되기만을 기다리기는 어렵다.
시니어 세대가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유산’
이런 교육 공백을 메워보겠다며 나선 청년이 있다. 스타트업 애드벌룬 김동현 대표는 어린이 금융문해력 향상을 위해 스마트 저금통 ‘삐뽀’를 만들고, 이를 취약계층에 기부하는 민간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는 IMF 시절 부모 세대가 금반지를 내놓아 나라를 도왔던 장면을 보며, “지금 세대가 모을 수 있는 금은 금융 지식과 금융 감각”이라는 생각을 떠올렸다고 말한다.
애드벌룬의 ‘다시 힘내자 대한민국–1500만 어린이·학부모 선한부자 만들기’ 캠페인은 스마트 저금통 10만 대를 금융교육 소외 지역 어린이에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구매자 한 명이 삐뽀를 구입하면 같은 수량이 취약계층 아동에게 기부되는 ‘1+1’ 방식으로, 총 100억 원 규모에 달한다. 김 대표는 “금 모으기 정신을 금융문해력 나눔으로 이어가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캠페인에서 말하는 ‘선한 부자’는 단순히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을 의미하지 않는다. 더 많이 벌기보다 돈을 건강하게 다루고, 현명하게 쓰며, 나눌 줄 아는 사람을 가리킨다. 부의 크기보다 부를 대하는 태도를 중시하는 개념이다. IMF와 여러 금융위기를 겪은 시니어 세대가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가치이기도 하다.
삐뽀는 겉으로 보면 단순한 전자 저금통이지만, 앱과 연결하면 생활형 금융교구로 변한다. 아이는 저축 목표를 세우고 동전을 넣으며 달성률을 확인한다. 용돈기입장 기능으로 지출을 기록할 수 있고, 집안일을 미션으로 수행해 보상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모의투자와 기부 기능도 있어 저축·소비·보상·투자·나눔이라는 돈의 흐름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저축한 금액을 실제 은행 계좌로 이체할 수도 있으며, 주식 계좌와 연동해 모의투자 이상의 경험을 쌓도록 한 점도 특징이다. 부모나 조부모와 함께 사용하는 구조라 아이가 게임 아이템을 사고 싶다고 하면, 함께 앱 화면을 보며 이번 달 용돈에서 얼마를 쓸지, 얼마를 모을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이 금융교육이 된다.
손주에게 줄 수 있는 유산은 금전적인 것만이 아니다. 돈을 건강하게 다루는 감각, 스스로 지키는 힘, 현명한 선택을 돕는 습관까지. 이 모든 것이 손주를 ‘선한 부자’로 키우는 기초가 된다. 스마트 저금통 삐뽀는 그 시작점을 집 안에서 열어주는 작은 도구다.
금융사기와 정보 과잉의 시대, 가정에서 시작하는 금융문해력 교육은 앞으로 손주 세대의 삶을 지켜줄 가장 현실적인 배움일지 모른다. IMF를 겪고 저축의 의미를 온몸으로 배운 시니어 세대의 경험은 그 자체로 손주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든든한 자산이다.

![[카드뉴스] 황혼육아 시니어 주목, '전국 조부모 돌봄수당' 정리](https://img.etoday.co.kr/crop/190/120/2246809.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