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반납 뒤 외출 급감” 노인 가두는 ‘숨은 이동 격차’

입력 2026-02-23 12:00

日 기업, 경고 담은 백서 발표… “이동은 생활·욕구·존엄 지탱하는 기반”

(어도비스톡)
(어도비스톡)

고령자의 이동권을 교통 편의 문제로만 다루면, 삶의 축소는 멈추지 않고 진행된다는 경고가 일본에서 나왔다. 포용적 디자인 스튜디오 쿠루무(CULUMU)는 지난 19일 공개한 백서 ‘초고령사회에서 이동성의 의미란 무엇인가’를 통해 고령자의 이동을 ‘생활 필수 조건’으로 다시 점검하자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기존 논의가 이동 가능 여부나 안전에 머물렀다면, 실제 생활에서는 이동권이 소비, 인간관계, 사회적 역할, 삶의 의욕까지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현재 일본은 2035년까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33%에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국민 3명 중 1명이 고령자인 사회가 된다는 것으로, 백서는 따라서 이동 문제를 일부 개인의 불편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생활 기반 변화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서는 2024년 한 해에만 약 43만 명의 75세 이상 고령자가 면허를 반납했을 정도로 자발적 운전 포기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면허 반납이 곧장 외출 빈도의 급감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국토교통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 중 면허 보유자의 평일 외출률은 78%에 달했으나, 면허 미보유자는 57%에 그쳐 21%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75세 이상으로 범위를 좁히면 격차는 더 벌어져 면허가 없는 경우 외출률이 52%까지 떨어졌다.

쿠루무 측은 이번 조사에서 숫자로 나타나지 않는 ‘정성적 변화’에 주목했다. 조사 결과, 이동 수단의 변화로 노인들은 스스로 외출 횟수를 줄이거나 용건을 한데 모으는 등 삶의 범위를 좁혀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서는 이를 ‘보이지 않는 이동 격차’로 규정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한 고령자는 “누군가에게 부탁해서 이동할 수 있지만, 나만을 위해 버스를 부르는 것이 미안해 외출을 참게 된다”고 고백했다. 백서는 이를 ‘보이지 않는 이동 격차’로 규정하고, 이동이 단순히 옮겨가는 것이 아닌 ‘선택·의욕·연결·존엄’을 지탱하는 삶의 토대임을 강조했다.

쿠루무는 이동권 문제를 ‘포용적 디자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봤다. 고령자와 장애인 등 당사자를 기획 초기부터 참여시켜 ‘누구를 위한’이 아닌 ‘누구와 함께’ 만드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백서는 시니어의 삶이 위축되지 않는 미래를 위해 다섯 가지 구체적인 디자인 개입 방안을 제안했다. 먼저 고령자의 컨디션 난조를 상수로 둬 예약 취소의 심리적 부담을 없앤 ‘이용 유동성 전제 설계’를 도입하고, 특정 수단에 종속되지 않고 그날의 상황에 맞춰 목적지를 고를 수 있는 ‘통합 이동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짚었다. 또한 거창한 목적 없이도 가볍게 외출할 수 있는 ‘단시간 체류형 송영(이동지원)’을 통해 외출 의욕을 자극하고, 불규칙한 참여에도 지역사회 내 사회적 역할이 끊기지 않는 ‘관계 기반 디자인’으로 시니어의 존재감을 지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면허 반납 등의 급격한 변화에 대비해 대체 수단에 서서히 익숙해질 수 있는 ‘단계적 적응 지원’이 시니어의 자립적인 삶을 지속시키는 핵심 열쇠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동은 목적지까지 가는 기능적 행위를 넘어, 인간다운 삶을 지탱하는 기반”이라며 “정부와 기업은 단순히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넘어 고령자가 사회의 일원으로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는 ‘참여의 공간’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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