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돌봄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일본의 지역포괄케어시스템과 지역밀착형 복지 서비스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초청 강연회가 11일 서울 이투데이 본사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한국시니어케어연구회와 PCC실천네트워크가 주최하고, 시니어 매거진 ‘브라보마이라이프’를 발행하는 이투데이피엔씨가 후원했다. 좌장은 박영란 강남대 시니어비즈니스학과 교수가 맡았다.
행사는 초고령사회에 본격 진입한 한국이 통합돌봄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일본이 먼저 겪어온 지역 중심 돌봄 체계의 성과와 한계를 함께 돌아보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우현우 케어러블 대표는 “한국이 일본보다 더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만큼, 일본의 선행 경험을 단순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형 통합돌봄의 방향을 현실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협동복지회가 추구하는 의료에서 돌봄으로, 시설에서 재택으로, 개별 기능 중심 서비스에서 통합·포괄 케어로의 전환이 통합돌봄을 준비하는 우리 사회에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에는 차흥봉 보건복지부 전 장관, 은성호 보건복지부 인구사회서비스정책실장, 신동민 이투데이피엔씨 대표, 주경복 한국시니어케어연구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은성호 보건복지부 인구사회서비스정책실장은 인사말을 통해 “통합돌봄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 우리에게 일본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통합돌봄 시행을 앞두고 인프라와 서비스, 인력 부족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법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만큼 읍면동과 시군구 단위 인력 배치, 의료와 복지 연계, 지역 특화 예산 지원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국비 기준 640억 원, 지방비를 포함하면 약 1000억 원 규모의 예산이 지역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강연은 사회복지법인 협동복지회 전 이사장인 무라키 타다시(村城 正) 씨가 맡았다. 무라키 전 이사장은 생활협동조합과 복지사업 연대기구, 지역포괄케어 관련 조직 등에서 실무와 운영을 두루 맡아온 인물이다. 현재는 사회복지법인 협동복지회, 전국 코프 복지사업 연대기구, 주식회사 CWS 등에서 자문을 맡고 있다. 협동복지회는 일본 나라현을 기반으로 고령자 개호시설과 보육, 지역포괄지원센터 운영 등을 전개해 온 법인으로, 직원 약 1250명 규모의 조직이다.
무라키 전 이사장은 이날 강연에서 “한국의 통합돌봄은 제도 시행 자체보다 ‘어떤 지역에서, 어떤 구조로, 누가 사람을 끝까지 지탱할 것인가’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고령사회에서 기존의 시설 중심 대응만으로는 급증하는 돌봄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특히 독거 고령자와 후기고령자, 치매 고령자 증가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는 대형 시설 확충보다 지역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더 촘촘히 짜야 한다는 점을 거듭 짚었다.
그는 한국과 일본 모두 이미 돌봄의 무게중심이 바뀌고 있다고 봤다. 더 이상 병원이나 시설에 오래 머무는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결국 지역사회 안에서 생활을 유지하는 구조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라키 전 이사장은 “의료·돌봄이 필요해도 가능한 한 오래 살았던 지역에서 계속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설명하며, 지역포괄케어의 핵심은 서비스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권 안에서 주거와 의료, 돌봄, 예방, 생활지원이 함께 이어지도록 만드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특히 강조한 것은 ‘생활권 단위’였다. 일본의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행정구역보다 실제 생활 반경에 가까운 범위에서 서비스와 관계망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얼굴을 알고, 걸어서 접근할 수 있으며, 필요할 때 서로 연결될 수 있는 범위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날 현장에서는 협동복지회의 실천 사례도 함께 소개됐다. 협동복지회는 고령자 개호뿐 아니라 보육, 지역포괄지원센터, 생활지원 기능 등을 함께 엮어 지역 안에서 관계망을 유지하는 구조를 운영해 왔다. 무라키 전 이사장은 건강한 고령자부터 돌봄이 필요한 사람까지 지역 안에서 연결하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통합돌봄은 특정 취약계층만을 위한 사후 대응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고령화에 대응하는 생활 인프라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의미다.
이번 강연회는 통합돌봄지원법 시행을 앞둔 한국이 앞으로 어떤 생활권 단위에서 어떤 서비스 기반과 조정 기능을 갖춰야 하는지 점검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무라키 전 이사장은 우리에게 “초고령사회 돌봄은 더 이상 병원이나 시설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안에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끝까지 지탱할 것인가의 문제라는 점”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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