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05

“젊어지는 약은 아직” 하버드대 연구진 경고

입력 2026-06-05 07:00

항노화 임상 41건 종합 분석… 입증 안 된 보충제보다 '운동과 식단'이 확실한 효과

(어도비스톡)
(어도비스톡)

노화를 늦춘다는 약과 건강기능식품은 많지만,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효과를 확인한 연구는 아직 많지 않다.

미국 하버드의대 유전학과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와 탈리헬스의 아디브 존슨 박사는 최근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제네틱스’에 사람을 대상으로 한 노화 개입 연구를 종합한 논문을 발표했다. 미국의 장수과학 플랫폼 ‘라이프스팬닷컴’은 지난 2일 이 연구 결과를 대중에게 소개했다. 라이프스팬닷컴은 장수과학 연구와 관련 정보를 대중에게 알리고, 연구자와 일반 독자를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이번 논문은 이른바 ‘후성유전 노화시계’를 이용한 연구를 모아 분석했다. 후성유전 노화시계란 사람의 몸이 생물학적으로 얼마나 늙었는지를 추정하는 기술이다. 주민등록상 나이가 아니라, 세포 안의 변화가 어느 정도 노화된 상태를 보이는지를 보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DNA에 붙는 작은 화학적 표지의 변화를 살펴 몸의 노화 상태를 계산한다.

다만 이 노화시계가 아직 완전한 판정 기준은 아니다. 노화시계 수치가 낮아졌다고 해서 실제로 수명이 늘었다거나, 몸 전체의 노화가 되돌아갔다고 말할 수는 없다. 후성유전 노화시계는 노화 연구에서 유용한 도구이지만, 아직 질병 예방이나 수명 연장 효과를 대신 입증하는 공식 기준으로 확립지는 않았다.

논문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개입 연구 41건을 추려 분석했다. 동물실험이나 세포실험은 제외했다. 연구진은 약물, 생활습관과 보충제, 비약물 치료, 심리사회적 개입 등으로 나눠 결과를 살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익숙한 생활습관의 효과다. 운동, 식물성 식품이 많은 식단, 열량 제한, 오메가3 지방산, 종합비타민·미네랄 보충제 등은 일부 연구에서 노화시계 수치를 낮추는 방향의 결과를 보였다. 생선 기름 성분으로 잘 알려진 오메가3 지방산은 여러 연구에서 일부 노화 지표를 개선하는 신호를 보였다. 비타민D와 집에서 하는 운동을 함께 적용했을 때 일부 지표에서 추가 효과가 나타난 연구도 있었다.

식단과 운동도 일정한 가능성을 보였다. 식물성 식품이 풍부한 식단은 일부 연구에서 노화시계 수치를 낮췄다. 열량을 줄이는 식사법도 노화 속도 지표를 낮추는 결과가 있었다. 6개월간 자전거 운동을 한 연구에서는 일부 노화 지표가 개선됐다. 허약한 노인을 대상으로 운동과 영양 보충을 함께 시행한 연구에서도 긍정적 변화가 보고됐다.

노화를 늦춰준다는 약물에 대한 맹신은 경계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만 치료제로도 알려진 세마글루타이드와 콜레스테롤 저하제인 피타바스타틴은 일부 환자 연구에서 노화시계 수치를 낮추는 결과를 보였다. 그러나 연구 대상이 특정 질환을 가진 환자였기 때문에, 이를 일반인이 복용해도 노화가 늦춰진다는 뜻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반대로 항노화 분야에서 자주 거론되는 약물이나 보충제 가운데는 뚜렷한 효과가 확인되지 않은 것도 있었다. 라파마이신은 원래 면역억제제로 쓰이는 약물로, 노화 연구에서 관심을 받아왔지만 이번 리뷰에 포함된 사람 대상 연구에서는 노화시계 개선이 확인되지 않았다. 니코틴아마이드 리보사이드 역시 항노화 보충제로 알려져 있으나, 주요 노화 지표에서 유의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몸 안의 노화세포를 줄이려는 세놀리틱스 계열 개입도 기대만큼 뚜렷한 결과를 보이지 않았다.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르민은 일부 소규모 연구에서는 긍정적 신호가 있었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 대상과 기간, 표본 수가 달라 아직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의미다.

흥미로운 점은 일부 개입이 오히려 반대 방향의 결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혈장을 분리해 교체하는 혈장교환은 일부 항노화 담론에서 관심을 받아 왔지만,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되레 일부 노화시계 지표가 소폭 나빠지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항노화 치료처럼 소개되는 방식이라도 사람 대상 연구에서는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논문은 사람을 대상으로, 개입 전후의 노화시계 변화를 측정한 연구만 모아 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만 모아 봤을 때, 항노화 효과를 둘러싼 주장 상당수는 아직 검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이 연구는 설명한다. 일부 약물에서 노화를 늦출 가능성은 확인되고 있지만, 과장된 기대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장기 검증이 먼저라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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