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세청이 편법 상속·증여 적발 유형을 발표했다.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사례와 국세청이 어떻게 추적해내는지 살펴봄으로써, 시니어 세대가 나아가야 할 올바르고 합법적인 자산 승계의 길을 살펴보고자 한다.

대한민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끌어온 시니어 세대는 과거 어느 세대보다 풍부한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축적한 주인공이다. 통계청과 금융투자 업계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층 자산의 70~80%가량이 부동산 등 비유동성 자산에 편중된 것으로 나타난다.
인구통계학적 및 경제적 배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것이 바로 ‘부의 이전’, 즉 상속과 증여다. 평생 일군 소중한 자산을 자녀와 손주에게 온전하게 물려주고자 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마음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상속·증여세법은 최고세율이 50%(대주주 주식 할증 시 최고 60%)에 달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세 부담이 높은 편이다. 문제는 세금을 덜 내려는 고민 과정에서 일부가 법과 제도의 테두리를 벗어난 ‘편법’이나 ‘탈세’의 유혹에 쉽게 노출된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친인척 간 현금 거래나 이면 계약, 형식적인 차용증 작성 등이 관행처럼 통용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세정(稅政) 환경은 과거와 완전히 다르다. 지금은 소득·재산·금융 거래 자료가 연계돼 가족 간 자금 이동을 이전보다 정밀하게 검증한다.
특히 부동산 자산의 상속과 증여는 등기부등본이라는 공적 장부에 거래 내역과 소유권 변동이 고스란히 기록되므로, 국세청의 일차적인 검증 타깃이 된다. 자녀가 소득에 비해 과도하게 비싼 주택을 취득하거나, 부모의 부동산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자녀에게 저가로 매각될 때 과세 당국의 감시 시스템이 즉각 작동한다.
국세청의 핵심 무기 알아보기
시니어 자산가들이 세무조사의 그물망에 걸려드는 결정적인 이유는 국세청이 보유한 첨단 분석 시스템의 성능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세무조사가 제보나 무작위 추출, 혹은 대규모 자산가 정기 조사에 의존했다면, 요즘의 세무조사는 정밀한 데이터 과학과 알고리즘으로 이뤄진다.
(1) PCI 시스템
PCI(Property, Consumption and Income) 시스템은 국세청이 보유하고 있는 각종 과세 정보 자료를 바탕으로 국민 개개인의 ‘소득(Income)’과 ‘재산 취득(Property)’, 그리고 해외여행·신용카드 등 ‘소비 지출(Consumption)’ 내역을 통합 연계해 분석하는 시스템이다. 기본적인 분석 공식은 매우 직관적이다.
신고소득과 확인된 자금만으로 취득 비용을 설명하지 못하면 자금 출처 검증 대상이 될 수 있다.
(2) 금융정보분석원 정보와 고액 현금거래 추적
국세청은 은행 창구에서 발생하는 1000만 원 이상의 현금거래(고액 현금거래 보고, CTR)나 의심스러운 금융거래(의심 거래 보고, STR) 정보를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거의 실시간으로 제공받는다. 부모가 세무조사를 피하기 위해 은행 창구에서 수억 원의 현금을 여러 번에 걸쳐 인출한 뒤 자녀에게 전달하더라도, 은행의 시스템과 FIU를 거쳐 국세청에 자동으로 통보된다. 즉 고액의 현금 인출 행위 자체가 국세청의 일차적인 분석 대상이 되는 구조다.
(3) AI 기반 빅데이터 및 탈세 분석 시스템
최근 국세청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세정 전반에 전면 도입했다. AI 시스템은 단순히 금액의 합산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가족관계 가계도, 부동산 거래 내역, 법인 주주명부, 자금 이동 패턴 등 방대한 비정형 데이터를 교차 분석한다. 가족 간에 돈이 오간 정황, 위장 계열사를 통한 자금세탁, 명의신탁이 의심되는 주식 이동 패턴 등을 AI가 스스로 학습된 알고리즘을 통해 탐지해낸다. 따라서 ‘설마 이런 작은 거래까지 알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은 디지털 세정 환경에서 결코 통용될 수 없다.

세금 탈루 유형과 적발 사례 분석
국세청이 최근 적발해 공개한 상속·증여세 탈루 사례를 보면, 그 수법이 점차 정교해지고 있으나 결국 첨단 추적 시스템 앞에서는 모두 덜미가 잡혔음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유형을 통해 시니어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을 분석해본다.
사례 1 허위 차용증과 변칙 대출로 우회 증여
자산가 부유한(가명) 씨는 서른 살인 아들이 고가 아파트를 매입하자, 아파트 취득 자금 중 8억 원을 자신의 계좌에서 아들의 계좌로 직접 송금했다. 세무조사를 우려한 부 씨는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한 금전소비대차계약서(차용증)를 작성하고 법정 이율에 준하는 이자를 주고받는 형식을 취했다. 아들은 실제로 매달 아버지에게 이자 명목으로 약 300만 원씩 송금했다.
그러나 국세청의 금융거래 내역 추적 결과, 아들이 아버지에게 입금한 이자의 원천이 다름 아닌 아버지가 아들의 다른 비밀 계좌로 몰래 입금해준 현금이나 아버지가 대납해준 신용카드 대금이었음이 드러났다.
즉 외관상으로는 이자를 정상적으로 주고받는 적법한 대출거래처럼 꾸몄으나, 실제로는 아버지가 준 돈으로 다시 아버지에게 이자를 내는 ‘회전문 형식의 통정 거래’이자 ‘허위 차용증’이었던 것이다. 국세청은 이를 금전대차가 아닌 전액 변칙 증여로 판단해, 8억 원에 대한 증여세뿐 아니라 고액의 가산세까지 수억 원을 추징했다.
사례 2 특수관계인 임대보증금 미상환
부친 이미갑(가명) 씨는 고가 아파트를 자녀 이재희(가명)에게 증여하며 보증금 채무 ○○억 원은 자녀가 상환하는 조건의 부담부증여 신고를 했다. 해당 아파트의 임차인은 자녀의 특수관계인(외조부)이었다. 외조부는 임대차 계약 만료 후 전출한 것으로 확인되나, 보증금 반환 내역은 불분명했다. 이후 자녀가 새로운 임차인으로부터 받은 고액의 보증금은 해외 주식과 골드바 등 투자자산 취득 및 명품 구입 등 사치성 생활자금으로 사용됐다.
특수관계인인 외조부와의 임대차 계약이 만료됐음에도 장기간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아 채무(임대보증금)를 면제받은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부과했다.
사례 3 대출 상환은 본인, 생활비는 부모
자녀 강호돈(가명) 씨는 모친 최미자(가명) 씨로부터 서울 소재 OO억 원의 고가 아파트에 대한 주택 담보대출 O억 원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부담부증여를 받았다. 채무를 인수하는 조건의 증여를 받으면 아파트 시가에서 채무 승계액을 뺀 금액만 증여받은 것으로 보므로 증여세 부담이 줄어든다(채무 승계액은 양도받은 것으로 보아 증여자는 양도세를 납부해야 함).
강 씨는 승계받은 대출을 전액 본인의 근로소득으로 상환해 이 부분은 문제가 없지만, 근로소득 전부를 대출 상환에 사용하다 보니 본인의 생활비·자녀 유학비· 해외여행 경비 등의 자금이 부족했다. 즉 채무상환 증빙을 갖추기 위해 본인 소득은 근저당 채무상환에 사용하고 생활비 등을 모친 최 씨로부터 증여받은 혐의가 있어 자금출처조사 대상자로 선정됐다.
부모가 자녀의 생활비나 카드 대금을 지속적으로 대신 부담한 경우에도 별도의 증여 여부가 문제 될 수 있다.
사례 4 부동산 저가 양도와 특수관계 법인 활용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줄 때 증여세 대신 양도소득세 형식을 빌리거나, 자신이 지분을 가진 법인을 끼워 넣어 거래를 복잡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양도해(가명) 씨는 시가 20억 원 상당의 상가 건물을 아들에게 증여하고 싶었으나, 증여세 부담이 너무 크자 ‘양도’ 방식을 택했다. 아들에게 단 10억 원에 건물을 파는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자녀는 직장 생활을 통해 모은 돈과 일부 대출을 활용해 10억 원을 아버지에게 실지 지급했다. 양도해 씨는 시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팔았기 때문에 양도소득세도 적게 신고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특수관계자 간 저가양수’도 규정을 엄격히 적용했다. 세법상 시가와 대가의 차액에서 ‘시가의 30%와 3억 원 중 작은 금액’을 공제한 금액을 증여 이익으로 계산한다.
또한 부모에게는 시가 20억 원을 기준으로 양도소득세를 다시 계산하는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을 적용했다. 결국 양도해 씨는 양도소득세 추징, 아들은 저가 취득에 따른 증여세 추징이 동시에 발생한다.
합법적이고 안전한 자산 승계
상속세 신고가 접수되면 국세청은 상속재산뿐 아니라 사전 증여, 채무, 가족 간 자금 이동도 함께 검토한다. 따라서 평소 계약서와 금융거래 자료를 일관되게 관리해야 한다.
국세청의 탈세 적발 사례를 관통하는 하나의 결론은 ‘완벽한 편법은 없다’는 사실이다. PCI 시스템과 AI 빅데이터로 무장한 과세 당국은 자산가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더 정확하게 알고 있다.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에 무리한 수법을 동원했다가는 눈앞의 세금보다 몇 배는 더 무서운 가산세와 세무조사라는 부메랑을 맞게 된다.
참된 자산가의 품격은 자산을 모으는 치열한 과정뿐 아니라, 이를 다음 세대로 안전하고 명예롭게 넘겨주는 마무리 과정에서 완성된다. 가장 훌륭한 절세 전략은 편법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현행 세법이 허용하는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제도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녀가 어릴 때부터 증여재산공제의 10년 합산 기간을 활용해 장기 분산 증여를 실천하거나, 부동산을 증여할 때는 부담부증여(채무를 함께 넘기는 방식)의 실익을 꼼꼼히 따져보고 공신력 있는 감정평가 법인을 통해 시가를 객관화해 과세 관청과의 마찰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자산의 일부를 공익재단에 기부하거나 상속형 신탁상품을 활용하는 등 다각적인 자산 유동화 및 승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제 시니어 자산가들은 ‘세무조사를 어떻게 피할 것인가’라는 위험한 질문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가장 투명하고 합법적으로 부를 승계해 자녀의 자립을 도울 것인가’라는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신뢰할 수 있는 세무 전문가와 함께 미리 준비하고 철저히 기록하는 것만이, 평생을 바쳐 일군 소중한 재산과 사랑하는 가족을 동시에 지키는 가장 확실한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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