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된 농촌에서 농지와 산지는 소중한 자산이다. 하지만 땅이 있어도 현금흐름이 부족한 시니어들이 많다. 정부가 운영하는 ‘농지연금’과 ‘산지연금’ 제도는 농지와 산지를 연금으로 바꿔준다. 농지연금이 농지를 담보로 매달 돈을 받는 ‘농업인 전용 주택연금’이라면, 산지연금은 산지를 정부에 팔아 10년간 나눠 받는 방식이다. 지방에 거주하는 시니어의 고민을 해결해줄 두 제도에 대해 알아보자.

사례 1
“병원비에 자식 결혼자금 걱정, 농지 팔까?”
김영수(63, 가명) 씨는 경기도 외곽에서 20년째 과수원을 운영하며 살아왔다. 이제는 은퇴를 고려할 나이다. 그러나 노후 생활비와 자녀들의 결혼자금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자식들은 “내가 벌어서 하겠다”고 하지만 부모의 마음이 어디 그런가? 또 부쩍 병원에 가는 횟수가 늘어나 생활비도 만만치 않다. 결국 “농지를 팔아 현금을 마련할까 해요. 하지만 땅을 지키며 계속 농사를 짓고 싶어요”라는 김 씨. 농촌에는 그와 같은 고민을 하는 60대가 많다. 안정적인 월수입을 원하지만, 농지를 포기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다.
사례 2
“처치 곤란 산, 자식들도 싫다는데…”
강원도에 선산과 임야를 보유한 박중희(74, 가명) 씨는 걱정이 태산이다. 세금은 꼬박꼬박 나가는데, 산소 관리는 날이 갈수록 힘들다. 자식들은 “그 험한 산을 받아서 뭐 하냐”라며 물려받기를 꺼린다. 팔려고 내놓아도 사겠다는 사람 자체가 드물다. 박 씨는 “차라리 이 산을 국가가 사 가고, 그 돈을 쪼개서 내 노후 생활비로 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매일 한다.

농지연금 : 농지 지키며 매달 연금도
농지연금은 한국농어촌공사가 운영하는 제도로, 만 60세 이상 농업인이 소유한 농지를 담보로 매월 연금을 받는 시스템이다. 2011년에 시작해 고령 농업인에게 인기가 많다.
가입자의 자격 조건은 만 60세 이상, 영농 경력 5년 이상, 농지 소유 기간 2년 이상이다. 대상 농지는 실제 경작 중이거나 임대 중인 땅이다. 2020년 이후에 취득한 농지라면 가입자의 주민등록 주소지에서 직선거리 30㎞ 이내에 있어야 한다.
신청 당시 55세 이상인 배우자가 연금 승계를 선택하면, 가입자의 사망 후 남은 배우자가 사망할 때까지 계속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월 지급액은 농지 가격, 가입 연령, 지급 방식에 따라 다르고, 상한 금액은 300만 원이다. 지급 방식은 크게 ‘종신형’과 ‘기간형’으로 나뉘는데, 종신형은 말 그대로 평생 연금을 받는 상품이다. 종신정액형(평생 매월 일정액 수령), 전후후박형(초기 10년은 정액형보다 많고 이후는 적음), 수시인출형(필요할 때 총 지급 가능액의 일부 인출 가능)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기간형은 5~20년 사이 정해진 기간에 받는 것으로 기간정액형(선택한 기간만 매월 일정액 수령), 경영이양형(기간 끝나면 공사에 소유권 넘김), 은퇴직불형(기간 끝나면 공사에 소유권 넘김+직불금·임대료·월 지급금을 함께 받음)이 있다.
예를 들어 70세에 1억 원 농지로 가입한 사람의 매월 수령액은 종신정액형이 40만 원 전후(저소득층, 장기 영농인 여부에 따라 다름), 은퇴직불형 10년을 택하면 94만 3840원, 경영이양형 5년을 택하면 177만 4000원이다. 가입 전에 내 농지로 예상 월 수령액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확인과 신청은 농지은행 통합포털에서 상담 신청하거나, 가까운 농어촌공사 지사를 방문하면 된다. 필요 서류는 신분증, 농지 등기부등본, 영농 경력 증명서 등. 상담 후 심사를 받고 계약한다.
농지연금은 연금을 받으면서 담보 농지를 경작하거나 임대할 수 있어 연금 이외의 추가 소득을 얻을 수 있다. 또 지급 방식에 따라 농지를 계속 소유할 수도 있다. 다만 주의할 점도 있다. 농지연금은 ‘연금’이라는 표현이 붙어도 구조상 담보 설정이 들어가므로 권리관계(근저당·압류·공유지분 등)와 가족 합의가 중요하다.

산지연금 : 산지 팔아 10년 나눠 받기
농지연금보다 상대적으로 더 낯선 개념이 산지연금이다. 2020년대 들어 귀농·귀촌 열풍으로 귀산 또한 주목받고 있다. 산지연금은 산림청의 ‘산지연금형 사유림 매수’ 제도의 간단한 호칭이다. 개인 소유 산지를 정부가 사서 10년간 연금처럼 나눠 지급한다고 보면 된다. 자격 조건은 산지를 소유한 등록된 임업인이며, 산지 취득 후 1년 이상 보유(상속·증여는 예외)해야 신청할 수 있다. 대상 산지는 개발 제한 없고, 면적·위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연금 지급 방식은 산지 감정가의 40%를 선지급하고, 나머지 60%를 10년간 매월 연금식으로 지급한다. 예를 들어 5억 원의 산지라면 선지급으로 2억 원을, 나머지 3억 원은 10년간 월 250만 원씩 받을 수 있다. 즉 산림청이 사유림을 매수하고, 그 대금을 10년(120개월) 동안 이자와 지가 상승분을 더해 매월 나눠 지급하는 제도다. 일시금 수령 시 발생하는 세금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 또 농지연금과 달리 나이나 거주지 제한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자산이전형’ 상품이기 때문에 소유권을 국가로 넘기고, 임야 관리의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2025년부터 산지연금 신청이 폭주해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예산이 소진될 만큼 인기가 높다. 산주들 사이에서 ‘어차피 관리 못 할 산, 국가에 맡기고 효자 연금 받자’는 인식이 퍼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산지연금은 지역 관할 국유림관리소에서 신청하며, 이곳에서 산지의 평가와 매매 조건이 결정된다. 가입하려면 소유한 산지의 소재지를 담당하는 국유림관리소를 직접 방문하거나, 우편과 팩스로 매도 승낙서를 제출한다. 매도 승낙서 제출 후 해당 관리소에서 현지 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매매 가능 여부를 결정한다. 이때 감정평가를 통해 산지의 가치를 평가하고, 매매가격을 책정한다.
마지막은 매매계약 체결인데, 매매가 결정되면 산지의 소유권 이전과 함께 매매대금이 지급된다. 사유림 매매와 관련해 매도 승낙, 현지 조사, 매매가격 결정 등의 자세한 내용은 소유한 산림의 소재 지역 관할 국유림관리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산림청은 2021년 제도 도입 이후 산주들의 의견을 수렴해, 매매 가능한 최소 면적 기준을 없애고 계약할 때 매매대금을 최대 40%까지 선지급하는 등 산지연금형 사유림 매수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성화했다. 아울러 나머지 매매대금 60%에 대해 10년 동안 매월 원금 균등으로 지급하던 것에서 이자와 지가 상승 보상액 등을 반영해 지급하는 원리금 균등 방식으로 개선해, 산주들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안정적인 재정 관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지난해 7월부터는 제도의 대상지를 경영임지까지 확장해 매수 대상을 넓히고 있다. 경영임지란 산림사업이 가능한 지역으로, 조림이나 숲 가꾸기, 임도 설치 같은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곳이다. 이에 따라 산주들의 참여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으며, 올해는 매수 목표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농지연금과 산지연금은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니다. 자식들에게 짐을 지우지 않고 스스로 노후를 책임지려는 시니어들의 자존심을 지키는 방편이다. 최근 모 신문보도에 따르면, 농지연금 가입자의 65%가 70세 이상일 정도로 고령층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하지만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가입해야 더 효율적으로 자산을 운용할 수 있다. 특히 산지연금은 국유림 확대 정책에 따라 매수 가능한 지역이 정해져 있으므로, 내 산이나 농지가 대상인지 미리 확인해보는 것이 좋겠다.
“땅은 정직하다”라는 말이 있다. 평생 정직하게 일궈온 시니어들의 땅이 이제는 여러분의 노후를 편안하게 지켜줄 차례다. 지금 바로 농어촌공사와 산림청의 문을 두드려 자식들도 모르는 든든한 비상금을 준비해보자.




![[현장에서] 카카오뱅크, ‘AI 금융 비서’로 진화…초개인화 서비스 승부수](https://img.etoday.co.kr/crop/190/120/2319036.jpg)



![[윤나래의 세대읽기] 지금 가장 핫한 건 역사와 전통?](https://img.etoday.co.kr/crop/85/60/2315435.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