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상속세가 부과된 피상속인(사망자) 80세 이상이 1만 712건으로, 전체 상속 건수의 53.7%에 달했다. 이들이 물려준 재산은 총 20조 3200억 원(재산가액 기준)이었다. 전년보다 3조 9100억 원 늘어난 규모로, 80세 이상이 물려준 재산이 20조 원을 넘은 건 처음이다. 5년 전인 6조 6100억 원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 규모다.

피상속인이 80세 이상이라면 상속받는 자녀는 적어도 50대 중반을 넘긴 경우가 많다. 이처럼 고령층 인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노노(老老) 상속 사례도 증가하는 흐름이다. 노노 상속이 늘어나면서 국내에서도 일본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은 늘어난 노노 상속으로 돈을 쓸 곳이 많은 젊은 세대에 부가 넘어가지 않고 계속 고령층에 머물며 경제 전체에 돈이 돌지 않는 악순환이 나타난 바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자산에서 유동화하기 어려운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노노 상속이 늘면 내수를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사례 1 “당장 쓸 돈이 없는데 팔지 말라니…”
서울에 사는 기정호(78, 가명) 씨는 20년 넘게 보유한 아파트 한 채와 지방의 작은 상가를 갖고 있다. 장부상 자산은 20억 원이 넘지만, 매달 손에 쥐는 현금은 국민연금과 임대료 일부를 합쳐 250만 원 남짓이다. 문제는 상가 공실이 길어지고, 아파트 관리비와 병원비가 늘어나면서 생활비가 빠듯해졌다는 점이다. 자녀들은 “아버지, 집은 처분하지 말고 꼭 남겨주세요. 나중에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라고 말하지만, 기 씨는 속으로 생각한다. ‘내가 아프고 불편한데, 이 집을 끝까지 지키는 게 과연 누구를 위한 일일까.’
사례 2 “이 나이에도 중년의 자식 걱정”
부산에 사는 이영숙(82, 가명) 씨의 고민은 조금 다르다. 남편과 함께 평생 모은 돈으로 마련한 단독주택과 예금이 있다. 두 자녀는 모두 50대 후반이다. 큰아들은 퇴직을 앞두고 있고, 작은딸도 자녀 대학 등록금과 대출 상환으로 여유가 없다. 이 씨는 자녀에게 미리 일부를 증여하고 싶지만, 세금 부담과 형제간 갈등이 걱정된다. 그렇다고 사후 상속으로만 남기자니, 자녀들도 이미 노후를 걱정해야 할 나이가 됐다. “내가 조금이라도 일찍 도와주는 게 맞을까, 아니면 내 병원비와 간병비부터 챙기는 게 맞을까.” 이 씨의 고민은 이제 많은 고령층 가정의 현실이 됐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올해 초에 발표한 연구보고서 ‘고령인구 자산 분포와 불평등 구조의 변화’는 한국이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이행하는 가운데, 고령층이 단일한 경제적 취약 집단이 아닌 자산 계층과 빈곤층이 공존하는 이질적 집단임을 확인하고, 연령대와 자산 보유 여부에 따라 차별화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자산 분야 분석에서 부동산 자산 보유 가구의 연령 구성이 고령층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체 부동산 보유 가구 중 65세 이상 가구주 비중은 2012년 23%에서 2024년 30%로 7%p 상승했으며, 55~64세를 포함한 준고령 이상 가구주의 비중은 절반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거주 주택 자산 보유 가구에서도 65세 이상 비중이 같은 기간 25.1%에서 32.2%로 확대됐고, 특히 75세 이상 후기고령자의 부동산 보유 비중이 7.4%에서 12.5%로 5.1%p, 거주 주택 보유 비중이 8.3%에서 13.5%로 5.2%p 증가해 부동산 자산의 고연령층 집중에 후기고령자의 비중 증가가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주택 보유 통계에서도 동일한 변화가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60세 이상 주택 보유 비중은 2015년 약 33%에서 2024년 45% 이상으로 상승해 주택 소유 중심축이 고령층으로 이동했으며, 특히 12억 원 초과 고가 주택의 경우 2024년 고령층 비중이 54.2%로 과반을 넘어섰다. 보고서는 고령층이 보유 주택을 매각하기보다 자산 축적이나 투자 및 상속을 위해 보유하는 경향이 강해, 수명 연장과 초고령화에 따라 주택 자산이 장기간 동결되는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노 상속과 부동산의 딜레마
지금까지 대한민국 고령자의 부동산 보유 현실을 살펴봤다. 2026년 현재 한국 사회의 상속 문제는 단순히 ‘부모가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문제’를 넘어섰다. 노노 상속 시대에는 자산이 젊은 세대의 주거·교육·창업·소비로 빠르게 이동하지 못하고, 다시 고령층 내부에 머무는 구조가 강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고령층의 자산 구성이 지나치게 부동산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국회미래연구원 발표 자료에서 65세 이상 순자산이 최초 전체 가구 평균을 상회했지만, 금융자산은 여전히 부족해 ‘자산은 부유하나 현금은 빈곤한 상태’가 나타나고 있다. 많은 시니어가 ‘부자’처럼 보이지만 실제 생활은 넉넉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집값이 오른 덕분에 순자산은 늘었지만, 매달 쓸 수 있는 현금흐름은 부족하다. 병원비·간병비·보험료·관리비·세금은 매달 빠져나가지만, 보유 부동산은 쉽게 쪼개 쓸 수 없다. 그래서 시니어 자산관리의 핵심 질문은 이제 ‘얼마를 남길 것인가’가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 쓸 것인가’로 바뀌어야 한다.
통계청의 2025년 고령자 통계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2025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20.3%로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섰고, 2036년에는 30%,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2024년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고령자 가구의 순자산은 4억 6594만 원으로 전년보다 증가했지만, 2023년 66세 이상 은퇴 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39.8%에 달했다. 즉 고령층은 자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소득 빈곤에 노출된 이중적 구조 속에 놓여 있다.

‘돈’맥경화 예방 등 원칙 있는 상속
이런 상황에서 시니어가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상속보다 생전 현금흐름이다. 자녀에게 부동산을 물려주는 일은 중요하지만, 부모 자신의 생활비·의료비·간병비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증여하거나 상속 계획을 세우는 것은 위험하다. 특히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은퇴 후 20~30년을 살아야 하는 시대다. 70대 초반에 자녀에게 재산을 너무 많이 넘겼다가 80대 후반에 본인의 요양비가 부족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따라서 시니어 자산관리의 첫 번째 원칙은 ‘자녀 몫을 정하기 전에 내 노후 비용부터 계산하라’는 것이다.
두 번째 원칙은 부동산을 단순 보유 자산이 아니라 현금흐름 자산으로 재설계하는 것이다. 보유 주택·상가·토지·오피스텔이 있다면 각각의 역할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 실거주하는 주택은 안정성을 주지만 현금흐름은 만들지 못한다. 상가는 임대료를 줄 수 있지만 공실과 수선비, 금리 부담이 크다. 토지는 장기 상승 기대가 있을 수 있지만, 세금과 유동성 문제가 따른다. 따라서 시니어는 부동산을 ‘언젠가 오를 자산’이 아니라 ‘매달 나를 먹여 살리는 자산인가’라는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세 번째 원칙은 사전 증여와 사후 상속을 이분법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부모가 생전에 일부를 증여하면 자녀의 주택 구입, 창업, 부채 상환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증여세 부담, 형제간 형평성, 부모의 생활비 부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사후 상속만 고집하면 자녀가 이미 60대가 된 뒤에야 재산을 받게 돼 자산 이전의 경제적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노노 상속의 문제는 여기에 있다. 재산이 너무 늦게 이전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전부 지금 주거나 전부 나중에 주는 방식’이 아니라, 부모의 노후 현금흐름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단계적으로 이전하는 설계’다. 이때 세금 문제도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국세청 안내에 따르면 상속세는 과세표준 구간에 따라 최저 10%에서 최고 50%까지 초과누진세율을 부과하는 구조다. 상속재산 규모가 크거나 부동산 비중이 높을수록 상속세 납부를 위해 부동산을 급하게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임대용 부동산이나 토지처럼 거래가 쉽지 않은 자산은 상속세 재원 마련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네 번째 원칙은 치매나 인지 저하, 간병 리스크를 상속 설계에 반영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고령층의 자산관리 문제에서 치매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4월부터 치매나 경도인지장애를 앓는 고령자의 재산(치매머니)을 국민연금공단이 신탁 방식으로 관리해주는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 시범 사업도 시작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서비스는 최대 10억 원의 현금성 자산을 관리하고, 매월 의료비와 생활비 등을 지급하는 구조로 운영한다. 민간 금융권에서도 사전 대비형 신탁, 유언대용신탁, 치매안심신탁, 가족신탁과 같은 구조가 주목받고 있다. 예컨대 유언대용신탁은 생전 자산운용, 치매 발병 후 자산관리, 사후 상속 분배까지 연결할 수 있고, 치매안심신탁은 치매 진단 여부에 따라 생활비·요양비 지급 방식을 자동으로 전환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삶의 방향성과 함께 고민해야
결국 시니어 부동산 자산관리의 핵심은 ‘집을 남길 것인가, 삶을 지킬 것인가’의 균형이다. 물론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일은 부모 세대에게 매우 중요한 가치일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자녀도 부모의 부동산을 무조건 기다리기보다 부모가 살아 있는 동안 안정적인 노후를 보내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부모가 생활비 부족으로 불안해하고, 병원비 때문에 집을 지키면서도 마음 편히 쓰지 못한다면 그것은 좋은 상속이 아니다. 좋은 상속은 큰 집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노후가 무너지지 않고 자녀와의 관계도 깨지지 않도록 미리 설계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시니어에게 필요한 자산운용 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전체 자산을 거주용 부동산, 수익형 부동산, 금융자산, 비상자금, 상속 예정 자산으로 구분해야 한다. 둘째, 최소 5년치 생활비와 의료·간병비는 부동산이 아니라 현금성·금융성 자산으로 확보해야 한다. 셋째, 자녀에게 넘길 자산은 감정이 아니라 숫자로 정해야 한다. ‘큰아들에게는 집, 작은딸에게는 예금’처럼 단순하게 나누면 나중에 분쟁이 생길 수 있다. 현재 가치, 세금, 임대수익, 대출, 관리 부담까지 함께 계산해야 한다.
노노 상속 시대의 결론은 명확하다. “자녀에게 물려줄 것인가, 내가 먼저 쓸 것인가”라는 질문의 답은 어느 한쪽이 아니다. 먼저 내 노후를 지키고, 그다음 자녀에게 공정하게 이전하는 것이 정답에 가깝다.
부동산은 가족의 추억이 담긴 자산이지만, 동시에 노후의 마지막 안전판이다. 그 안전판을 너무 일찍 넘겨도 문제이고, 끝까지 붙잡고만 있어도 문제다. 2026년의 시니어 자산관리는 상속의 기술이 아니라 삶의 설계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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