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돌봄인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인력을 사실상 모두 끌어모으고 있다. 돌봄 경력자를 서로 빼앗는 경쟁에서 벗어나,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보조 업무를 맡기고 가사·육아를 병행하는 구직자와 한부모 가정까지 돌봄 일자리로 끌어들이는 실험이 잇따르고 있다. 젊은 층을 붙잡기 위해 월급날 전에 급여를 미리 받게 한 회사가 나왔고, 돌봄 일자리의 이미지를 바꾸려는 정부 지원 홍보사업도 등장했다.
일본의 돌봄 인력난은 이미 구조적인 수준이다. 경제산업성은 2040년 돌봄이 필요한 고령층이 약 1000만 명으로 늘어나는 반면, 돌봄 인력은 약 57만 명 모자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업계가 문을 넓혀도 바깥 인력은 좀처럼 들어오지 않는다. 인력서비스기업 플렉스가 18일 내놓은 ‘돌봄직종 이직 실태 보고서’를 보면, 돌봄직종으로 옮긴 사람의 68.4%는 직전에도 돌봄·의료 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다. 정부와 업계가 '무경험자와 타 업종 인력 유입'을 인력 확보 대책으로 내세워 왔지만, 실제 이직 시장은 기존 경험자가 자리를 옮기는 데 기대고 있는 셈이다.
나이 문턱은 다른 업종보다 낮은 편이다. 플렉스 조사에서 돌봄직종 구인 연령 상한의 중앙값은 59세로 조사 대상 직종 가운데 가장 높았고, 실제 구직자의 연령 중앙값은 47세였다. 그러나 업체들이 중장년층까지 채용의 폭을 넓혔는데도 다른 산업에서 돌봄으로 넘어오는 흐름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할 수 있는 일만 시켜 채용 유도”
그래서 요즘 일본의 인력 확보 전략은 한 지점으로 모인다. 자격이나 경력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을 따로 떼어내, 그 자리에 새 인력을 채워 넣는 것이다.
일본생명과 비스타일미디어는 돌봄 인력난 해소를 위한 포괄협약을 맺고, 9월부터 기타큐슈시에서 '돌봄보조 인력'을 도입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전문 인력이 맡아 온 일 가운데 몸을 직접 돌보지 않아도 되는 업무를 떼어내,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맡기는 방식이다. 채용과 인력 연결은 비스타일미디어가, 사업 총괄은 일본생명이 맡는다. 의료·돌봄 컨설팅기업 메디바는 현장의 업무 분담 설계와 초기 교육·정착을, 니치이홀딩스는 돌봄직종 경력개발 교육을 맡는다.
잠재 인력은 적지 않아 보인다. 비스타일미디어의 주부 대상 구인사이트 회원 대상 조사결과, '간병보조·돌봄보조'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까지 안다는 응답은 31%에 그쳤다. 하지만 업무 내용을 설명한 뒤 취업 의향을 묻자 41.8%가 "몸을 직접 돌보는 일이 아니라면 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돌봄이라는 직업 자체보다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다는 사실이 진입 장벽이었던 셈이다.
“일·육아 병행하며 돌봄직종 참여할 수 있게”
지방자치단체는 그동안 돌봄 인력 공급원으로 여겨지지 않던 계층까지 찾아 나섰다. 나가노현 사쿠시는 올해 한부모 가정의 취업과 지역 돌봄인력 확보를 함께 노린 '한부모 취업 밀착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을 맡은 BCC는 한부모 가장을 대상으로 돌봄 분야를 알리는 단계부터 교육과 취업 알선, 취업 뒤 정착까지 한 흐름으로 지원한다. 돌봄 레크리에이션을 활용한 실습형 교육을 제공하고, 한부모 취업 지원 경험이 있는 일자리 기업과 손잡고 취업 이후까지 관리한다. 지역 돌봄 사업장과 교육기관을 연결해 실제 일자리로 이어주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일하는 사람을 붙잡으려는 경쟁은 근무조건을 넘어 '급여를 언제 주느냐'로까지 옮겨붙었다. 돌봄서비스를 운영하는 소요카제는 이달부터 직원 약 1만1000명에게 급여 선지급 제도를 적용했다. 이미 일한 만큼의 급여 일부를 월급날 전에 받는 방식으로, 대출이나 가불이 아니라 근태 기록과 연동해 이미 발생한 임금을 먼저 주는 구조다.
회사는 이를 채용과 정착의 무기로 쓰겠다는 구상이다. 리크루트 조사에서 급여 선지급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10~20대에서 57.9%, 30대에서도 45.5%에 달했다. 임금 수준만이 아니라 '언제 지급하는가'까지 채용 경쟁력으로 삼기 시작한 것이다.
급여도 미리 지급, 인식개선에도 나서
돌봄직종을 보는 사회의 시선 자체를 바꿔 새 인력을 끌어들이려는 시도도 나온다. 돌봄 종사자 모임을 운영하는 블랭킷은 현장 종사자의 실제 경험담을 모아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즐거웠던 순간이나 보람을 느낀 일화를 사연으로 받아 영상으로 만든 뒤, 11월 11일 일본의 '돌봄의 날'에 공개한다. 후생노동성의 2026년도 '돌봄 일의 매력 알리기 사업'에 선정돼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다.
실제로 일해 보면 느끼는 보람과, 그 보람이 밖으로 전해지는 정도 사이에는 뚜렷한 틈이 있다. 개호노동안정센터가 지난달 내놓은 2025년도 돌봄노동 실태조사를 보면, 지금의 직장과 일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답한 종사자는 63.2%에 달했다. 하지만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알리기 위해 홈페이지에 일터의 장점을 소개하고 있다는 사업장은 36.8%, SNS를 쓴다는 곳은 16.3%에 그쳤다. 일하면 보람 있는 직업이라는 실제 경험이, 바깥의 부정적 이미지를 뒤집을 만큼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의 최근 대응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돌봄인력 부족을 더는 채용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람을 새로 뽑는 방식이 한계에 부딪히자, 돌봄 업무 자체를 다시 짜고 노동시장 밖에 있던 사람까지 들어올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쪽으로 정책과 기업 전략이 옮겨가고 있다. 무게중심이 '더 많이 채용하자'에서 '인력을 어떻게 돌봄으로 끌어들이고 오래 머물게 하느냐'로 이동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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