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에서 정맥주사로 맞아야 했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당뇨 환자가 인슐린을 맞듯 집에서 주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은 24일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켐비 아이클릭(LEQEMBI IQLIK)’을 미국에서 출시했다고 밝혔다. 자동주사기를 이용해 피부 아래에 약을 넣는 방식으로, 환자나 보호자가 집에서도 투여할 수 있다. 치료 초기부터 유지 단계까지 가정에서 투여할 수 있도록 승인된 항아밀로이드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처음이다.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 쌓이는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해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약이다. 기억력이 조금 떨어지기 시작한 경도인지장애나 초기 단계의 경증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지금까지는 병원을 찾아 정맥주사를 맞아야 했다.
새 제품은 이 같은 불편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치료를 시작할 때는 250mg 자동주사기 2개를 이용해 일주일에 한 번 총 500mg을 투여한다. 주사 한 번에 걸리는 시간은 약 15초다. 치료를 18개월 이상 받은 이후에는 주 1회 360mg을 맞는 유지치료로 바꿀 수 있다. 기존 정맥주사와 자가주사 사이를 오가는 것도 가능하다.
환자 입장에서는 병원 방문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에자이와 바이오젠은 환자와 보호자가 집에서 안전하게 주사할 수 있도록 사용법 안내와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병원을 자주 찾아야 하는 부담이 줄어 여행이나 일상생활을 이어가기 쉬워지고, 의료기관도 주사 준비와 투여에 필요한 인력과 시간을 덜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치료 효과는 기존 레켐비와 같다.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진행한 3상 임상시험에서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1795명을 대상으로 18개월간 치료한 결과, 레켐비 투여군의 인지기능과 일상생활 능력 저하 속도가 위약군보다 27% 늦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레켐비가 이미 진행된 치매를 되돌리는 약은 아니지만 병이 악화되는 속도를 늦춘다는 의미다.
다만 집에서 주사를 맞을 수 있다고 해서 병원 관리까지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레켐비와 같은 항아밀로이드 치료제는 일부 환자에게 뇌가 붓거나 뇌에 미세한 출혈이 생기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이 나타날 수 있다. 임상시험에서는 증상이 있는 ARIA가 레켐비 투여 환자의 3%에서 나타났다. 증상이 없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영상검사에서 ARIA가 확인된 비율은 21%였다.
이 때문에 치료를 시작하기 전 뇌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받아야 하고, 치료가 시작된 뒤에도 정해진 시점에 MRI 검사를 계속 받아야 한다. 특히 치료 초기에는 부작용 여부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국내에서도 레켐비 치료는 이미 이뤄지고 있다. 레켐비는 2024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뒤 같은 해 11월 국내에 출시됐다. 다만 현재 국내에서는 환자가 2주에 한 번 병원을 찾아 정맥주사를 맞는 방식이다. 미국에서 이번에 출시된 자동주사기형 제품이 국내에도 도입될 경우 환자와 보호자의 병원 방문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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