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3

임종부터 수목장까지 장례의 변화

입력 2026-09-13 06:00

[먼슬리 이슈] ‘빈소가 작아져도 여전한 고민’

우리 사회에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다. 누구에게나 닥칠 일이지만, 가능한 한 미루고 싶은 주제다. 장례는 더 어렵다. 가족의 장례를 치러본 사람은 안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병원과 장례식장, 화장장과 장지를 오가며 누구에게 연락할지, 무엇을 선택할지, 비용은 얼마인지 묻는 사이 장례는 끝나 있다.

(이미지=유영현 기자)
(이미지=유영현 기자)

초고령사회에 들어서며 이 익숙한 순서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병원이 아닌 집에서 마지막을 맞고 싶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큰 빈소 대신 가족장과 무빈소장을 고민하는 사람도 늘었다. 화장 이후에는 봉안당뿐 아니라 수목장과 자연장을 찾는 이들도 있다. 장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많은 사람이 다녀간 빈소보다 고인의 뜻, 남은 가족이 감당할 수 있는 방식,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추모의 자리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2024년 사망자는 35만 8569명으로 전년보다 6058명, 1.7% 증가했다. ‘장래인구추계 : 2022~2072년’ 중위 추계는 연간 사망자가 2040년 약 53만 명, 2072년 약 69만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장례는 더 많은 가족이 더 자주 마주하게 될 생활의 문제다.

집에서 마지막을 맞는다는 것

장례문화의 변화는 장례식장보다 앞선 순간, 임종에서 시작된다. 최근 의료계와 돌봄 현장에서는 ‘재가임종’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재가임종은 병원이 아닌 집에서 가족과 함께 마지막을 맞는 것을 뜻한다. 익숙한 공간에서 생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바람은 크지만, 현실은 간단하지 않다.

죽음은 한순간의 사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돌봄의 연장선에 있다. 말기 질환을 앓는 사람에게는 누가 마지막 통증을 살필 것인가가 중요하고, 가족에게는 위급할 때 어디에 연락해야 할지가 중요하다. 임종 뒤에는 누가 사망을 확인하고 어떤 절차로 장례를 시작할 수 있는지도 필요하다.

지난 7월 국회에서 열린 ‘재가임종 지원체계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도 재택의료, 방문간호, 24시간 대응체계, 사망진단 절차 개선, 사후 행정절차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귀훈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과장은 “이르면 내년부터 재가임종 지원 모델 시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집에서 마지막을 맞고 싶다는 말은 단순한 장소 선택이 아니라, 죽음을 의료와 돌봄, 행정과 장례가 이어지는 하나의 과정으로 보자는 요구다.

작은 장례, 무엇을 덜고 무엇을 남길까

사망 뒤 가장 먼저 마주하는 선택은 장례 방식이다. 과거에는 병원 장례식장에 빈소를 차리고, 부고를 보내고, 사흘 동안 조문객을 맞는 절차가 익숙했다. 많은 조문객이 고인을 향한 예우이자 유족의 사회적 관계를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고이장례연구소)
(고이장례연구소)

최근에는 가족장과 무빈소장이 이 공식에 균열을 내고 있다. 가족장은 빈소와 의례를 두되 참석 범위를 가족과 가까운 지인으로 좁힌 장례다. 무빈소장은 별도 빈소 없이 안치·입관·운구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화장으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현장에서도 관심은 커졌다. 김수연 고이장례연구소 매니저는 상담 단계에서 “10건 중 3건 정도는 무빈소 상담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다만 장례는 가족 모두의 일이어서, 처음에는 무빈소장을 생각했다가도 의견을 나누며 빈소를 차리는 쪽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2026년 5월 전국 만 19~69세 남녀 1000명을 조사한 결과, 본인의 장례를 무빈소 방식으로 치를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71.8%였다. 50대는 80.0%, 60대는 79.5%로 높았다. 그러나 최근 3년 안에 장례식에 참석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 가운데 95.1%는 일반 빈소 장례를 접했다고 답했다. 마음속 변화와 현실의 장례 사이에는 아직 거리가 있다.

▲무빈소장 비용, 어디서 줄어드나(이미지=유영현 기자)
▲무빈소장 비용, 어디서 줄어드나(이미지=유영현 기자)

무빈소 장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로는 ‘장례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어서’가 58.1%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작은 장례가 언제나 싼 장례인 것은 아니다. 빈소와 식대가 줄어도 안치료·입관·화장·봉안·차량 등의 비용은 남는다. 어떤 선택지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 유족 입장에서는 비용이 어디서 줄고 어디서 남는지 나눠서 봐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애도 방식이다. 고이장례연구소는 무빈소장을 선택한 가족에게 고인이 좋아하던 음식을 함께 먹거나, 사진을 보거나, 편지를 써오도록 안내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입관식 때는 가족들이 미리 써온 편지를 낭독하며 작별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빈소에서 보내는 시간은 없지만, 다른 방식으로 고인을 떠올릴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작은 장례는 애도를 생략하는 장례가 아니라, 애도의 장소와 방식을 다시 정하는 장례에 가깝다.

▲'원정 화장'이 생기는 이유(이미지=유영현 기자ㆍAI 생성)
▲'원정 화장'이 생기는 이유(이미지=유영현 기자ㆍAI 생성)

보편화된 화장, 더 어려워졌다?

작은 장례가 늘어도 대부분의 장례가 거쳐야 하는 절차가 있다. 화장(火葬)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초고령사회 장사 정책 및 제도개선 방안’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우리나라 화장률은 94.0%에 이른다. 1993년 19.1%였던 화장률은 2005년 매장률을 넘어섰고, 이제는 국민 대부분이 화장을 선택하는 시대가 됐다.

그러나 화장이 보편화됐다고 해서 화장 절차가 언제나 순조로운 것은 아니다. 전국 화장시설은 62곳이며, 수도권에는 단 7곳이 운영 중이다. 예약이 몰리면 원하는 날짜에 화장하지 못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원정을 떠나야 한다. 슬픔 속에서도 화장장을 수소문해 예약하고, 차량과 이동시간을 계산해야 하는 과정은 유족에게 다른 부담이다. 장례는 작아졌는데, 이동과 행정의 부담은 그대로 남을 수 있다.

화장시설 확충과 장사시설의 품질관리도 같은 맥락에 있다. 장례가 개인의 선택이 되려면, 그 선택이 실제로 가능할 수 있는 시설과 제도가 필요하다. 장례문화의 변화는 가족의 마음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사회가 준비해야 할 인프라의 문제이기도 하다.

수목장, 숲에 기억을 맡기는 일

화장 이후의 선택지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선산에 묘를 쓰거나 봉안당에 모시는 방식이 익숙했다. 요즘은 수목장을 알아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수목장은 자연장 가운데 나무를 중심으로 고인을 모시는 형태다.

(하늘길 수목장.)
(하늘길 수목장.)

수목장을 알아보다 보면 ‘분양’이라는 말을 접한다. 마치 나무나 땅을 사는 것처럼 들리지만, 핵심은 소유가 아니라 사용과 관리다. 2024년 개장한 강원도 횡성 하늘길수목장의 사례를 보면, 이곳에서 말하는 분양 금액은 토지나 수목의 소유권 취득 대금이 아니다. 자연장지를 이용할 권리와 시설 관리 서비스를 제공받는 계약 금액이다. 계약 금액에는 자연장지 사용권, 기본 조성비, 안치 절차, 명패 제작 등이 포함되고, 관리비는 수목 관리와 시설 유지·보수, 환경 정비에 쓰인다.

안치 과정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방식에 맞춰 진행된다. 하늘길수목장은 화장한 유골을 한지와 황토를 이용한 자연분해 방식으로 안치한다. 수목이 병충해나 자연재해로 훼손될 경우에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수종으로 교체하거나 복원한다고 설명했다.

수목장을 고를 때 중요한 것은 안치 뒤의 시간이다. 누가 나무를 관리하는지, 수목이 훼손되면 어떻게 처리하는지, 관리비에는 무엇이 포함되는지, 가족이 찾아왔을 때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하늘길수목장은 유가족이 부설 캠핑장을 연 2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 장지에 잠시 들러 인사하고 돌아가는 데 그치지 않고, 가족이 자연 속에 머물며 고인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생전에 자리를 보러 오는 가족들의 모습도 달라졌다. 자녀가 “나도 나중에 엄마랑 같이 있고 싶다”며 여러 명이 함께 쓸 자리를 살펴보면, 부모는 “우리는 둘이 오붓하게 있겠다”며 부부 자리를 고집하기도 한다. 무거운 죽음의 대화가 가족의 농담과 계획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잘 맞이하는 죽음, 오래 간직할 추모

좋은 장례란 무엇일까. 빈소와 조문은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필요하다. 그것은 공동체가 죽음을 함께 감당해온 방식이다. 다만 모든 가족에게 같은 방식이 맞는 것은 아니다. 노후는 길어지고 가족 규모는 작아졌으며, 관계와 비용의 부담은 더 선명해졌다.

장례가 작아지는 시대라고 해서 애도까지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정확히 물어야 한다. 우리는 어떤 죽음을 잘 맞이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남겨진 가족에게 오래 간직될 추모는 무엇일까. 잘 맞이하는 죽음, 그리고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추모 방식을 가족과 사회가 함께 이야기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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