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3

노인이 늘면 집값은 떨어질까… 관건은 그 집을 살 다음 세대

입력 2026-10-23 17:26

이나겸 신간 ‘초고령사회 집값의 미래’... 수도권 60개 시군구 10년 자료 분석

집주인은 늙어간다. 그 집을 사줄 젊은 세대는 줄어든다. 그렇다면 집값도 내려갈까. 부동산학 박사 이나겸은 이 질문에 답하려면 인구수보다 먼저 들여다볼 것이 있다고 말한다. 집을 가진 사람이 언제, 왜 집을 내놓는지, 그 동네로 새로 들어오려는 사람은 누구인지다.

오는 26일 출간되는 ‘초고령사회 집값의 미래’(도서출판 청도)는 고령화가 주택시장을 바꾸는 경로를 추적한다. 토대는 수도권 60개 시군구의 2013~2022년 자료를 분석한 연구다. 저자는 고령인구 비중과 주택가격의 관계를 살피면서, 같은 수도권 안에서도 주택 수요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출발점은 ‘노인’이라는 집단을 나눠 보는 데 있다. 은퇴 뒤에도 소득이 있고 건강한 사람은 살던 집을 유지하거나 생활이 편리한 도심 주택을 찾는다. 반면 건강이 나빠져 돌봄이 필요해지거나 상속이 이뤄지면 집을 처분할 가능성이 커진다. 나이가 비슷해도 주택시장에서는 한쪽이 매수자, 다른 쪽이 매도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고령자가 몇 명 늘었는지만으로는 이런 차이를 읽기 어렵다.

부모 세대의 집이 자녀에게 넘어가는 과정도 주요하게 다룬다. 집을 물려받았다고 생활에 쓸 돈까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계속 보유하려면 세금과 관리비를 감당해야 하고, 팔거나 임대하려면 수요가 있어야 한다. 부모에게는 평생의 자산이었던 집이 자녀에게도 쓸모 있는 자산으로 남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책은 상속과 주택 처분, 주택연금을 함께 살피며 부동산 자산과 노후 생활비 사이의 간극을 짚는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노후에 살 집을 고르는 기준도 달라진다. 넓은 면적이나 쾌적한 경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운전을 그만둔 뒤에도 장을 보고 병원에 다닐 수 있는지, 혼자 남았을 때 관리할 수 있는 집인지가 중요해진다. 의료·교통·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기 쉬운 동네인지, 걸어서 일상을 이어갈 수 있는지도 따져야 한다. 저자는 집 안의 조건과 함께 집 밖의 생활 기반을 보라고 주문한다.

책은 이러한 문제를 진단과 자료 분석, 주거 전략, 도시 설계, 해외 사례로 나눠 5부 23장에 담았다. 일본·유럽·미국의 경험을 통해 고령자의 주거를 지원하는 방식도 살핀다. 시니어주택을 얼마나 공급할 것인지에 더해 기존 도시에서 고령자가 계속 살아갈 여건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로 논의를 넓힌다.

마지막에 제시하는 일곱 가지 점검 항목은 사람이 유입되는 지역인지, 생활 기반과 보행 환경이 갖춰졌는지, 유지비를 감당할 수 있는지, 소규모 가구에 맞게 공간을 바꿀 수 있는지, 매매·임대가 쉬운지, 다음 세대도 거주를 원하는지다. 가격 상승을 약속하는 목록은 아니다. 연구 결과 역시 특정 지역과 기간을 분석한 추정치라는 한계가 있다.

책이 독자에게 남기는 질문은 구체적이다. 내가 오래 살 수 있는 집인가. 그리고 내가 떠난 뒤에도 누군가 살고 싶어 할 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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