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6

[국민연금 노후설계⑫] “은퇴 후, 편하게 안부 물을 사람이 있나요?”

입력 2026-09-16 06:00

국민연금공단 고양일산지사 노후준비서비스팀 홍지희 상담사 인터뷰

“대인관계 진단, 관계망 크기와 마음 나눌 사람 있는지 함께 확인”

“혼자 살아도 안부·감정 나눌 사람 있다면 사회적 고립 아냐”

“은퇴 후 정보 중심 대화에서 감정을 나누는 대화로 바꿔야”

‘국민연금공단’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대부분 ‘나이 들어 받는 연금’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최근에는 국민연금공단의 기금 운용에도 관심이 높다. 여기에 국민연금공단이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역할이 있다. 바로 국민의 노후를 보다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노후준비 서비스’다.

국민연금공단은 ‘중앙노후준비지원센터’를 통해 국민의 은퇴와 노후를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독일과 스웨덴 등 해외 연금기관이 운영하는 은퇴 설계 서비스와 유사한 제도를 국내에서도 제공하는 것이다.

초고령사회는 80세를 넘어 90세까지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설계하고 살아가는 시대가 됐다는 의미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국민연금공단에서 운영하는 ‘중앙노후준비지원센터’와 재무·건강·여가·대인관계 등 4대 영역 서비스에 대해 연속 보도하고자 한다.

▲홍지희 국민연금공단 고양일산지사 노후준비서비스팀 상담사가 지난 9일 고양일산지에서 브라보마이라이프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박지수 기자 jsp@)
▲홍지희 국민연금공단 고양일산지사 노후준비서비스팀 상담사가 지난 9일 고양일산지에서 브라보마이라이프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박지수 기자 jsp@)

평생 쉬지 않고 일하며 노후자금을 모은 A씨. 국민연금공단 노후준비서비스팀을 찾아 상담을 받았다. A씨가 남은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돈은 충분했다. 그러나 상담사가 “이 돈으로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라고 묻자 A씨는 선뜻 답하지 못했다. 돈을 모으는 데는 익숙했지만 어떤 노후를 보내고 싶은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던 것이다.

한참 만에 A씨는 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다. 상담사는 어디로 가고 싶은지, 누구와 함께 가고 싶은지를 하나씩 물었다. 이야기를 이어가던 A씨는 “누군가와 이런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다”고 했다.

“연락하는 사람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하면 즐거운지를 편하게 이야기할 사람은 없었던 거죠.”

홍지희 국민연금공단 고양일산지사 노후준비서비스팀 상담사가 상담 과정에서 만난 사례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대인관계의 빈틈을 발견한 것이다.

지난 9일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고양일산지사에서 홍지희 상담사를 만나 은퇴 이후의 대인관계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연락처 숫자보다 마음 나눌 한 사람이 중요”

중앙노후준비지원센터는 기본 9개 문항과 선택 문항 1개를 통해 가족과 친구·이웃·직장동료의 수와 친밀도, 모임 참여 정도 등을 진단한다.

사실 대인관계 진단만을 받으러 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주로 노후준비 종합진단이나 재무상담 과정에서 친밀한 사람이 없거나 참여하는 모임이 없다면 사회적 고립 가능성을 살피고 관련 기관을 안내한다.

홍지희 상담사는 만나는 사람의 숫자보다 마음을 나누고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쁘거나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이를 편하게 말하고, 중요한 일을 상의할 사람이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혼자 사는 것과 사회적 고립도 다르다. 가족과 떨어져 살아도 안부를 나누고 어려울 때 연락할 사람이 있다면 고립됐다고 보기 어렵다. 반대로 가족과 함께 살아도 감정을 털어놓을 상대가 없다면 정서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내게 생긴 일을 쉽게 전하고 상의할 사람이 있다면 고립된 것은 아니에요. 문제는 기쁘거나 힘든 일이 생겨도 말할 대상이 없는 경우입니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고양일산지사 지역노후준비지원센터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고양일산지사 지역노후준비지원센터

“은퇴 후 대화법 바꾸려면 시간이 필요해요”

홍 상담사가 대인관계 강의에서 자주 만난 사람은 퇴직을 앞둔 중장년층이다. 이들은 직장을 떠나면 동료와의 연락이 줄고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느낀다. 직장에서 익숙했던 정보 중심의 대화도 은퇴 후에는 감정과 일상을 나누는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일터에서는 정보를 주고받는 대화를 많이 합니다. 하지만 은퇴 후 가족관계에서는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 상대는 어떤 마음일지를 나누는 대화가 필요해요.”

갈등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나-전달법’을 활용할 수 있다. “당신이 잘못했다”고 비난하는 대신 자신이 느낀 감정과 원하는 것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가령 어질러진 방을 보고 화를 내기보다 “나는 방이 어질러져 있으면 다시 치워야 한다는 부담을 느낀다”고 말하는 것이다.

다만 수십 년간 굳어진 말버릇은 한 번의 교육으로 바뀌지 않는다. 홍 상담사가 만난 한 중년 여성도 자신의 비난형 대화를 깨닫고 ‘나-전달법’을 시도했다. 처음에는 실패했지만 자녀와 반복해서 연습하며 관계를 개선했고 이후 배우자와의 대화에도 적용했다.

“수십 년 동안 이어온 대화 습관이 한 번 배웠다고 바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대화는 서로에게 영향을 줘요. 한쪽이 먼저 말하는 방식을 바꾸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대의 반응도 변할 수 있습니다.”

부부 사이 적정 거리, ‘서로 다름’ 인정부터

은퇴 후에는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다. 이때 한 사람은 외부 활동을 원하지만 다른 사람은 집에서 쉬고 싶어 할 수 있다. 어느 한쪽의 방식만 옳다고 생각하면 갈등이 커진다.

부부가 원하는 친밀감과 거리도 서로 다르다. 한쪽은 이미 충분히 가깝다고 느끼는 반면, 다른 쪽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길 원할 수 있다. 각자에게 필요한 시간과 함께하고 싶은 시간을 대화하지 않으면 서운함이 비난으로 이어진다.

“대화의 기본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한 사람은 집에 있는 것이 좋고 다른 사람은 밖에서 활동해야 즐거울 수 있어요. 한쪽을 따르라고 요구하기보다 서로 조금씩 움직일 수 있는 지점을 찾아야 합니다.”

함께하는 시간도 의무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한쪽의 취미를 배우자에게 강요하기보다 산책이나 영화 관람 등 두 사람이 부담 없이 경험할 수 있는 활동부터 시도해볼 수 있다.

“같이 있어야 해서가 아니라 같이 있는 것이 재미있었으면 좋겠어요. 두 사람이 무엇을 할 때 즐거운지 시행착오를 거치며 찾아야 합니다.”

▲홍지희 국민연금공단 고양일산지사 노후준비서비스팀 상담사가 업무를 보고 있다.(박지수 기자 jsp@)
▲홍지희 국민연금공단 고양일산지사 노후준비서비스팀 상담사가 업무를 보고 있다.(박지수 기자 jsp@)

“나이 들수록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건강한 관계를 만들려면 자신의 상태부터 살펴야 한다.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아야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자신의 감정도 표현할 수 있다.

자신의 감정을 돌아볼 여유 없이 일과 가족을 위해 살아온 중장년·고령층에는 이 과정이 낯설 수 있다. 홍 상담사는 복지관과 평생학습관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해 새로운 관계와 대화 방식을 접해보라고 조언했다.

“나이가 들수록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몸과 마음이 아프지는 않은지 스스로 안부를 물어야 해요. 나와 잘 지내야 다른 사람에게도 다가갈 수 있습니다.”

노후의 관계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직장이라는 공통점이 사라진 뒤 새로운 사람에게 말을 걸고 관계를 이어가려면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은퇴 후 무엇을 하면 즐거운지, 누구와 함께하면 즐거운지를 몰라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아요. 돈을 모으고 건강을 관리하는 것처럼 사람에게 다가가는 노력도 미리 시작해야 합니다.”

(이미지=AI 생성)
(이미지=AI 생성)

▲중앙노후준비지원센터 홈페이지 바로가기
▲중앙노후준비지원센터 홈페이지 바로가기

※ [국민연금 노후설계] 기획 시리즈는 브라보마이라이프와 국민연금공단 중앙노후준비지원센터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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