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9

[국민연금 노후설계⑩] “돈·건강만으로 못 채운 노후, 여가가 채웁니다”

입력 2026-09-09 06:00

국민연금공단 송파지사 노후준비서비스팀 이병석 강사 인터뷰

“TV·산책·친구 만나기도 여가…거창한 취미 찾을 필요 없어”

“은퇴한 뒤 찾으면 시행착오…반복·몰입할 ‘진지한 여가’ 준비해야”

“노후 주거 선택할 때 여가 인프라도 고려”

‘국민연금공단’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대부분 ‘나이 들어 받는 연금’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최근에는 국민연금공단의 기금 운용에도 관심이 높다. 여기에 국민연금공단이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역할이 있다. 바로 국민의 노후를 보다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노후준비 서비스’다.

국민연금공단은 ‘중앙노후준비지원센터’를 통해 국민의 은퇴와 노후를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독일과 스웨덴 등 해외 연금기관이 운영하는 은퇴 설계 서비스와 유사한 제도를 국내에서도 제공하는 것이다.

초고령사회는 80세를 넘어 90세까지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설계하고 살아가는 시대가 됐다는 의미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국민연금공단에서 운영하는 ‘중앙노후준비지원센터’와 재무·건강·여가·대인관계 등 4대 영역 서비스에 대해 연속 보도하고자 한다.

▲이병석 국민연금공단 송파지사 노후준비서비스팀 강사가 지난달 31일 송파지사에서 브라보마이라이프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박지수 기자 jsp@)
▲이병석 국민연금공단 송파지사 노후준비서비스팀 강사가 지난달 31일 송파지사에서 브라보마이라이프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박지수 기자 jsp@)

“여가 활동을 소개하는 강사님은 어떤 특별한 취미를 갖고 계시나요?”

이병석 국민연금공단 송파지사 노후준비서비스팀 강사가 강의 현장에서 종종 받는 질문이다. 여가 활동에 대해 소개하고 강의를 하는 사람이라면 골프나 악기 연주, 외국어 학습 등 남들과 다른 활동을 즐길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 있다.

그러나 이 강사의 대답은 소박하다. TV와 영화를 보고 산책하며 주말에는 가족과 나들이를 다닌다.

“사람들은 남들에게 이야기할 때 있어 보이는 활동을 여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저도 시간이 생기면 TV 보고 가족과 놀러 다닙니다. 여가 강사라고 해서 특별한 것을 하지는 않아요.”

우리는 흔히 여행이나 골프, 악기 연주처럼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활동만 여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스스로 원해 보내는 시간이라면 TV와 유튜브 시청, 산책, 외식, 커피 마시기, 친구 만나기도 여가가 될 수 있다.

이 강사가 노후 여가 준비의 출발점으로 새로운 취미를 찾는 일보다 ‘이미 하고 있는 여가를 알아차리는 것’을 강조하는 이유다.

지난달 31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송파지사에서 이병석 강사를 만나 퇴직과 은퇴 이후 길어진 시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여가생활 안 한다고요? 따져보면 10개 넘어요”

이 강사가 주로 만나는 사람은 퇴직을 앞둔 중장년층이다. 교육기관이 마련한 프로그램의 하나로 강의에 참여한 사람과 여가에 관심을 두고 직접 들으러 온 사람이 대략 절반씩이다.

강의는 생활권 내 여가시설을 알려주는 정보 전달과 여가에 대한 인식 개선, 실제 노후생활 사례 등으로 구성된다. 도서관이나 평생학습관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무엇을 여가라고 생각하는지부터 돌아보게 한다.

이 강사는 수강생들에게 “1년 동안 몇 가지 여가활동을 하느냐”고 묻는다. 처음에는 운동이나 등산 등 서너 가지를 꼽는 사람이 많다. 자신은 별다른 여가생활을 하지 않는다고 답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질문을 이어가면 답이 달라진다. TV와 유튜브를 보고, 커피를 마시고, 산책하고, 친구를 만나고 가끔 여행이나 외식을 한다. 하나씩 더하면 10개를 훌쩍 넘기기도 한다.

“본인은 여가생활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이야기를 나눠보면 생각보다 많은 활동을 하고 계세요. 그러면 ‘여가 활동을 많이 하고 계시네요’라고 말씀드리죠. 새로운 취미를 소개하기 전에 여가를 너무 좁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부터 살펴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여가활동조사는 국민이 참여하는 여가활동과 여가시간, 비용, 만족도 등을 매년 조사한다. TV 시청은 오랜 시간동안 국민의 대표적인 여가활동으로 꼽혀왔다. 최근에는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 동영상 시청도 주요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활동 개수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여가를 잘 누리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남는 시간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보내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가는 남이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해서 하는 활동입니다. 거창한 활동이어야 할 필요는 없어요. 평소 어떤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지 인식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송파지사 노후준비서비스팀.
▲서울 송파구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송파지사 노후준비서비스팀.

“은퇴한 뒤 찾으면 1~2년 시행착오, 지금 시작해야”

중장년층은 노후를 준비할 때 주로 돈과 건강을 먼저 떠올린다. 얼마를 모아야 하는지, 몸무게와 혈압을 어느 수준으로 관리할지 목표를 세운다. 반면 여가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막연하게 느끼기 쉽다.

이 강사는 주된 일자리에서 물러나는 ‘퇴직’과 경제활동을 완전히 멈추는 ‘은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퇴직 후 일을 이어가더라도 전일제 근무에서 벗어나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

문제는 완전히 은퇴한 뒤에야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을 찾기 시작하는 경우다.

“은퇴하고 시간이 많아지면 ‘내가 뭘 좋아하지’, ‘무엇을 해야 하지?’라고 묻는 분들이 많아요. 그 때부터 찾으면 1~2년 정도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습니다.”

준비가 거창할 필요는 없다. 집 주변의 도서관과 평생학습관, 복지관, 문화시설을 찾아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은퇴 후로 미루지 말고 주말이나 평일 저녁을 활용해 관심 있는 활동을 경험해 보는 방법도 있다.

“나이 들수록 개수보다 몰입할 ‘진지한 여가’ 필요”

여가는 ‘가벼운 여가(casual leisure)’와 ‘진지한 여가(serious leisure)’로 나눠볼 수 있다. 캐나다 캘거리대학교 명예교수인 로버트 A. 스테빈스가 정립한 개념이다.

가벼운 여가는 별도의 훈련 없이 즉각적인 즐거움을 얻는 활동이다. TV 시청과 산책, 음악 감상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진지한 여가는 지식과 기술, 경험을 쌓으며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활동을 뜻한다. 악기와 그림, 외국어 학습 등이 해당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반드시 진지한 여가를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강사는 나이가 들수록 활동 개수를 늘리기보다 오랫동안 반복하고 몰입할 수 있는 활동을 하나쯤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젊을 때는 이것저것 시도할 수 있지만 나이가 들면 시력이나 건강 문제로 할 수 있는 활동이 줄어들 수 있어요. 개수를 많이 늘리기보다 내가 좋아하고 반복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여가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병석 국민연금공단 송파지사 노후준비서비스팀 강사가 지난달 31일 송파지사에서 여가 유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박지수 기자 jsp@)
▲이병석 국민연금공단 송파지사 노후준비서비스팀 강사가 지난달 31일 송파지사에서 여가 유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박지수 기자 jsp@)

노후에 살 집, 자산가치만큼 ‘여가 인프라’도 살펴야

여가생활은 개인의 관심과 의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집 주변에 도서관과 평생학습관, 복지관, 공원 같은 시설이 있는지, 걸어서 이용하거나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수 있는지도 영향을 미친다.

이 강사는 노후에 어디서 살 것인지 결정할 때 집의 자산가치뿐 아니라 생활권 내 여가 인프라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에 다니고 자녀를 키울 때 적합했던 집이 은퇴 후 생활에도 반드시 적합한 것은 아니다. 젊을 때는 직장과의 거리와 교육환경이 중요하지만 나이가 들면 병원과 마트, 공원, 문화·복지시설의 접근성이 삶의 만족도를 좌우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 살기 좋은 동네는 젊을 때 살기 좋은 동네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집 바로 옆에 도서관이나 평생학습관, 복지관이 있다면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노후생활에는 큰 자원이 됩니다.”

주거지를 옮기는 일은 자산과 가족관계 등이 얽힌 만큼 단기간에 결정하기 어렵다. 당장 이사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향후 이사 계획을 세울 때 노후의 생활 방식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배우러 나간 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여가와 대인관계를 함께 채울 수 있다. 몸을 움직이는 활동은 건강으로, 비용을 고려한 활동 선택은 재무 영역으로 이어진다.

“돈이나 건강은 나이가 들어 개선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여가는 그래도 찾아갈 수 있어요. 돈이 있다고, 건강하다고 해서 채워지지 않는 노후의 부분을 여가가 채울 수 있습니다.”

여가를 통해 시작한 배움과 활동은 새로운 만남으로 이어진다. 풍부한 대인관계 역시 노후생활을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다. [11화]에서는 중앙노후준비지원센터의 대인관계 영역을 자세히 살펴본다.

▲중앙노후준비지원센터 홈페이지 바로가기
▲중앙노후준비지원센터 홈페이지 바로가기

※ [국민연금 노후설계] 기획 시리즈는 브라보마이라이프와 국민연금공단 중앙노후준비지원센터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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