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이 변신 중이다.
충북 영동의 간이역인 황간역은 주말 여행객들로 북적거리고, 주위의 상인들은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해 역사(驛舍)가 문화공간으로 바뀌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한산하기만 했던 대합실은 어느새 여행객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12년 말 강병규 역장이 부임하면서 서서히 나타났다. 경부선 중앙에 자리잡은 황간역. 한 때는 석탄 수송용 화물열차가 서는 큰 역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이용객이 감소하면서 급격히 쇠락했다. 12년 부임한 강 역장은 이용객을 늘리기 위해 고심했다.
강 역장은 대합실을 향토예술인용 갤러리로 바꿨다. 음악회와 시낭송회도 열었다.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이어지자 황간역은 ‘가볼 만한 역’으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역을 위한 주민들도 팔을 거뒀다. 향토작가 20여명이 자신의 시와 그림을 옹기에 새겨 넣은 작품으로 ‘항아리 작품 전시장’을 역 광장에 꾸몄다. 역앞에 세워진 원두막과 허수아비는 고향의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관광 상품 개발에도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최근에는 영동군의 지원을 받아 여행객들을 위한 자전거 30대를 구입, 기차와 자전거 여행을 결합한 상품을 개발 중이다.
강 역장은 “주변에 있는 백화산, 반야사, 노근리 평화공원 등과 연계해 우리 역을 독립된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 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포도나무 프로젝트로 변신 중인 곳도 있다. 영동관리역이다. 이 역은 심천~황간~추풍령을 한데 묶은 간이역 문화 네트워크 사업으로 포도나무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간이역 문화순회 대상자로 뽑히면서 수준급 공연단의 지원도 가능해졌다.
이 프로젝트로 심천역은 난계국악타운과 연계해 ‘국악 공간’으로 변신했다. 황간역도 ‘노랑 자전거’를 관광상품으로 육성하게 된다.
영동역에는 지역 특산물인 '포도'와 '와인'을 주제로 벽화와 체험공간이 꾸며지고, 추풍령역은 옛 증기기관차용 급수탑과 추풍령기상대를 활용한 관광 상품을 개발 중이다.
이들 역에서는 지난 3월부터 주말과 휴일 음악회, 시낭송회 등이 다채롭게 열려 여행객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물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야호관광, 노근리 국제평화재단과 여행객 유치를 위한 트라이앵글 업무협약도 했다.
전승찬 영동역장은 "문화 네트워크 사업을 통해 시골의 간이역이 화려한 변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어느덧 추억이 깃든 역사 자체가 관광지로 각광 받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