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이 아침] 두 번째 인생의 길에 가족 그리고 FTA

기사입력 2015-06-03 17:16 기사수정 2015-06-03 17:16

이창우 한국FTA협회 회장

국가 경제의 90% 이상을 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 동안 차례차례 세계 각국과 FTA를 진행하면서 산업 풀을 넓히고 있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갈등과 문제 제기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과연 FTA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한국FTA산업협회는 그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설립된 국내에서 유일한 FTA 전문 민간 단체다. 이창우(李昌雨·62) 한국FTA산업협회 회장은 삼성종합상사를 거쳐 전자상거래, 전자무역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전자무역협회장 및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한 현장 전문가 출신의 FTA 전도사. 그가 조찬회에 나가 끊임없이 공부하는 이유를 들어본다. 글 김영순 기자 kys0701@etoday.co.kr 사진 이태인기자 teinny@etoday.co.kr

“안타까운 점이 참 많습니다.”

이창우 한국FTA산업협회 회장에게 FTA의 현재 상황에 대하여 물었을 때, 나온 말이었다. 이는 FTA 추진의 난맥상을 그대로 드러낸 목소리였다. 이 회장은 20여 년 전 종합상사맨으로 있었던 시절 미국의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추진에 자극을 받고 전문가가 없는 국내에서 사실상 홀로 FTA에 대해 독학한 실무형 전문가다. 사실 FTA는 국민적 관심사라기에는 너무 전문적인 인상을 주지만, 동시에 의사결정권의 세계에서는 정치 게임으로 다뤄지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이 회장 입장에서는 답답할 만도 할 것이다.

국제경쟁력을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이 회장은 우리 사회의 국제경쟁력이 어떤지에 대한 평가를 기준으로 FTA에 대한 사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선 진정성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FTA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잘 모르고, 정치적 수준에서 말을 합니다. FTA를 언급하려면 경쟁 국가들과, 국제적 흐름을 보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국내용으로만 언급하고, 대부분 FTA 정책도 국내용으로 추진됩니다.”

또한 그는 실무 경험자로서 교역 현장의 팩트 반영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FTA 협정문을 제대로 반영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상황을 보면 한·미 FTA 24개 항목 중 2개만 반영되는 수준이며 한·중 FTA 22개 항목 중 2개 수준만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변호사가 법전을, 스님이 불경을, 목사님과 신부님이 성경을 무시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 회장은 양자, 다자, 복합, 복수국가 FTA 등 FTA 자체가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앞으로 미국과는 3개, 싱가포르와는 5개, 베트남과 5개, 중국과 총 6개의 FTA 체결이 예상되는 등 복합 FTA가 급속히 중가하고 있는 중이다.

“그들 국가들은 우리나라 말고 다른 나라들과도 계속 FTA를 추진하고 있는데 현재의 FTA 정책, 교육, 컨설팅 등은 미국, 중국이 우리나라하고 딱 하나의 FTA만 체결한다는 가정 하에 정책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얼마나 안타까운 현실입니까?”

▲이창우 한국FTA협회 회장 LG종합상사를 거쳐 전자상거래, 전자무역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전자무역협회장 및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한 현장 전문가 출신의 FTA 전도사.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는 ‘가족’

FTA의 현실에 대한 이 회장의 단호한 견해는 그가 가진 교육자로서의 자질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 회장도 자신이 만약 FTA 전문가가 되지 않았다면 교육전문가가 되었으리라고 말한다.

“아들들이 저보고 학원 선생님 했으면 명강사로 돈 많이 벌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남들이 안 하는 FTA 전문가가 되어 죽창에 찔릴 뻔하고, 멱살 잡히고, 밀가루를 뒤집어쓰는 등 고생만 하고 돈은 못 버는 가장을 원망하는 소리겠지요.”

일만 하며 살아온 이 회장이 가족에게 느끼는 빚은 컸다. 현재의 그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가족이 된 이유는 너무나 바빴던 그의 삶에서부터 비롯되고 있었다.

“저는 대기업, 종합상사맨으로서 정말 바쁘게 앞만 보고 살았어요. 그 사이에 가족의 희생이 너무 컸습니다. 지금도 가슴 아프게 하는 기억들이 있습니다. 하나는 젊었을 때 제가 하도 가족을 돌보지 못하니까, 어느 날 아내가 작정한 것처럼 아이들 좀 한번 보라고 하더라구요. 그때 아이들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정말 아이들이 얼마나 귀엽고 예쁜지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아이들과의 대화는 아이들이 군대를 갔다 와서야 비로소 시작되었습니다. 그때 둘째가 중학교를 다닐 때 아빠하고 대화를 하고 싶었는데 아빠는 신경도 안 썼다고 말하더군요. 밤늦게 들어와서 새벽에 나가고 토요일, 일요일도 없었으니까요.”

FTA로 제2, 제3인생을 빚다

가족을 포기한 대신 일에 매달려 살던 이 회장의 삶은 현재의 그에게 FTA 전문가라는 보상을 해주고 있었다. 그에게 인생 후반전, 제2의 인생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다.

“제가 올해로 6학년 2반인데요. 베이비부머, 실버, 시니어 등의 대표적인 나이지요. 저는 FTA로 제 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는 전 세계가 FTA를 둘러싼 극단적인 경쟁을 하고 있어서 고도로 전문성이 필요하지만, 국내에는 상대적으로 FTA 전문가가 거의 없습니다. 전국적으로 원산지·통관 분야만 다루는 관세사 외에 종합적으로 FTA를 다룰 수 있는 전문가는 10명도 채 안 됩니다.”

이 회장은 FTA가 일자리의 보고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실제로 이 회장은 은퇴한 무역전문가들을 200명 선발하여, 200시간의 FTA 교육을 통해 FTA 전문가로 양성했다. 200명 중 48명이 취업 및 창업을 했고, 100명 이상이 현재 FTA 전문가로 활동 중이며 일부는 해외까지 진출한 상태라고 한다. 또한 전통적으로 FTA에 대한 반감이 가장 높은 농업 분야에서도 40여 명의 FTA 전문가를 양성하여 활용 중에 있다고 한다.

“FTA 관련 정보를 다루는 분야는 대표적 블루오션으로서 앞으로 약 10만 명의 FTA 전문가가 필요한데 이들을 양성하는 데 진력하다 보면 저도 70대가 되지 않을까요? 70세가 넘으면 쉴 생각입니다.”

내 삶을 완성하는 데 쉼 없는 배움

지식포럼을 자주 나가는 이유는 지혜를 배우려는 것. 선배들에게서 머릿속에 있는 지식의 암묵지(暗默知)를, 머릿속에 지식을 글이나 그림으로 정리한 형식지를, 몸으로 체득한 지식의 경험지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조찬 포럼을 찾아다니는 마음가짐은 무엇일까?

“우선 저는 요즘 내려놓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아쉬움도, 원망도, 욕심도, 미움도 내려놓으려고 합니다. 어렵지만 그렇게 노력하다보니 마음이 편하고 행복해집니다. 살아 있는 것만도 축복이니까요. 그리고 시대에 적응하려고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아빠 때문에 걱정이라고 종종 말합니다. 그러면서 3가지를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더군요. 젊은 사람들이 아빠 앞에서 담배를 피워도 야단치지 말기, 전철에서 젊은 남녀들이 껴안고 뽀뽀를 해도 나무라지 말기, 길 가다 어린 아이들이 예뻐도 쳐다보거나 머리를 쓰다듬지 말기가 그것입니다. 우리 시대의 기준과는 너무도 먼 화성과 금성 같은 이야기이지만 적응해 보려고 노력중입니다. 이제는 아이들이 나를 걱정하는 시대예요. 그러니 제가 노력해야지요.”

마지막으로 이 회장은 주위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저는 주위의 도움과 은혜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위치에 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크게는 국가·사회, 작게는 가족·친구·이웃 등 모두 감사하지요. 그리고 나이 든 사람에게는 보물이 4개가 있다고 하는데 이를 소중히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바로 늙은 몸(건강), 조강지처(부인), 오래된 친구(친구), 노후 자금(돈)입니다. 특히 돈 없는 노후는 100세 시대의 재앙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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