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속으로] 서울 종로구 부암동 ‘그김가네’…서울 한복판에서 느끼는 자연의 향기

기사입력 2016-06-09 14:42 기사수정 2016-06-09 14:42

▲3층 테라스에서 보이는 북악산 서울성곽 길. 서울의 명물을 집 바로 앞에서 보는 느낌이 새롭다.
▲3층 테라스에서 보이는 북악산 서울성곽 길. 서울의 명물을 집 바로 앞에서 보는 느낌이 새롭다.

바로 위 사진을 보라. 여기가 어디로 보이는가. 놀랍게도 서울 시내 한복판이다. 도시를 벗어나야만 볼 수 있을 법한 풍경이 펼쳐진 이곳은 서울시 종로구 부암동이다. 세련된 도시 이야기 대신 달래간장 만들어 콩나물밥 해먹을 궁리와 텃밭에서 막 자란 채소 이야기가 오간다. 어디서 불어오는지 기막힌 산뜻한 바람과 아카시아 향기가 어우러진 에어비앤비 ‘그김가네’의 문을 살짝 두드렸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땐 먹을 풀, 못 먹을 풀 구분 못했어요.”

대기업의 주재원이었던 남편을 따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6년 여를 살았던 정영인(丁映仁·55)씨. 은퇴 뒤 노후를 부암동에서 살고 싶다는 남편의 뜻에 따라 2009년 이곳에 들어왔다. 서울 중심에 있으면서도 시골 촌동네 같은 부암동의 매력에 푹 빠져 산지도 벌써 7년째다. 텃밭에서 길러 먹는 채소, 집 옆 산자락에서 나는 나물 캐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집안 어느 곳에서도 북악산 서울성곽 길을 볼 수 있고, 주위 아기자기한 카페와 갤러리가 많은 것 또한 부암동의 매력이라고.

이사 왔을 때 원래의 집은 지하가 있는 낮은 벽돌집이었다. 집을 조금씩 고치면서 재밌게 살고 있었는데 그 고친 부분이 하필 불법 증축이 되는 바람에 집을 새로 지었다. 2015년 새집을 짓고 위층을 세를 줄까 고민하던 정영인씨, 사촌동생의 권유로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됐다. 외국 생활을 할 때 다른 나라 사람들과 어울리던 것도 그립고 또 익숙했기 때문에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단다. 2015년 7월 말 ‘그김가네’라는 문패를 달고 에어비앤비 손님을 맞고 있다. 첫 손님이었던 미국의 에단(Ethan)을 시작으로 중국, 싱가포르, 영국 등 다양한 나라의 손님들이 ‘그김가네’ 정영인씨 집을 다녀갔다.

▲아들 김준휘(20)씨는 12월 입대를 앞두고 사회 생활도 할 겸 저녁이 되면 파트타임 일을 하러 나간다. 오랜만에 아들이 낮에 있으면서 엄마와 함께 대화하고 시간을 나누니 즐겁고 행복하다. 아들이 입대하면 그 방도 에어비앤비로 내줄 생각이다.
▲아들 김준휘(20)씨는 12월 입대를 앞두고 사회 생활도 할 겸 저녁이 되면 파트타임 일을 하러 나간다. 오랜만에 아들이 낮에 있으면서 엄마와 함께 대화하고 시간을 나누니 즐겁고 행복하다. 아들이 입대하면 그 방도 에어비앤비로 내줄 생각이다.

취재를 간 5월 9일에는 마침 영국 런던에서 온 사라 캠벨(Sarah Campbell·58)이 정영인씨 집에 머물고 있었다. 사라는 한국에 의료관광을 목적으로 왔다. 지난 1월 말과 2월 초 척추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 뒤 재검사를 위해 한국에 다시 온 것. 그녀는 부암동에 온 것이 정말 행운이라고 했다.

“사실 강남에도 있어봤는데 너무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고 런던 생활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부암동은 늘 생각했던 서울의 모습이 아니었어요. 풍경이 너무 예뻐요. 일단 제 몸을 위해 좀 걸어야 하는데 걸어 다닐 곳도 많아요. 그리고 영인씨 집도 무척 좋은데 깨끗하고, 공기가 정말 잘 통하고, 제가 필요한 것을 영인씨가 세심하게 봐주셔서 좋습니다.”

사라가 팔 뒤에 벌레 물린 자국을 정영인씨가 보고는 페퍼민트 오일을 발라줘 너무나 고마웠다고. 딸의 학교 졸업이 있어 영국으로 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오면 부암동 정영인씨 집에서 머물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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