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화가, 그녀는 청춘의 속내를 내숭을 떨지 않고 작품 속에 고스란히 드러냈다.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얇은 한복 속의 여인의 자태는 예쁘다기 보다는 무척 매혹적이다.
인사동에 가면 꼭 들리는 갤러리 몇 군데가 있다. 그날 갤러리 이즈에서 예정에 없던 전시를 만났다. 마치 전시장이 아니라 백화점 세일 장소처럼 관람객이 많았다. 동양화가 김현정씨가 그림 속의 한복과 같은 차림으로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수많은 전시장을 찾았어도 이런 풍경은 처음이다. 전시의 타이틀은 '내숭쟁이 놀이공원'.이며 모든 그림에 작가가 들어있다. 작가는 서울대학교대학원 미술대학 동양화과 출신이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국내와 외국에서 수많은 전시를 열었으며 큰 상을 여러 번 타기도 했다. 어린 나이로 미국 뉴욕에 있는 메트로폴리탄에서 초대전시를 할 정도로 세계가 인정한 그녀다.
지금까지 본 전시 가운데 그림의 소재가 매우 파격적이다. 작품의 주제는 ‘내숭’이다. 내숭을 떨기는 쉬워도 드러내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의 일상을 거침없이 자유자재로 화폭에 옮겼다고 한다.
화장하는 모습, 범퍼가를 타는, 말을타고 달리는, 오토바이를 타고 햄버거 배달하는, 역기를들고 운동하는, 포장마차에서 떡볶이 먹는, 골프가방을 메고 가는, 당구 하는, 쇼핑하는, 자장면 먹는 등등 여러 모습이 있다.. 20대 청춘의 발랄함이 화폭마다 넘쳐났다. 이런 그림들이 전시 때마다 거의 매진된다니 대단하다.
여성은 속마음 감추고 잘 보이고 싶거나 혹은 남도다 돋보이고 싶을 때 내숭이라 하고 남성의 경우에는 허세라 한다. 내숭에 대한 뉘앙스는 엉큼함보다 귀여움이 들어있지만, 남성의 허세는 자신을 강하고 유능하게 보이게 하려는 것 같다. 내숭이나 허세는 개인차가 있기 마련이다. 둘 다 사회적인 틀을 벗어나기 싫어서 하는 일종의 방어적인 행위일 수도 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때로는 약간의 내숭과 허세를 떨 때가 있다. 그러나 자주 하다 보면 그 사람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내숭의 가면과 허세의 가면을 쓰고 계속 살아가야 한다면 이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그런 의미에서 고정관념을 벗어던진 김현정의 작품은 관람객들한테 억압된 속내를 잠시나마 풀 수 있게 대리만족을 할 수 있게 한 유쾌한 전시였다.
나 또한 그녀의 발랄 유쾌함이 너무 부러웠다. 앞으로 그녀의 전시가 열릴 때 응원하러 반드시 찾아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