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장마철 풍경

기사입력 2016-07-19 14:13 기사수정 2016-07-19 14:13

▲필자의 아파트 베란다에서 내려다보이는 폭포 같은 개울물. (박혜경 동년기자)
▲필자의 아파트 베란다에서 내려다보이는 폭포 같은 개울물. (박혜경 동년기자)
▲계곡에서 맑은 물이 휘몰아치고 있다. (박혜경 동년기자)
▲계곡에서 맑은 물이 휘몰아치고 있다. (박혜경 동년기자)
▲흐르는 물이 너무 깨끗해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박혜경 동년기자)
▲흐르는 물이 너무 깨끗해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박혜경 동년기자)
▲바로 집옆에 이런 풍경이 있어 행복하다. (박혜경 동년기자)
▲바로 집옆에 이런 풍경이 있어 행복하다. (박혜경 동년기자)
필자는 서울 변두리 끝자락 동네에 살고 있다. 비록 땅값 집값은 별로 안 나가지만 이 동네가 좋아 떠나지 못하고 벌써 몇십 년째 산다.

필자 동네는 바로 코앞에 북한산 국립공원이 있다. 남들은 이 산에 오르기 위해 버스 타고 자동차 타고 몰려들지만, 필자는 운동화 끈만 조여 매면 언제라도 오를 수 있으니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필자 아파트 뒤편으로 북한산으로부터 흐르는 개천이 있고 그 너머에 아직 개발되지 않아 무허가 집이 많은 산동네가 있다. 예전에는 지저분했지만, 이제는 무허가 집이라 해도 지붕도 고치고 텃밭도 가꾸어 우리 집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면 보기 좋은 전원주택 느낌이 물씬하다.

약간 불만은 TV 드라마에서 부자 동네로 평창동이나 성북동이 나오는데 우리 뒷동네는 주인공이 어릴 때 못살던 시절이나 형편 어려운 사람이 사는 곳으로 촬영되곤 하는 점이다.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도 허름한 집으로 뒷동네가 나와서 어쩐지 떨떠름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그 분위기가 좋아 일부러 가끔은 그 동네로 산책하러 가기도 하는데 담장에 늘어뜨린 덩굴이나 예쁜 꽃이 핀 화분으로 집 앞을 치장한 조촐한 풍경이 마음에 든다.

지난해에는 북한산에서부터 개천을 따라 2㎞의 산책길이 조성되었다. 청계천처럼 옛 물길을 튼다는 의미로 정비되어서 동네 사람이나 다른 동네에서도 걷기 운동하기 위해 찾아드는 명소가 되었다.

시니어에 하루 걷는 운동량으로 적당한 왕복 4km 거리라 필자도 운동하러 열심히 이 길을 걷고 있다.

개천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길은 사계절 마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반긴다. 봄이면 화사한 꽃이 지천으로 피어 즐겁게 하고 녹음이 우거진 여름,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과 흰 눈이라도 펄펄 내리는 겨울날은 그야말로 낭만을 만끽한다. 특히 그중 가장 멋진 일은 한여름 장마철의 동네 풍경이다. 내린 후 우리 집은 바로 설악산 계곡에 와 있는 것처럼 웅장한 물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집에 놀러 온 사람들이 멋지다며 매우 부러워한다.

콸콸콸 소리를 내며 흐르는 물소리는 설악산 못지않은 정취를 느끼게 해 준다. 비가 그친 후 베란다에서 폭포처럼 휘몰아치는 개울물을 내려다보는 건 참으로 시원하고 즐거운 일이다.

산책하러 나가니 바로 옆에서 깨끗하고 맑은 시냇물이 신나게 노래하는 듯하다. 물이 너무 맑아서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맑은 물을 들여다보니 어릴 때 생각이 난다. 필자는 어린 시절 대전에 살았는데 외가 동네에 대전천이 있었다.폭이 무척 넓은 개천으로 물이 그리 깊지 않아 동네 꼬마들 물놀이하기에 좋았다.어린 마음에도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금빛 시냇물이 너무나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친구들과 빨래한다고 손수건 따위를 들고 넓적한 돌을 찾아 비비며 즐거웠다. 그때 시냇물 돌 위에 서서 흐르는 물결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몸이 배를 탄 것처럼 마구마구 흘러가는 착각이 들었다. 좀 어지럽긴 해도 참으로 스릴 있고 재미있는 놀이였다. 오늘 이렇게 맑은 물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어린 날 느꼈던 감상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 한참을 바라보며 추억에 잠겼다. 집값이 좀 싸면 어떻겠는가? 바로 집 가까이에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어 무엇보다도 행복하고 자랑스럽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더 궁금해요0

관련 기사

  • 연금계좌 인출 순서를 활용한 연금소득 절세 전략
    연금계좌 인출 순서를 활용한 연금소득 절세 전략
  • 보건복지부, ‘2025년도 의료-돌봄 통합지원 기술지원형 시범사업’ 실시
    보건복지부, ‘2025년도 의료-돌봄 통합지원 기술지원형 시범사업’ 실시
  • [카드뉴스] 벽 앞에서 좌절하는 어른을 위한 책
    [카드뉴스] 벽 앞에서 좌절하는 어른을 위한 책
  • “차량에 운전수 없으면 불안” 자율주행 미래 키워드는 ‘사용자’
    “차량에 운전수 없으면 불안” 자율주행 미래 키워드는 ‘사용자’
  • 보다 젊게 사는 시니어, “욜드족 파급력 점점 더 커질 것”
    보다 젊게 사는 시니어, “욜드족 파급력 점점 더 커질 것”
저작권자 ⓒ 브라보마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브라보 스페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