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화장실

기사입력 2016-07-25 11:23 기사수정 2016-07-25 11:23

▲건반 모양의 화장실 계단. (양복희 동년기자)
▲건반 모양의 화장실 계단. (양복희 동년기자)
대한민국은 급성장했다. 바야흐로 선진국 대열에 우뚝 서섰다. 가장 하찮게 여기던 화장실 문화가 세계 1위 급이다. 그러나 어딘가 어색해 보인다. 주축 대가 흔들리는 기둥에 이상한 지붕을 얹힌 듯한 불균형이 보인다. 국민 국고가 낭비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오래간만에 돌아온 고국은 엄청 많이 변해있었다. 그중에 하나가 화려하게 단장하고 곳곳에 설치되어있는 고급스러운 화장실의 모습이다. 20여 년 전, 지방의 한 정치인으로부터 시작된 깨끗하고 아름다운 화장실 가꾸기가 전국으로 파생되었다. 예전에는 뒷방 문화로 하찮게 여기고 뒤쪽에 위치하여 뒷간으로 불리던 것이 새롭게 탄생되기 시작한 것이다.

예전에 뒷간이란 사람들의 배설물 처리장으로 냄새가 많이 나고 지저분한 곳이라 사람 사는 생활공간과는 격리되어있었다. 요즈음의 화장실은 용변뿐만 아니라 깨끗하게 손을 씻고 화장하는 다양한 기능으로 어느덧 한나라의 문화 수준 평가의 잣대로 인식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각지방 자체 별로 막대한 국고 거금을 경쟁적으로 고급 화장실 만들기에 쏟아붓는 느낌이 들었다.

필자는 지난겨울, 동네마다 잘 꾸며진 둘레 길을 따라 걷다가 예쁘게 지어진 작은 건물로 들어갔다. 달라진 공중화장실의 변모 사실에 깜짝 놀랐다. 추운 겨울날, 빵빵하게 데워진 화장실이 필자를 반기니 더없이 흐뭇했다. 아기자기하게 가꾸어진 화장실 안 벽면은 편 백 나무로 곱게 단장이 되어있어, 볼일을 보면서도 이리저리 눈이 휘 동그래졌다. 더구나 일반 가정집에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 고급 비대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양평 세미 원을 가는 길목에도,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피아노 화장실이라는 곳이 있었다. 필자는 엊그제 두물머리로 향하던 중에 호기심으로 그곳에 잠깐 들렀다. 하수처리장이라고 쓰여있는 입구에서 주차를 했다. 내리는 순간부터 이상한 오물 썩는 냄새가 풍겨왔다. 느낌이 썩 좋지는 않았으나 잘 정돈된 환경에는 실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조용히 흐르는 계곡물 위로 정수 처리를 이용해 만들어낸 인공적 폭포가 한눈에 들어왔다. 한여름의 찌는 더위를 한방에 날려주었다. 그 광경에 시선을 멈추었으나 물살과 함께 퍼져오는 하수구 냄새는 기분을 망가트렸다. 하수처리장 위에도 그랜드피아노의 외형으로 멋진 화장실을 연출했다. 건물 꼭대기 옥상 위로는 그랜드 피아노 뚜껑을 열어 상징적인 지붕을 만들어 냈다.

처리장 건물 앞, 작은 건물에도 피아노 의자 형태가 그대로 만들어져 있다. 기가 막힌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호기심도 많고 볼일도 있기에 2층 화장실로 오르려니 계단에 건반이 놓여있다. 층계를 밟는 순간 한음이 흐른다. 올라가는 대로 피아노 건반처럼 리듬 소리를 내는 것이다.

밟을수록 신나는 음악이 되어 크게 울려 퍼졌다. 한순간에 쾌쾌한 냄새가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층으로 올라가니 아담하고 예쁘게 가꿔진 식물 화단이 보인다. 잠시 쉬어가는 벤치와 아가들 수유하는 곳도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어딘가 구조가 어색해 보인다. 잘 꾸며진 고급스러운 세면대에서 손만 대충 닦고는 그냥 내려왔다. 어쨌든 화장실이라 오래 머무르기가 찜찜했다.

화장실이란 더럽고 부정한 것 같은 냄새로 일단은 청결 상의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선가 묘한 냄새가 나는 듯해 서둘러 내려오는데 잘 가라고 또 인사를 한다. 계단 층계가 건반이 되어 밟는 대로 음계 소리를 내며 손을 흔들었다. 위대한 창조의 힘, 사람의 작은 아이디어가 또 다른 사람들에게 커다란 힐 링을 주었다.

그러나 바람이 부는 대로 시궁창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저 놀라운 발상에 잠시 스쳐가는 곳이었다. 더러운 냄새로 버려진 곳을 사람 발길을 이끌며 멋지게 피아노가 있는 풍경으로 그려낸 것은 실로 감탄할 만 했다.

동방예의지국인 대한민국에 화장실 문화는 매우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구석구석 손대야 할 곳이 너무나 많은데 특별히 화장실에 낭비가 심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람들 개개인에게 어쩌면 필요한지도 모르지만 과연, 외출해서 그것도 공중화장실이라는 곳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비대를 쓰는지는 의심스럽다. 그 비싼 금액은 도대체 어디서 충당이 되는지라는 의문점도 생긴다. 결국은 국민들의 피땀 어린 세금 창고가 이리저리 세어 나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대한민국은 이리저리 몸살을 앓고 있다. 지 자체마다 독립적 행정으로 저마다 지역의 발전을 과시하는 난 개발이 우후죽순 벌떼를 쑤셔 놓은듯하다. 여기저기 공사판에 난장판은 주야를 막론하고 사람들의 통행은 물론 차선도 가로막는다. 그나마 잘 꾸며진 둘레 길로 향하는 길가에도 미세먼지가 남발하고, 사람들 얼굴에는 온통 가면을 쓰고 거리를 활보한다.

가장 선진국인 미국에도 화장실은 깨끗하고 청결하게 관리하는 것으로 족하다. 거금을 들여 멋지게 꾸미기보다는 철저한 관리가 더 중요하다. 한국은 시간이 걸려 사용되는 비대가 줄 서서 기다리는 공중 화장실에 거의 설치되어있다. 마치 허술한 집에 화려하게만 꾸며진 화장실의 겉치레를 연상케 한다. 물론 서로가 앞다투어 먼저 이루어낸 아름다운 화장실 문화가 나쁘지만은 않다.

그러나 이제는 다른 미흡한 것들과 잘 어우러져, 보다 멋지고 훌륭한 나라, 기둥이 튼튼한 나라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언젠가 멋진 ‘피아노 화장실’ 소리가 더욱 아름답게 들려올 것이다.

▲피아노 건반처럼 예쁘게 꾸며진 화장실 벽면과 내부. (양복희 동년기자)
▲피아노 건반처럼 예쁘게 꾸며진 화장실 벽면과 내부. (양복희 동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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