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며느리.

기사입력 2016-08-17 10:35 기사수정 2016-08-17 10:35

▲아들 내외가 원앙처럼 평생 서로 아끼며 살기를 바란다. (박혜경 동년기자)
▲아들 내외가 원앙처럼 평생 서로 아끼며 살기를 바란다. (박혜경 동년기자)
나른한 휴일, 집에 놀러 온 아들네가 점심을 마친 후 심심하니 드라이브나 가자고 했다.

집 안에서 귀여운 손녀, 손자 뒤꽁무니만 쫓아 다녀도 좋지만, 어딘가로 출발! 한다는 게 기분을 들뜨게 해주니 신이 난다.

 

한편으론 혹시 아들 며느리가 자기 식구끼리만 나가고 싶지는 않을까 잠시 우려되었지만 모른 척 따라나서기로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친구들은 “너 참 눈치 없다. 지들끼리 재미있게 놀라고 놔두지 꼭 끼냐?”고 면박을 준다. 친구들 대부분은 딸이 있으니 저희 딸 입장에서 시어머니가 끼는 게 싫은가 보다.

 

아기도 봐 주고 같이 나가는 게 뭐 어떠냐고 항변도 해 보지만 아무래도 불편할 거란다. 생각해보면 필자도 예전에 휴가나 나들이 갈 일이 있어도 시어머님이나 친정 부모님을 떠올린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냥 놀러 갈 일이 생기면 당연히 우리 세 식구가 떠나는 거로만 생각했었다.

 

우리 며느리도 혹시 그런 마음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되지만, 지난 몇 번의 여행을 같이한 예로 그렇진 않은 것 같다는 판단이다.

며느리를 딸처럼 생각하는 건 거짓말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특히 ‘사랑과 전쟁’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면 서로 그런 원수지간이 없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어 볼 때마다 심사가 편치 않았다.

 

친구가 직접 보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속이 상한 적도 있다. 그 친구가 아는 분과 같이 차를 타고 가는 중이었다고 한다.

같이 가던 분이 압구정 쪽에 오니 며느리에게 지금 너희 집 앞을 지나고 있으니 아기 잠깐 보고 가겠다고 전화를 했단다. 그랬더니 지금 아기가 자고 있으니 오시지 말라고 하더란다.

본인은 물론이고 옆에 있던 내 친구도 너무나 민망해서 화가 났다고 했다. 그 친구분은 큰 재력가인데 돈이 아무리 많아도 차가운 며느리를 보니 안 돼 보였다고 한다.

 

필자는 아기가 보고 싶을 때 언제라도 찾아가면 웃는 얼굴로 맞아주는 며느리가 있으니 참 행복한 할머니라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아들 하나지만 필자 친구들은 딸만 있거나 아들과 딸이 다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합리적인 것 같아도 어떨 때 들으면 같은 상황에서 딸과 며느리를 대하는 태도에 좀 차이를 두는 듯해서 속으로 웃기도 한 적이 있다.

 

필자가 아들을 키우는 동안 옆에서 지켜봐 온 많은 친지가 아들 결혼 후의 필자를 무척 걱정했다고 한다.

하나뿐인 아들을 보내고 우울해 하거나 집착하지 않을까 해서였다는데 필자가 너무나 잘 대처하고 있다며 칭찬을 하곤 한다.

필자는 정말로 우리 아들이 딱 적령기에 아들보다 두 살 아래인 며느리를 맞게 되어 무척 기뻤으며 예뻐해 주리라는 마음의 맹세를 하기도 했다.

 

요즘도 휴일이면 네 식구가 우리 집에 놀러 와 하루를 보내고 간다. 음식 준비며 설거지까지 필자가 다 하는데 진심으로 필자가 원해서이다.

“어머님, 설거지 제가 할게요.”라고 말하는 며느리에게 갓 결혼했을 땐 새색시니까 그냥 앉아있으라 했고, 아기를 가졌을 땐 피곤할 테니 그냥 있으라 했으며 손녀, 손자가 생긴 후에는 당연히 아기를 봐야 하니 일을 시키지 않았다.

큰 일거리는 아니었으므로 필자가 일하는 동안 아들 내외가 소파에 앉아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필자 마음에 더 큰 기쁨을 주었다.

 

평생 그렇게 사이좋게 살아가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필자가 그렇게 며느리를 예뻐하는 마음이 전해져서인지 며느리도 ‘시’ 자가 들어가면 시금치도 싫다는 다른 며느리들과 달리 필자를 불편해하지 않는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남들이 아무리 딸과 며느리는 같을 수 없다고 말들을 해도 필자는 우리 며느리를 딸처럼 예뻐하며 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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