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을 맡은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다른 나라 선수들은 세계 상위급인 우리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찍은 동영상을 수없이 보면서 연구했는데 우리는 하위권 선수들 연구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분석하기로는 유도 경기 대회가 남자 5분, 여자 4분의 타임 제한 경기를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른다는 점이다. 분명히 우리 선수들이 기술은 우위인데도 어설프게 경기를 운영하다가 ‘지도’ 하나로 시간이 다 흘러 그대로 패배하는 일이 너무 많다.
우리 선수가 이긴 시합은 대부분 통쾌한 한 판 승이다. 그러나 우리 선수가 진 시합은 대부분 ‘지도’ 경고 따위의 어이없는 패배인 경우가 많다. ‘지도’ 경고가 아니더라도 ‘유효’나 ‘효과’를 뒤집을만한 효과적인 공격은 못하고 결정적인 한 방만 노리다가 타임 아웃이 되어 그대로 지는 경우도 많다. 한판으로 졌다면 할 말은 없다.
필자도 성장기에 유도를 꽤 오래 배운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승급 심사를 볼 때, 시간제한이 없었다. 기술을 걸어 절반이면 절반이 한 번 더 나오거나 한판승이 되어야 경기가 끝나는 식이었다. 시간제한이 없었다. 지금처럼 서로 상대방의 도복을 거머쥐는데 힘을 빼지도 않았다. 일단 둘이 붙잡을 것 다 붙잡고 시작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그 당시와는 많이 달라졌겠지만, 한국 선수들의 경기 방식을 보면 너무 뻣뻣하다. 흔히 “몸이 안 풀렸다”고 얘기하는데 경기의 흐름을 읽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선수들은 결정적인 기술이 아니면 유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게 뻣뻣하게 서 있다가 소극적인 경기를 한다고 ‘지도‘ 경고를 받는다. 그대로 시간이 다 흐르게 되면 ’지도‘ 경고 하나 때문에 지는 것이다. 키가 큰 선수가 뻣뻣하게 서 있으면 더 엉성해 보인다. 키가 작은 선수는 쉼 없이 상대방을 공격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상대방의 균형을 무너뜨려 기술도 걸리게 되는 것이다. 물론 되치기의 위험성은 있다. 큰 기술을 걸었다가 안 되더라도 연결동작을 구사해야 하는데 대범하게 손을 놓는 장면도 있었다. 큰 기술을 걸려고 했던 것이므로 안 통하면 그것으로 그치는 것이다.
우리 선수와 대적하는 다른 나라 선수들은 큰 기술 없이 부지런히 공격 해온다. 시간을 끌기 위한 ‘위장 공격’이라 하여 경고도 받지만, 반면에 우리 선수는 소극적인 경기를 한다 하여 ‘지도’ 경고를 받기 때문에 실보다 득이 크다. 우리는 잔기술은 경시하는 풍조가 있다. 잔기술 보다 업어치기 같은 한 판 승을 노린다. 이런 큰 기술은 상대방의 도복을 제대로 잡아야 가능한데 상대방이 잡도록 가만히 있지 않는다. 물론 야구 경기의 홈런처럼 한 방에 전세를 뒤집으면 통쾌하기는 하다. 그러나 큰 기술은 그리 쉽게 통하지 않는다.
우리 유도 대표 팀의 훈련 방식도 시간제한을 엄격히 두고 시간 활용하는 방식에 익숙해져야 한다. 체력 훈련에 더 해서 알아서 기술 훈련만 열심히 하다 보면 시간제한 방식에 둔감해질 수밖에 없다. 남자 5분, 여자 4분이라는 경기 시간은 극히 짧은 시간이다. 시간 활용도 작전의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중동축구가 ‘침대 축구’라 하여 이기고 있는 경기에서는 조금만 부딪쳐도 넘어져서 일어나지 않으면서 시간을 버는 작전을 말한다. 우리 선수들은 알면서도 그런 짓을 안 한다. 종목은 다르지만, 우리 스포츠맨십에서는 그렇게 경기하면 치사한 것으로 친다. 그러나 시간제한이 있는 경기에서는 적절히 시간을 보내는 방법도 필요하다. 온두라스 전에서 우리 선수들이 압도적인 공격력을 갖추고도 역습 한 방에 무너지고 고의적인 시간 지연 작전에 말려 그대로 패퇴했다. 안해도 될 불필요한 행동들로 인해서 온두라스 선수들이 '침대 축구'로 시간을 끌 빌미를 주었다. 올림픽정신에 어긋난다는 등 불평해봐야 승부는 이미 끝났다.
올림픽을 위하여 4년간 흘린 땀방울을 생각하면 두뇌플레이도 필요하다. 두뇌 플레이가 쇼맨십이다. 그동안 고생하고 노력한 것을 제대로 보상 받으려면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경기를 풀어 나가야 한다.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우리 선수들은 너무 점잖다. 듬직하지만, 우직하다. 쇼맨십도 작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