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도라지 꽃을 좋아한다. 꽃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꽃을 꼽으라면 아마 도라지 꽃을 꼽을 것이다. 도라지 꽃은 귀품이 있어 보이고 깔끔하다. 반듯한 성품과 바른 심성을 가진 모습이다. 흩뜨러져 보이지 않고 교활하거나 사악해 보이지도 않다. 과하거나 넘치지도 않아 보인다. 녹색의 바탕 위에 보라색을 띄고 피어난 귀공자이거나 청초한 여인상이다. 왠지 도라지 꽃을 보고 있으면 세상 근심이나 치열한 각박함도 부질없이 느껴진다. 있는 그대로의 참모습이 좋다.
시골 텃밭에는 도라지 밭이 있었다. 늘 그 장소에는 해마다 도라지 꽃이 피었다. 꽃이 필 적마다 필자는 도라지 줄기를 한 움큼 꺽어 책상 위 꽃병에 꽃아 두곤 했다. 환하게 활짝 핀 꽃도 있었지만 이제 막 피려 풍선처럼 자신의 몸을 부풀리는 봉오리도 있다. 크고 작은 봉오리들이 몸 풀 준비를 하는 것이다. 책상 위 꽃병엔 흰색과 보라색 꽃이 어우러져 화려한 장식을 하곤 했다. 창문을 열어 놓으면 들판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도라지 꽃의 흔들림이 좋았다.
도라지의 꽃말을 알게 된 것은 얼마 동안 세월이 흐른 뒤였다. “옛날 사랑하던 처녀와 청년이 있었는데 청년은 꼭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먼 중국으로 미래를 위하여 떠났다. 그러나 그 청년은 돌아오지 않았다, 처녀는 그를 기다리다 백발이 되어 죽게 되었는데 그곳에 도라지 꽃이 피게 되었다.” 라고 한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도라지 꽃이며 ‘영원한 사랑’이라는 꽃말이 붙여졌다.
도라지 꽃도 예쁘지만, 그 뿌리는 많은 영양소로 그득하다. 섬유질로 이루어져 위에 부담이 없으며 당질, 철분, 칼슘이 많고 사포닌이 함유되어 한방에서는 약재로도 쓰인다. 봄과 가을에 캐서 도라지 뿌리는 여러 조각으로 쪼개어 나물로 만들어 먹는다. 살짝 데 처서 싱겁게 먹거나 아니면 붉게 묻혀 날것으로 먹는다. 필자가 특히 좋아하는 것은 고추장 등에 붉게 묻혀 날로 먹는 것이다. 밥을 한 수저 뜨고 붉게 양념에 무친 도라지나물을 한 젓가락 먹으면 아삭아삭한 맛은 맛도 맛이지만 소리로도 먹는다. 그 씹히는 촉감도 그렇지만 입맛을 한층 북돋아 준다. 그래서 비슷한 부류의 연근, 우엉의 나물도 좋아한다, 어쨌든 도라지는 꽃과 뿌리 그 어느 것 하나 버릴 데가 없다
도라지 꽃은 한국적인 멋이 풍기는 꽃이다. 도도한 듯 당당하면서도 수줍은 듯 고운 자태를 뽑낸다. 한복 입은 여인의 모습처럼 멋스럽다. 그래서 나는 도라지 꽃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