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힐링시켜주는 것들

기사입력 2016-11-28 15:30 기사수정 2016-11-29 08:40

어느 누구도 부모님께 낳아달라고 해서 이 세상에 나온 사람은 없다. 요즘 금수저, 흙수저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누구나 살아내느라 고생이 많은 인생이다. 우리 세대는 모두 어릴 적 너나없이 어려운 시절을 살았다.

필자는 월급이 제 날짜에 나오는 교사의 딸로 유복하지는 못했어도 큰 어려움을 모르고 자랐다. 그런데 어느 해 친정아버지께서 갑작스럽게 퇴직을 하게 됐고 이후 사업을 하다가 몇 번 실패하면서 가정 형편이 어려워졌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벌수밖에 없었다.

이 시절 열심히 살았던 습관이 몸에 배었는지 결혼 후 아이가 아직 어렸을 때 동네 아줌마들과 정보를 나눈다는 핑계로 수다나 떨면서 편안하게 지내는 필자가 스스로 마음에 안 들고 용서도 안 됐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찾아다니면서 열심히 배웠고 개미같이 일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환갑의 나이가 됐다.

어떤 사람은 피곤하면 편도선이 붓는다. 어떤 사람은 입술이 부르튼다. 필자는 얼굴의 볼 부분이 아프고 전신이 피곤했다. 이때부터 나를 위한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피부관리숍에 가서 마사지를 꾸준히 받았다. 전신마사지까지는 안 해도 얼굴과 등 관리만 받아도 힐링이 된다. 그 시간에는 코까지 드르렁 골면서 잔다.

피부관리숍을 처음 찾아갔을 때 필자의 상황은 매우 안 좋았다. 남편의 병간호가 계속되는 상황이었고 아이들도 사춘기라서 대책 없이 속을 썩였다. 어느 날 심신이 다 지친 몸으로 피부관리숍을 찾아갔을 때 원장이 얼굴에 석고팩을 해줬는데 울음이 터져 나와 석고팩 아래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물론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은 눈물이었다. 그 뒤로도 소리 없이 운 날이 많았다. 그러나 천성이 낙천적이고 안 좋은 마음을 오래 품지 않는 성격이라 금세 잊어버린다.

또 하나 ‘나를 돌보는 시간’이 있다. 헤어 디자이너에게 머리를 맡기는 시간이다. 필자는 한가한 날을 잡아 퍼머, 커트, 염색, 헤어매니큐어, 크리닉퍼머를 한다. 이 중 하나 이상을 하고 나면 힐링이 된다. 누군가 필자의 머리를 만져주면 피로가 풀린다. 헤어숍을 들어갈 때와 달리 변신한 모습에 기분도 좋아진다. 단골 헤어숍에 갈 때는 특별히 많은 대화를 나눈 헤어 디자이너가 늘 필자의 안부를 물어준다. 이런저런 일상사를 얘기할 때마다 마음을 열고 응대해주는 헤어 디자이너의 리액션도 필자를 힐링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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