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Will You Be There?)

기사입력 2016-12-27 14:05 기사수정 2016-12-27 14:05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박미령 동년기자)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박미령 동년기자)
인간이 사는 우주는 시간과 공간이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히 교직(交織)되어 있다. 우주에 관해 잘 모를 때도 공간은 눈으로 볼 수 있으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지만, 시간은 잡히는 게 없어서 그런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아니 어쩌면 시간은 삶 그 자체라고 생각하다 보니 존재에서 떼어내 객관화하기가 어려웠다고 하는 편이 맞을지도 모른다.

‘시간여행’이라는 소재가 흥미로운 것은 숙명적이라고 생각했던 시간의 불가역성(不可逆性)에 대해 과학이 어느 정도 그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는 측면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오로지 상상력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이 아닐까 한다. 게다가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과거에 대해 후회하는 지점이 있고, 어느 날 문득 그때로 돌아가 과거를 고치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 않는가.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는 이런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다. 시간여행이 가지는 재미 때문에 이미 할리우드에서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졌는데 최근엔 우리나라에서도 <더 폰>이나 <시그널> 등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특히 이 영화는 프랑스의 이야기꾼 기욤 뮈소의 작품이 원작이라 화제가 되었다.

주인공 수현(김윤석)은 외과 의사로 캄보디아에서 의료봉사 활동 중 한 아이의 생명을 구하고 아이의 할아버지로부터 신비로운 알약 10개를 선물로 받는다. 호기심에 알약을 삼킨 수현은 순간 잠에 빠지고 깨어나니 30년 전 과거로 돌아간다. 1985년. 애인 연아(채서진)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과거의 수현(변요한)은 우연히 길에 쓰러진 자신의 미래와 조우한다.

그 후 수현은 10개의 알약의 힘을 빌려 부단히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과거의 자신을 만나 가슴에 맺힌 회한을 풀려 한다. 시간여행 영화들이 대개 그렇듯이 갈등은 늘 과거가 바뀌면 현재가 달라진다는 딜레마가 중심이 된다. 현재의 수현은 사랑했던 애인 연아를 지켜주고 싶지만, 그러면 현재 사랑하는 딸 수아(박혜수)가 사라진다.

이런 유의 고전으로 할리우드 영화 <백 투 더 퓨쳐(Back To The Future)>가 있다. 주인공이 부모가 헤어지지 않도록 애쓰는 장면이 재미있다. 감독(홍지영)도 이 영화에 대한 오마주로 마이클 J 폭스가 극 중에서 부른 노래를 O.S.T로 활용한다. 그러나 할리우드가 탄탄한 스토리와 과학적 개연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면 이 영화는 서사보다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따라간다.

홍지영 감독의 여성적 취향에 따라 감성적 멜로로 방향을 잡는 바람에 박진감은 떨어지지만, 연말의 로맨틱한 분위기에 그런대로 어울리는 영화라는 느낌이다. 인간은 살아온 과거에 늘 후회하는 존재이지만, 후회를 남긴 과거도 그것대로 의미가 있고 중요한 것은 지금 내 곁에 있는 것들이다. 정해진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후회하지 않을 미래를 향해 발을 내디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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