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걸 다 감사하는 생활

기사입력 2016-12-30 10:48 기사수정 2016-12-30 10:48

“갑자기 냉장고가 안 돌아가서 내부에 있는 모든 식품을 다 버리다시피 한 적이 있나요?”

주부라면 확 와 닿을 내용이다. 아침에 냉장고에서 시원한 음료를 꺼내 마시면서 오늘도 감사한 하루다.

호사다마라는 사자성어를 찾아본다.

好:좋을 호

事:일 사

多:많을 다

魔:마귀 마

좋은 일 있다면서 지인들에게 밥 사고 단체 카톡방에서 자랑하고 축하받고 그러던 분들이 얼마 안 있어 안 좋은 일이 생기기도 한다. 크게 축하받을 일 없어도 좋으니 이 평화로움이 오래오래 이어지기를 바란다.

바쁜 일정 때문에 하루 스케줄을 조절하며 살 때가 있었다. 요즘은 경기가 안 좋은 상황임을 온몸으로 느낀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감사한 마음이 더 커진다. 이런저런 일들이 잘 풀리지 않아 힘들었던 시절, 한참 지나서 생각하면 그때가 오히려 감사한 상황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것도 모르고 감사함을 느끼지 못한 날들이 후회스럽고 회계의 마음이 저절로 든다.

필자가 시니어분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날이면 첫마디로 하는 말이 있다.

“오늘 스스로 택시를 타고 오셨든, 전철을 이용하셨든, 걸어서 오셨든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오셨다면 감사해야 할 일입니다”라고 말씀드리고 강의를 시작한다.

일시적으로 다리를 다치셨거나 관절 상태가 안 좋으신 분들은 공감하고 또 동감할 것이다.

“이글을 읽는 여러분은 무서운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신의 존재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배우자가 무섭다는 농담도 나올 수 있다. 그 밖에 또 무엇을 무서워할까? 필자는 요즘 계단이 무섭다. 노트북과 무거운 카메라를 몇 년간 메고 다녔더니 슬슬 관절에 무리가 된 것이다. 자신의 다리로 어디든 갈 수 있다면 매우 감사한 일이다.

무거운 백팩을 메고 7호선 가파른 계단을 짧은 다리로 두세 계단씩 다다다다 하고 바삐 오르내리던 시절이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이제는 한 계단씩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도 힘들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한 지 꽤 됐다.

안경을 쓰고 정상 시력이 나온다면 그것도 감사한 일이다. 스스로 식사할 수 있고 옷 입고 일상생활이 가능한 것 그것도 감사한 일이다. 얼마 전 집 안의 전등을 모두 LED 등으로 바꿨다. 일하는 아내를 위해 전등을 달다 남편이 가정용 사다리에서 떨어져 갈비뼈에 살짝 금이 가서 기침도 잘 못하고 한 해 마무리를 혹독하게 보내고 있기에 매일 잘 켜져 있는 전등조차 감사하다. 별걸 다 감사하는 필자가 되어간다.

평화로운 일상, 특별한 일 없는 일상이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직접 내린 커피와 빵 한 조각 남편과 나눠 마시는 것에 감사하며 오늘도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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