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파주에 있는 한 카페를 갔다. 카페 이름이 아주 길었는데 완행열차라는 단어가 보였다. 급행으로 달려온 인생 이제는 천천히 완행열차로 가보자는 의미일게다. 완행이라는 말이 좋다. KTX 달리듯 삶이 달려가면 주변이 안 보인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없다. 풍경이 안 보이는 삶은 무미건조하다. 요즘은 관절이 안 좋은데도 두세 번 갈아타는 전철을 자주 이용한다. 더 많은 풍경을 보기 위해서다.
대중교통이 아닌 택시를 타고 이동하게 되는 날도 나만의 미션을 진행한다. 기사님께 양해를 구하고 녹음을 한다. 택시 안은 최고의 녹음실이다. 방음이 잘되어 아주 녹음이 잘 된다. 녹음이 되면 필자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올린다. 블로그에는 결혼한 아들 내외가 종종 들러 필자의 글과 영상에 비밀 댓글을 달아주곤 한다. 이전에는 글과 사진만 올렸는데 이제는 영상도 올린다. 영상을 올리다 보니 부모님 목소리와 얼굴이 담긴 영상을 왜 만들지 못했나 후회스러웠다. 영상을 올릴 때 사람들의 얼굴이 안 들어가더라도 필자의 목소리로 이런저런 설명을 한다. 아들을 비롯해 사랑하는 사람들이 먼 후일 필자의 블로그에 들어와 보게 될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자주 걷자. 걸으면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하늘이 어떻게 바뀌는가도 보고 꽃향기, 풀향기를 느껴보자. 천천히 걸어가면서 걸어가는 몸을 느끼고 그 몸이 보는 풍경을 느끼고 그 시간이 한 몸이 되는 것을 즐겨보자.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뭔가 남겨보자. 글이나 영상이든 뭐든 만들어보자. 오늘 이 길이, 이 풍경이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고 하루하루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