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너에서는 어디가나 흠 잡히는 일이 없는데 다른 사람을 통해서 매너를 모르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까칠하기로 소문 난 노인인데 오히려 듣는 사람이 화를 냈다는 것이다. 내가 싫으면 같이 안 치거나 안 나오면 되는데 굳이 찍어서 잘못을 지적하느냐고 했다는 것이다.
내 잘못이란 쵸크를 너무 많이 칠해서 쵸크 분가루가 날린다는 것이다. 물론 눈에 보이지도 않고 날릴 정도는 아니지만 기분 상 그렇게 보았다는 것이다. 당구 큐는 칠 때마다 쵸크 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자기는 1만원에 3000원 정도 하는 분 가루 안 날리는 쵸크를 사용하는데 200이나 치는 사람이 싸구려 당구장 쵸크를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개인 큐 얘기도 나왔다. 당구장 큐를 사용하다 보니 손질이 잘 안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중간에 휜 큐도 있어서 큐 미스가 자주 나면 부득이 큐를 바꾼다. 200이나 치는 사람이 개인 큐도 없이 당구를 친다는 것이다. 개인 큐는 종류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겠으나 대체로 무난한 것이 15만 원 정도 하는 모양이다. 프로들은 개인 큐도 종류별로 여러 개를 가지고 있고 마니아들도 요즘은 개인큐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나느 아직 개인큐를 꼭 가져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못난 목수가 연장 탓을 한다고 아무 당구장에서나 준비된 큐를 사용해서 치면 되는 것이지 개인 큐를 항상 가지고 다닐 수는 없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마음에 안 드는 이유는 필자가 당구를 너무 세게 친다는 것이다. 물론 살살 칠 때도 있고 세게 칠 때도 있다. 고점들은 4구 대신 3 쿠션을 치기 때문에 대회전 같은 겨우는 세게 친다. 그래야 수구가 한 바퀴 돌아 적구까지 가기 때문이다. 공끼리 중간에 부딪히는 키스를 빼기 위해 두껍게 치다 보면 수구의 힘이 줄어들기 때문에 세게 치는 경우도 많다. 늘 살살 치는 사람과 치다가 내가 세게 치니까 정신이 없다는 얘기였다.
한번은 당구를 다 치고 당구장 문을 나서는데 뒤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이 노인네가 필자를 부르는 소리였다. 당구를 다 쳤으면 공과 쵸크를 제자리에 갖다 두는 것이 매너인데 순간적으로 일반 당구장처럼 다 치고 그냥 나온 것이다. 물론 내가 잘못했다. 나라면 모르고 갔을 수도 있으니 대신 챙겨주었을 것이다. 공을 박스에 담아 카운터에 갖다 주는 일이므로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일단 잠시 깜빡했다며 실수를 인정하고 공을 담았다.
결정적인 이유는 이 노인네가 120 정도를 치는데 매번 나와 경기를 하면 압도적으로 진다는 사실이다. 져서 기분 좋은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종목이나 고점자가 이기는 확률이 높다.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영향을 거의 안 받는다. 당구에서는 승패는 병가지상사라서 져도 그만이다. 그런데 이 노인네는 나랑 경기할 때 여러 가지가 마음에 안 들기 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뜻하지 않게 적이 생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