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곳에 휴식처가

기사입력 2017-02-27 13:07 기사수정 2017-02-27 13:07

▲우리동네 가까운 곳의 휴식처 야산(양복희 동년기자)
▲우리동네 가까운 곳의 휴식처 야산(양복희 동년기자)
무거워진 몸으로 집을 나섰다. 퇴계원으로 이사온지 어느새 1년이 후딱 지나버렸다. 시골같은 마을이라 선택했고 어딘가 모르는 훈훈한 고향같아 터를 잡았다.

바로 집동네에 이렇게 좋은곳이 있었다. 자유롭게 달려있는 앙상한 가지들과 결코 쓸쓸하지 않다고 웃음짓는 계절의 적막함도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따스하게 녹아드는 겨울의 햇살은 온몸속으로 흠뻑 흘러들어왔다. 나즈막한 야산으로 등산길을 따라 남편과 함께 길을 나섰다. 거의 1년 만의 일이다. 뭐가 그리 또 바빴는지 아웅다웅 또 정신없이 달려왔다.

제멋대로 널려져있는 자연그대로의 길을 따라 명상을 즐기며 콧노래 장단 맞춰 산길로 향했다. 앙상해진 산등성이로 듬성듬성 누군가의 선조들 묘지가 보인다. 선친들을 모시려는 자손들의 정성이 마음에 와 닿는다. 유난히 깔끔하게 단장된 한곳이 눈에 들어와 발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모았다. 아주 최근에 모신 곳 같았다.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숙이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남편도 따라서 두손을 모으고 엄숙하게 고개를 숙였다.

언젠가는 우리 부부도 가야할 곳이다. 어디론가 남은 자손 들의 손에 의해 보이지 않는 곳으로 향할것이다. 그곳은 과연 어떤 곳일까? 갑자기 텅비고 가라앉은 마음에 인생을 느끼며 또 길을 향한다. 계절의 섭리에 숙연해진 자연은 그저 있는 그대로 아름답기만하다. 무거운 짐 다 벗어던져 앙상한 자태로 가난하기 그지없는 나무가지도 마냥 평화롭기만 하다. 자연의 고요한 삶에도 휴식기간이 필요한 모양이다.

다시 길을 떠나 정상으로 향했다. 구불구불 땅에서 올라오는 흙 향기를 맡으며 마치 인생 길만 같은 고갯길로 향했다. 그래, 여기 또 산이 있는것을, 저멀리 유명한 곳이 진정 산 인줄만 알았다. 그저 사람들이 많이 가는곳이 좋은 줄만 알았다. 그러나 오르고 내리고 아주 벅차지 않는 이곳이 우리부부에게는 딱맞는 아주 알맞은 휴식처 같은 곳이었다. 더구나 몸마름을 채워줄 약수터도 있었다. 그곳에는 허기진 빈통들이 사람들처럼 양식을 기다리며 옹기종기 줄지어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살아남기 위해 버티었던 지나간 시간들이 머리속을 휘감는다. 사람들은 늘 안정을 바라지만 또 혼란의 연속이었다. 저 아래 세상에서는 왜그리 복잡하게 살아야만 하는 것인지, 헛웃음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애매한 등산화 위로 애꿎은 화풀이를 해대며 어느새 정상으로 올랐다. 작은 두눈에 커다란 세상이 성큼 들어왔다. 두팔벌려 심호흡으로 가득해진 삶의 찌꺼기를 실컷 내뱉았다. 속이다 시원해진다. 어느새 신선한 공기가 가슴속깊이 채워와 머리 속까지 상큼해진다.

행복이 또 찾아 들어온다. 아주 가까운 곳, 바로 이곳에서도 느낄수 있는 소소한 행복은 여기저기 가득했다. 마음 먹기에 따라 우리 삶에도 쉬어갈수있는 휴식처가 바로 곁에 널려져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내일을 향해 어제도 아닌 오늘에 충실함은 대 만족이다. 다시 일상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곳곳에 삶의 향기가 한아름 만발했다.

그래, 사람이 느낄수 있다는 것도 커다란 감사함으로 그 자체가 휴식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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