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광고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집에서도 바깥에서도 눈만 돌리면 쉽게 광고를 보게 된다. 예전에는 TV를 보다가 프로그램 중간에 광고가 나오면 얼른 채널을 돌렸다가 광고가 끝날 즈음에 맞춰 다시 볼 정도로 광고를 싫어했다.
그러나 요즘 광고는 보는 재미도 있고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어 일부러 찾아보기도 한다. 광고이지만 영상이 수려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재미있고 흥미롭기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제품을 광고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표현한 광고들은 다 보고 난 후 ‘아~그 물건이구나’ 하며 감탄할 때도 있다.
광고에 나오는 모델들은 등급에 따라 출연료가 엄청나다고 한다. 유명 연예인은 광고 한 편에 수십억원을 받는다고 하니 우리 소시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상대적 박탈감도 느낄 수 있다. 모델료를 줄이고 상품 가격을 좀 낮추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광고주 측에서는 유명 연예인의 광고 덕분에 매출이 올라가니 모델료를 더 주고서라도 톱 연예인을 섭외할 것이다.
광고 내용도 기발하고 흥미로운 게 많아져서 광고 보는 시간이 그리 나쁘진 않지만 역시 과대광고가 문제다. 광고이니까 그러려니 생각하기도 하지만 어떨 땐 화도 난다. 빨래할 때 그 세제를 넣으면 백옥같이 세탁이 된다는 광고도 필자를 실망하게 했다. 와이셔츠 목 부분이나 소매 깃은 박박 문질러 애벌빨래를 하지 않으면 때가 안 빠진다. 그러나 과대광고는 마치 그 세제만 넣으며 모든 때가 빠지는 것처럼 과장해서 이야기한다. 그 세제를 넣기만 하면 ‘빨래 끝!~’이 아닌 것이다. 그 세제로 빨래한다 해도 변색된 빨랫감이 백옥이 되지 않는다는 걸 경험한 후 그 광고만 나오면 “에잇-거짓말 광고!” 하며 분개한다.
그러나 광고를 보면 그 상품에 관심이 가고 구매하고 싶은 생각이 드니 광고는 정말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날 한 광고가 필자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먹는 걸 좋아하는 필자는 그 CF를 보고 입맛을 다셨다. 유명 탤런트가 모 회사 제품인 햄버거를 소개하는 광고였는데 필자가 좋아하는 모차렐라 치즈가 주-욱 늘어져도 끊어지지 않았다.
아이가 어릴 때는 고기를 다지고 양파, 당근, 버섯 등 몸에 좋은 채소들을 듬뿍 넣어 반죽해 햄버거를 직접 만들었다. 이제는 번거롭게 집에서 만들지 않고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입맛대로 햄버거를 골라 간편하게 즐길 수 있어 그냥 사 먹고 만다. 그러나 그동안 햄버거를 많이 사 먹어봤어도 그 광고처럼 치즈가 길게 늘어지는 햄버거는 여태 먹어본 적이 없다. 정말 길게 죽죽 늘어질 정도로 치즈를 많이 넣는 걸까? 궁금했다.
혜화동에 연극을 보러 나갔다가 로터리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갔다. 정말 광고처럼 치즈가 늘어나는지 아니면 또 과대광고인지 알아보고 싶었다. 매장 안 곳곳에는 광고에 나왔던 탤런트 사진이 붙어 있었다. 필자는 그 광고에 나오는 햄버거 두 개를 주문해서 포장해 왔다. 그런데 매장에서 바로 먹었으면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집에 가져와 하나를 베어 먹었는데 광고 장면처럼 치즈가 늘어지지 않았다. 필자는 또 속았다며 매우 실망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집에 오는 동안 치즈가 식어서 늘어나지 않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 몫의 햄버거를 전자레인지에 넣어 데운 다음 먹어보았더니 광고만큼은 아니어도 조금 늘어나긴 했다. 그나마 심한 과대광고는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비자들이 광고를 보고 구매의욕을 일으키니 광고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 광고를 만드는 사람은 소비자를 현혹할 생각만 하지 말고 거짓이 없는 광고를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오늘 광고를 보고 산 햄버거는 절반의 성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