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밤에 시집 한권 읽어볼까

기사입력 2017-04-27 14:44 기사수정 2017-04-27 14:44

나이가 들면 사랑이라는 감정과 멀어지고 세상만사에 무뎌지는 줄 알았다. 부모님이 그랬고 주변 어르신들이 그렇게 보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죽는 날까지 아름답고 황홀한 감정을 간직한 채 건강한 심장으로 살기를 원한다는 걸 알게 됐다. 필자 또한 겉모습은 점점 나이 들어 변해가지만, 실핏줄처럼 번지는 봄 밤에 두근거림은 여전하다.

이런 날 읽으면 좋을 시집을 한권 골라보았다. <세기말 블루스>로 유명한 신현림 시인의 ‘시가 나를 안아준다’ 라는 시집이다.

유명 작가가 되었지만 전업작가의 길은 만만치 않았는지 신현림 시인은 밥벌이가 늘 걱정이었다. 열심히 책 내고 애 키우며 생존하기 바빴던 시인은, 한겨울 보일러가 터져 고생을 하기도 하고, 새로 낸 책이 좋은 반응을 얻어 봄날을 맞이한 요즘에도 이사 갈 전셋집을 보러 다니느라 바쁘다. 선인세 받은 빚을 갚기 위해 책을 써왔다는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는, 선불로 받은 원고료를 위해 소설을 팔아야 했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가 떠올랐다.

힘들어 본 사람이 힘든 사람의 마음을 알고, 아파 본 사람이 아픈 사람 어루만져줄 수 있다. 저자는 삶과의 치열한 전쟁을 치르면서 시가 주는 위로의 힘을 알게 된 것 같다. 시인은 삶에 지친 이들을 위해 베갯머리에서 읽으면 좋을 세계시 91편을 추렸다. 톨스토이부터 만해 한용운 선생과 정호승 시인, 이해인 수녀에 이르기까지, 시인이 추려 고른 시들은 힘든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준다. 필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세상이 너무나 빠른 속도로 돌아가고 그 속에서 쉴 새 없이 움직여도 형편은 여전하다. 내가 힘드니 옆 사람을 돌아볼 여유는 더더욱 없다. 눈 둘 곳 찾기 어려울 정도로 화려한 꽃이 피어나는 봄날엔 나만 덩그라니 홀로인 것 같아 외롭다. 그러나 인생은 끝없이 자기를 내려놓는 일이라니, 베갯머리에서 시집을 펴고 사랑에 대해, 삶에 대해, 행복에 대해 쓴 시를 읽으며 자신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봄 밤에 읽는 시 한 편이 꽃 보다 더 따뜻하고 아름다울 것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이대로 온종일 침대에 누워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잠시 그 갈망과 싸웠다창밖을 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나를 내려놓았다비 내리는 아침에나를 온전히 맡기기로이 삶을 다시 또 살게 될까?용서 못 할 실수들을똑같이 반복하게 될까?그렇다, 확률은 반반이다그렇다

레이먼 카버의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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