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상대가 누구인지 중요한 건 누구나 공감한다. 연인이거나 혈육이거나 부모 자식 간이거나 당연히 사랑하는 대상이다. 조금씩 다른 느낌이 있을 뿐이다.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라는 책을 펼치며 대뜸 제목부터 거부감이 들었다. 필자가 살아온 세상에서는 부모의 사랑 여부를 따져보거나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는 것에 의문을 갖는 일은 생각해본 적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시니어 세대에서는 말이다.
혹시나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자라나고 있는 어린아이들이나 요즘 젊은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개인주의적이고 물질만능주의의 현실에서 부모를 판단하는 기준 또한 변화한다는 사실을 주변 이야기나 기사를 통해 가끔 듣고 본다.
그러나 결국 이 세상에서 조건 없는 사랑으로 자신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사람은 오직 부모뿐이다. 특히 부모님을 떠나보낸 사람이라면 더욱 절절히 느끼는 부분이다. 필자는 연로하고 쇠약하여 아무리 거동을 하지 못해도 안방에 누워만 계시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이 또한 자식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생각일지도 모른다. 살아생전 마음껏 사랑하지 못하고 당연한 듯 사랑만 받고 또 요구하며 철없이 살아왔다. 이런 미안함을 안고 평생 살아가야 할 아픔만 남았다. 존재만으로도 삶의 중심을 굳건히 잡아주던 구심점이 사라진 허전함을 미리 알지 못한 우매함을 부질없이 탓해본다.
새삼 송강 정철의 시조가 절실하게 읽히는 오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