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으며

기사입력 2017-06-12 13:14 기사수정 2017-06-12 13:14

단체사진을 찍으면 그 사진 속에서 제일 주름이 많고 나이든 사람을 고르면 그게 바로 필자다. 나이가 제일 많아 그러려니 하면서도 왠지 모를 억울함이 있다. 거울에 비췬 모습보다 사진에서만 더 늙게 나오는 것 같아 속상한다. 예전에 나이든 사람들을 사진 찍으려하면 ‘늙은이 뭘 자꾸 찍으려 해’ 하고 손사래 치는 이유를 이제 알겠다.

 

한번은 동료들에게 ‘진짜 사진의 모습과 내 모습이 맞나? 사진 빨 잘 받는 사람이 있다는데 사진만 찍으면 이렇게 늙수그레하게 나오지’ 하고 푸념 반 억울함 반을 호소했다. 모여 있던 사람들이 웃으면서 ‘ 카메라가 왜 거짓말 합니까 보이는 그대로 찍히는 게 카메라죠.’ 요런 얌통머리 없고 앞뒤 꽉 막힌 말을 하는 밥 맛 없는 놈의 소리를 들은 적도 있다. 

 

눈치 빠른 놈은 내 기분을 알고 ‘사진을 자주 안 찍어서 그래요. 사진을 자주 찍으면 포즈도 제대로 잡아서 젊게 나오는데 어쩌다 한번 찍으면 나이든 사람은 실물보다 더 늙게 나와요.’ 어리벙벙하게 위로 같은 이유를 곁들여 설명해주는 고마운 놈도 있다.

 

예쁘게 나오는 것은 고사하고 두 눈의 크기가 같고 눈 밑에 지방덩어리라도 보기 싫지 않게 나왔으면 좋겠다. 주름살이라도 덜 깊게 파였으면 좋겠다. 더구나 술을 먹고 사진을 찍으면 더 나이 들어 보인다. 정신이 몽롱해지면 사진에 그대로 투영되어 영락없는 상늙은이다.

사진을 찍어보면 실물보다 더 예쁘게 나오는 사람이 있고 실물보다 잘 안 나오는 사람이 분명 있다. 얼굴이 작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사람이 예쁘게 나온다, 찍는 각도에 따라 예쁜 얼굴도 되고 못생긴 얼굴도 된다. 요즘 사진은 포토샵 기술이 발달되어 얼굴 교정도 가능하고 늙은이를 젊은이로 만들 수도 있다. 주름살도 다리미질하듯 펴준다.

 

전문 사진사가 찍은 사진은 역시 다르다. 웃을 때 입의 크기도 적당할 때 셔터를 누른다. 여러 장의 사진을 다각도로 찍어서 그중 나은 것을 선택하니 좋은 사진이 나오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구도와 배경을 잘 맞춘다. 그래서 사진을 종합 예술이라 한다. 여러 종류의 사진들을 보면서 필자가 사진에서만 더 늙게 나오는 것은 내 얼굴 탓이 아니라 완전히 사진사들의 얕은 사진 실력을 탓한다. 그러면 정신적으로 좀 위안이 된다. 

 

나이 들어 생기는 얼굴주름을 없애려고 보톡스 주사를 맞거나 얼굴 속에 실을 넣어 잡아당겨 걸어두는 리프팅 성형을 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마음에 아직 젊음의 열정이 있고 신체적으로 건강하기 때문이다. 웃으며 찍은 사진은 주름이 많이 잡힌 모습이지만 웃어서 생긴 주름은 보기에도 좋다.

 

 

사진 속의 주름살은 안타깝지만 세월의 훈장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하겠다. 그래도 주름진 얼굴을 감추려 선 그라스를 쓰고 싶다. 내면의 이중성이 사진 찍을 때마다 꿈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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