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을 춘지 30년이 다 되어 가기 때문에 또래나 후배들은 이미 지도자나 심사관을 하고 있거나 행정을 하는 위치에 있다. 그런데 그들 앞에서 춤을 추고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경력이 좀 되는 여자 파트너가 안 붙는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들은 그들대로 전문가로서의 길을 걸었고 직업으로 춤을 춘 사람들이다. 시간과 돈, 노력이 많이 투자되었다. 필자는 취미이자 운동으로 춤을 춘 것이므로 당연히 격이 다르다. 춤을 배울 때 선생들이 우리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나이가 어리다고 무시한 적은 없었다. 한번 선생은 영원한 선생인 것이다.
누군가가 필자에게 “현역으로 춤출 때가 가장 행복할 때입니다” 라고 부러워했다. 사실 그렇다. 파트너와 붙잡고 연습하고 대회장에 나가 파트너와 긴장을 즐기며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는 것, 다른 선수들과 경합한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댄스스포츠를 접한 사람들이 우리나라에도 수백만 명 될 것이다. 그 중에서도 초급, 중급, 상급 과정을 거쳐 대회까지 나간 사람은 극소수이다. 대부분 초급 과정을 마치면 그만 둔다. 그러니 끈질기게 한 우물을 판 것도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대회에 나가려면 어느 정도의 실력도 갖춰야 한다. 특히 모던댄스이든 라틴댄스이든 5종목은 해야 제대로 선수 대접을 받는다. 우리 나이 쯤 되면 대부분 모던댄스로 귀착한다. 왈츠, 탱고, 퀵스텝, 폭스트로트, 비에니즈 왈츠를 단 종목만 춰도 되고 5종목 선수는 다섯 가지 춤을 다 춰야 한다. 필자는 5종목 전문 선수이다.
경기 대회의 성적은 혼자 잘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파트너도 잘 해야 한다. 춤 잘 추는 파트너와 나가면 당연히 결과도 좋다. 그러나 같이 오래 연습한 고정 파트너가 없기 때문에 좋은 성적은 기대하기 어렵다. 성적이 나쁘게 나왔다고 해서 창피할 것도 없다. 성적을 아는 사람은 대회 관계자 및 가까운 사람들 정도이다. 그전에 좋은 파트너를 만났을 때 1등도 해봤고 우승 트로피도 집안 가득하므로 더 이상 욕심 낼 필요도 없다.
한참 댄스 연습을 하고 온몸이 땀으로 목욕을 한 정도가 되어 여럿이 식사를 하러 갔다. 지도자들은 식욕이 왕성한 필자를 부러워했다. 몸을 직접 움직여 운동을 제대로 했으므로 많이 먹을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네들은 운동을 안 했으므로 그렇게 먹으면 배만 나올 것이라며 주저했다. 자기네들은 춤을 직접 추다가 지도자로 돌아서면서 그만 둔지 오래되었고 이름이 나 있어 경기 대회에 나갈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남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덜 유명한 것이 좋은 것이다. 필자는 남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 성적이 안 좋더라도 경기를 즐기러 나온 것이지 1등을 하기 위해 나간 것은 아니므로 부담이 없다. 현재로서는 70세 정도까지 춤을 즐길 예정이지만, 파트너가 생긴다면 연장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