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 사랑의 묘약 ‘주책 사용법’

기사입력 2017-07-18 20:22 기사수정 2017-07-18 20:22

주책이란 말은 사전적 용어로 ‘일정하게 자리 잡힌 주장이나 판단력’을 의미한다. 나이가 들어 주책이 없다는 말은 이러한 냉철한 판단력이 없다는 뜻이다. “노인네가 주책없이! 남 보는 앞에서 뽀뽀한다”는 말은 남의 이목도 있는데 젊은 애들 앞에서 주책을 떠는 것이며 줏대 없이 되는 대로 하는 짓이라는 뜻도 된다. 물론 아낙네들의 애교 섞인 핀잔은 내심 싫지 않다는 정겨움이 담겨 있다.

조금은 허풍스러운 면도 있어야 사는 재미가 있다. 자로 잰 듯 반듯하게 사는 삶은 무미건조하기 십상이다. 특히 부부 사이에서는 가끔 주책스런 장난기가 발동해야 한다. 어렸을 적 시골에서 살았을 때 이웃집 중년 부부가 장난치는 모습은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아내가 마당 *수돗가에서 빨래를 하는데 남편이 지나가다 돌담 너머로 조그만 돌을 물통에 던져 물을 튀게 하고는 담장 밑으로 몸을 쏙! 숨기고 아내를 두리번거리게 만드는 모습이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그런가 하면 영화 *<임아 저 강을 건너지 마소>의 한 장면은 노년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눈을 *한주먹 뭉쳐 할머니에게 던지며 눈싸움을 하고 할머니는 그 복수를 반드시 할 거라며 비장한 각오를 한다. 그리고 할아버지 밥 잡수실 때 쌈에 소금이나 매운 고춧가루를 넣어 매운맛으로 복수를 한다. 또 익은 감자를 드시라고 먹여주며 *숫깜뗑이를 얼굴에 묻혀 복수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저절로 미소를 짓게 만든다. 부부는 가끔 이렇게 주책없이 살아야 자녀들이 나가버린 빈 둥지 같은 집에서 외롭지 않게 애틋한 정을 나눌 수 있다.

필자의 부부관계에서도 주책없음은 큰 위력을 발휘한다. 거실에서 부엌으로 오갈 때 아내의 엉덩이를 툭 치거나 쓰다듬어주면 밥 짓다 말고 기겁을 하며 ‘주책없다’며 핀잔을 준다. 그러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이다. 부부간의 애정은 값비싼 선물을 사줄 때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작은 스킨십을 하면서도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가끔은 자식들 앞에서 “오늘 된장찌개가 최고의 맛”이라며 기습 뽀뽀를 감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일에는 시집와줘서 고맙고 수고했다고 식구들이 보는 앞에서 등에 없고 거실을 한 바퀴 도는 것도 큰 선물이 될 것이다. 주책없음은 조금은 갑작스럽고 상식을 벗어난 행동이어야 제맛이 난다. 예측되는 행동이 아니라 전혀 예측되지 못한 것이어야 한다. 아내는 다리를 바둥거리며 내려놓으라며 난리를 필 것이다. 그러나 아내의 얼굴에 도는 화색을 감출 수 없다. 아직도 나를 이렇게 사랑하고 있구나 하며 감사해할 것이다.

생각해보면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시작한 신혼 초는 가난한 살림이었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산 비결은 이런 작은 주책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앞으로도 필자는 이 사랑의 묘약을 활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부부의 사랑의 묘약을 살짝 공개한다.

주책 사용법: 너무 과하지 않게,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 기습적으로 아내가 다리를 바둥거리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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