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려는 마음

기사입력 2017-07-31 11:11 기사수정 2017-07-31 11:11

돌아보니 남들과의 경쟁이 삶이었다. 학교에서는 성적을 놓고 학우들과 경쟁했다. 명문학교에 가려고 치르는 입학시험도 경쟁의 확대판이었다. 군대에서 선착순을 시키면 기합을 면하려고 기를 쓰고 달려 탈락자 대열에서 빠져야 했다. 취업도 승진도 경쟁이었다. 예쁘고 착하고 스펙 좋은 배우자를 얻는 것도 마찬가지다.

알게 모르게 경쟁하는 일도 많다. 학교에서 성적을 위한 경쟁은 의미가 약하다. 그 나이 때는 전력투구를 잘 모른다. 경쟁은 전력을 다했을 때 비로소 경쟁의 의미를 안다. 필자는 권투를 배울 때 만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을 배웠다. 사각의 링에 올라가 둘이 시합을 할 때는 전력을 다해야 한다. 전문 선수가 아니면 한 라운드 3분이라는 시간은 굉장히 길다. 전력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숨도 쉬어야 하고 체력도 받쳐줘야 하고 기술도 상대보다 나아야 한다. 그러나 맞지 않기 위해 초긴장을 하고 공격하다 보니 숨도 잘 쉬어지지 않고 양손을 다 쓰다 보면 어느새 숨이 가빠진다. 그러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남과 겨뤄 이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렇게 치열하게 치고받고 난 뒤 서로 포옹해주며 경기를 끝내는 것이다.

골프나 당구를 즐기면서도 내기를 하면 초긴장 상태로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많다. 상대방을 이겨야 한다는 승부욕과 돈을 잃지 않으려는 마음에 몸이 경직되기 때문에 끝나고 나면 탈진해서 뻗는다. 이기고 지는 것은 병가지상사로 여겨야 한다. 승부에 너무 연연해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내기에 지면 돈으로 메우면 된다. 어떤 경우라도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아야 한다.

마라톤 경기에서 일반인들이 무리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물론 빨리 뛰어야 남보다 나은 기록이 나오겠지만 목표보다는 목적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상위권 성적이나 기록보다는 건강이라는 목적 때문에 참가한 것이라면 말이다. 댄스 경기 같은 단체전에서도 다른 선수들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선수들이 있다. 경쟁 선수가 엔트리에 있으면 출전을 포기하거나 그 종목을 피해서 다른 종목으로 출전하는 것이다. 댄스가 직업인 프로선수가 아니라면 순위보다는 그냥 즐기면 된다. 댄스 경기에서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것은 파트너와의 친분과 교감이다.

사회적 관계도 마찬가지다. 남을 이겨야 내 존재가 부각되고 자존심을 살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두가 그럴 때 져주는 것이 오히려 이긴 것보다 나을 때가 많다. 이긴 사람은 우쭐해지고 기분이 좋겠지만, 경쟁에서 진 사람들이 좋은 감정을 갖지 않으니 적이 생긴다. 갈등이 생길 때 경쟁심을 풀고 상대를 동정적인 마음으로 대하니 얻는 것이 많다. 나이가 들면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더더욱 경쟁을 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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