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파트너를 대비하라고?

기사입력 2017-08-01 08:48 기사수정 2017-08-01 08:48

댄스 연습장에서 혼자 춤을 추려니 재미도 없고 해서 자리에 앉아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파트너와 연습하고 있던 지도자가 필자에게 “파트너가 나타나면 어쩌려고 그러느냐”며 열심히 하라고 했다. 미리 몸이 되어 있어야 춤도 멋지고 그래야 여자가 파트너하자고 제의해온다는 얘기였다.

댄스 시작한 지 30년인데 그럴 일은 없다. 그동안 그런 일은 없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없다고 단언하는 것이다. 경험상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춤을 제법 추는 여자들은 눈이 높다. 이런 남자 저런 남자 다 겪어봤으므로 어지간해서는 눈에 안 찬다. 필자가 눈에 들어올 리 없다.

일단 댄스 선수로는 키가 작은 편이다. 아무리 작은 여자도 키 큰 남자를 선호한다. 마음이 끌려야 파트너십도 잘되는 것이다. 물론 키가 작더라도 몸의 비율이 좋은 남자들이 있다. 필자는 성장기 때 유도를 했던 몸이라 날렵하지 않다. 체형이 두툼한 편이어서 몸 비율이 좋지 않은 것이다.

또 필자는 나이가 많다. 남자들도 그렇지만, 여자들도 나이 많은 사람보다는 젊은 사람을 좋아한다. 연하라도 상관없다. 젊은 남자가 귀하지만, 그래도 나이 든 남자는 눈에 안 들어온다.

이외 여자들이 남자를 보는 기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남자의 경제적 수준이다. 막대한 부모님 재산을 상속받아 부자라고 소문이 나 있거나 그럴듯한 외제 차 정도는 타고 다녀야 선망의 눈길을 보낸다. 전철이나 타고 다니는 사람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필자는 스탠더드 5종목을 다 소화하고 경기 경험도 많으므로 당장 프로 전향이 가능하다. 물론 성적은 기대할 바가 못 된다. 그러나 일단 프로로 출전하고 나면 둘 다 호칭이 ‘O프로’로 바뀐다. 그러나 필자는 프로 부문 출전을 고사한다. 일단 프로로 뛰려면 피나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다른 일이 많아 그럴 여건이 못 된다. 대회 때마다 심사위원들을 보면 모두 구면인데 필자가 프로 부문에 출전하면 서로 민망할 것이다. 프로가 되면 그동안 즐겨 뛰던 일반부, 장년부, 아마추어 부문에 다시 내려 갈 수도 없다는 점도 걸린다.

파트너를 만들려면 여자가 초보 때부터 눈독을 들여 가르쳐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러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잘 추게 되었을 때도 그대로 파트너로 남아줄지 확실치 않다. 여자가 잘 추게 되면 갑과 을이 바뀐다. 그때쯤이면 선택은 여자에게 달려 있다.

바람직한 파트너십은 주변 사람들의 추천이 바람직하다. 파티나 학원에서 춤추는 것을 보고 첫눈에 반해 파트너하자고 제의하는 모습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설사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서로의 인성이 맞아야 한다. 연습할 수 있는 시간, 춤에 대한 열정, 배우자 관계 등도 중요하다. 부부는 법적으로 묶여 있고 슬하에 자녀도 있으니 구속력이 있지만, 댄스 판의 파트너는 그런 구속력이 없으니 그야말로 언제 깨질지 모른다.

춤추는 남자이니 주변에 여자가 늘 있어 바람피울지 모른다고 지레 짐작하는 여자들도 많다. 렌트해서 외상으로 외제 차나 끌고 다닌다면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인으로 지난 30년을 잘 버틴 사람이 그럴 수는 없다. 파트너를 거느릴 마음의 여유나 준비도 안 되어 있다.

오늘도 적당히 땀 흘리고 운동 효과에 만족하면 된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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