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한 레슨, 그리고 경기 출전

기사입력 2017-08-17 20:24 기사수정 2017-08-17 20:24

8월 12일 ‘물맑은양평체육관’에서 열린 2017 장애인댄스스포츠선수권대회에 선수로 출전했다. 타임 테이블을 보니 필자가 출전할 비에니즈 왈츠 종목은 오후 1시였다. 그렇다면 아침에 느긋하게 출발해도 될 일이었다. 전날 내려가야 하는 먼 지방대회와는 달리 서울 근교 지방대회는 그래서 좋은 것이다.

이번 대회는 9월16일 전국체육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두 번 지방대회를 거쳐야 하는 자격 조건 때문에 출전한 것이다. 마침 서울 근교에서 벌어지는 경기라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가끔 양평을 지나면서 ‘물맑은양평체육관’을 보고 추억이 떠오를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집에서부터 지인이 차로 태워준다 하여 오전 9시에 출발했다. 전철로 1시간 반이니 자동차로는 한 시간 쯤 걸려 10시쯤 도착할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서하남 인터체인지에서 진입로를 놓쳐 한 바퀴 돌고 나니 20여분이 훌쩍 지났다. 다시 고속도로로 진입하여 양평 방향으로 가는데 하남 시에서 휴가 차량들이 꽉 막혀 꿈쩍도 안 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내비게이션이 도착시간을 11시 반 정도로 알려주고 있어 위안이 되었다. 경기 시간까지 여전히 여유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차로가 팔당대교를 건넌 이후에도 계속 막혀 자칫 경기 시간 전에 도착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샛길로 빠져 차라리 전철을 탈까 생각도 해봤으나 그것도 실행하기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냥 하염없이 밀리는 도로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부실하게 먹은 아침 식사에 배도 고프고 해서 길가에서 파는 술 빵, 옥수수로 배를 채웠다.

그러나 다행히 자동차는 11시 45분쯤에 체육관에 도착했다. 경기는 한창 진행 중이었고 시각장애인 파트너가 와 있었다. 곧바로 점심 식사를 마치고 파트너에게 비에니즈 왈츠 추는 방법을 가르쳤다. 한 번도 홀드해서 같이 춰보지 못했다. 그러나 연습 때 다른 파트너와 같이 추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파트너의 문제점을 바로 지적하여 교정할 수 있었다. 먼저 그대로 춰 봤는데 역시 무릎이 부딪히고 파트너의 스텝이 꼬이고 있었다. 앞꿈치로만 추고 있는 것도 문제였다. 그것은 비에니즈 왈츠의 박자를 123 223 방식으로 정박자를 사용하기 때문이었다. 경기에서는 1~23, 2~23 방식으로 싱코페이션으로 해야 춤이 뜨지 않고 안정적으로 출수 있는 것이다. 왼쪽으로 도는 리비스 턴이 잘 안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어 4번으로 최소화 했다. 다만 스텝이 꼬여 넘어지는 불상사를 막으려면 박자를 놓치더라도 그 부분에서는 침착하게 스텝을 하라고 했다. 그리고 초보자들이 흔히 범하는 히프가 뒤로 빠지는 것은 벨트라인을 서로 붙여주라고 했다. 어깨 내리고 고개를 뒤로 젖히는 자세에 대해서도 코치했다. 그렇게 말로 하는 레슨이 끝났다.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고 파트너는 그대로 잘 따라 줬다. 가장 걱정했던 스텝 꼬임으로 플로어에서 넘어지는 불상사는 면했다. 파트너도 연습만 조금 더 하면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평소 연습 한번 같이 안하고 말로만 레슨 코치를 하고 시합에 임한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파트너가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서 본 경험이 있어 떨지 않고 제대로 춤을 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경기 시간 1분 30초를 위해서 모두 땀을 흘렸다. 그리고 차 밀리는 양평까지 가서 대회를 치렀다. 무난히 경기를 소화해서 만족스러웠다. 파트너가 “선생님만 믿고 따라 가겠다”고 한 것이 앞으로 연습에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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