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주인공은 신랑과 신부다

기사입력 2017-09-12 10:47 기사수정 2017-09-12 10:48

“요즘 어때?”

“설렘을 잃어버렸어.”

결혼을 앞둔 딸의 기분을 묻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둘이 마음을 맞춰 원하는 방향으로 잘 진행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결정에 앞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너무 많아 쉽지 않다고 했다. 게다가 이직하랴, 방 구하랴, 이사하랴 쉴 사이가 없었으니 힘들기도 했을 것이다.

결혼하겠다는 말을 처음 꺼냈을 때 당당하고 빛나던 딸의 눈동자를 기억한다. 자신들의 능력에 맞게 작고 소박한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흥분하던 아이. 작지만 화사하고 아름다운 공간에서 겉치레 없이 알찬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는 꿈은 하우스 웨딩을 진행하는 몇몇 업체를 돌아보고 금방 무너졌다. 결혼식을 소박하고 검소하게 치를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객을 적게 초대하더라도 하우스 대관 비용이나 꽃값, 식대 등이 유진이와 재용이가 꿈꾸는 소박한 결혼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게다가 현실적으로도 작은 결혼식은 쉽지 않았다. 친구, 동창, 직장동료에 교회 친구, 어느 선까지 결혼식에 초대해야 할지 그리고 양가 부모님이 초대할 하객까지 고려하면 작은 결혼식을 고집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들이 다니는 교회에서도 식을 올릴 수 없게 되어 결국 예식홀에서 결혼식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예식장 정하는 게 힘들다고 하소연하던 아이들은 전셋집을 구하면서 더 커다란 장벽에 부딪혔다. 저축과 대출까지 모두 합해도 자신들이 동원할 수 있는 돈으로는 집을 구할 수 없었다. 게다가 본격적으로 결혼 준비에 들어가니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 이외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욕심내고 싶은 것에 집중하고 나머지 것은 최소화하여 자신들만의 스타일대로 끌고 나가려다 양가 부모님의 의사에 반할 수 없는 여러 문제에 부딪히기도 했다. 최근 자유롭고 개성 있는 결혼식을 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결혼 당사자들의 의견이 반영된 결혼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듯 보이지만 막상 자식의 결혼을 지켜보자니 넘어야 할 산이 첩첩산중이었다. 결혼이라는 인륜지대사를 치르면서 신랑과 신부의 특별한 날을 지켜주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결혼이란 개인 간의 결합이기에 앞서 양쪽 집안의 결합이라는 의식이 아직까지는 지배적이다. 하지만 결혼의 주인공은 신랑과 신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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