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은 흐르는 물과 같다

기사입력 2017-12-20 21:00 기사수정 2017-12-20 21:00

[동년기자 페이지] 벗에 대하여…

필자에게는 지금도 잊지 못하는 옛 친구가 한 명 있다. 이 친구를 생각하면 늘 그립고 마음이 아프다. 학창 시절에 매일 붙어 다니던 다섯 명의 친구 중 하나다. 얼굴도 예쁘고, 키도 크고,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성격 좋은 친구였다.

그 시절 이 친구를 따라다니던, 한동네에 살던 남학생이 있었다. 선비 같은 생김새에 공부도 잘하고 얌전한 문학소년이었다. 둘은 서로 좋아했고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을 하자마자 결혼해서 잘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필자의 친구가 사라져버렸다. 남편은 한동안 매일같이 친구를 찾아다녔다. 친구를 봤다는 사람이 있으면 당장 달려가 보곤 했으나 지금까지 친구의 행방은 묘연하다.

그 후 모임이 있을 때마다 학창 시절 함께 몰려다니던 친구들은 행방불명이 된 친구의 안부를 걱정했다. 그리고 그리움과 아픈 마음을 어찌하지 못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시울을 붉히곤 했다.

젊은 시절의 친구와 나이 들어 만나는 친구는 좀 다른 것 같다. 젊은 시절엔,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가 좋았다. 비록 잘못을 해도 편을 들어주고, 맞장구도 쳐주고, 같이 욕도 해주고 흉을 봐주는, 당장 위로가 되는 친구가 편했다. 그것이 자신의 두 눈과 귀를 가리는 ‘독’이 되는 관계인 줄은 나이가 들어서 겨우 깨달았다.

나이 든 지금은, 옛 친구들보다 시니어센터에서 함께 교육을 받는 교육생들과 더 가깝게 지낸다. 그들과 같은 곳을 바라보고 미래를 꿈꾸는 삶이 즐겁고 행복하다.

교육이 끝나면 동아리를 만들어 관계를 더 이어간다. 이들과는 품격을 떨어뜨리는, 남 흉보기를 하지 않아서, 또 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

최근 시니어센터에서 아주 특별한 친구를 한 명 만났다. 얼굴도 예쁘고, 피부도 하얗고, 키도 크고, 늘씬한 몸매를 가진 친구다. 마음은 또 얼마나 너그러운지 모른다. 겸손하고 인내심도 많다. 시니어 모델이라 옷도 세련되게 입고 다닌다. 외모만큼 말솜씨도 뛰어나고 목소리도 매력적이다. 마치 신의 축복을 한 몸에 받은 듯한 친구다.

그런데 이 친구가 필자를 처음 만난 날부터 동갑이니 친구를 하자며 다가왔다. 어느 누가 마다하겠는가! 냉큼 그러자고 했다. 유머감각도 좋아 몇 시간을 함께 앉아 대화를 나눠도 지루하기는커녕 헤어질 때면 늘 아쉽다.

친구의 얼굴엔 언제나 웃음꽃이 활짝 펴 있다. 말수가 적은 필자의 얼굴에도 덩달아 웃음꽃이 핀다. 붙어 다닌 지 벌써 6개월째, 참으로 즐겁고 행복하다.

필자가 요즘 이 새로운 친구에게 푸욱 빠져 지내지만, 우정도 알고 보면 흐르는 물과 같아서 언젠가는 헤어질 시간이 반드시 올 것이다. 어차피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니까.

언젠가 헤어진다 해도 안타까울 것은 없다. 그때가 오면 이 친구와의 아름다운 추억을 고이접어 가슴속에 묻어두고 이따금씩 꺼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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