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글자 수가 점점 늘어간다

기사입력 2018-01-09 15:55 기사수정 2018-01-09 15:55

나이가 들어가면서 기억력의 한계를 자주 느낀다. 이를 보완하는 최선의 방법은 끝임 없이 기억을 되살리는 방법을 쓸 수밖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별도의 메모장을 들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휴대폰 바탕에 깔려 있는 일정표 앱의 간단한 메모기능을 이용한다. 참 편리하고 효과도 좋다.

    

그런데 점점 메모 글자 수가 늘어간다. 짧게 적다 보면 무슨 내용인지 몰라 한참을 생각하는 일도 생긴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오늘 일정에 ‘6시부터 공연 시작’이라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안타깝게도 어디서 하는 무슨 공연인지 통 생각이 나질 않았다. 

    

몇 년 전만 해도 ‘6시 모임’, ‘11시 반 서울역’ 이 정도만 써둬도 나머지는 기억력을 동원해 알아차리고 척척 준비도 하고 진행도 했다. 요즘은 부족하다. 가끔 중요하지 않은 모임을 ‘6시모임’이라고만 기재해두면 6시에 무슨 모임을 어디서 하는지 가물가물하기 때문이다. 11시 반에 대곡역에서 누구를 만나기로 한 것 같기는 한데 누구를 만나는지 모를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카톡이나 문자 메시지에서 서로주고 받은 단서를 확인한 후에야 알아차린다. 그런데 오늘 6시 공연은 카톡이나 문자, 이메일을 다 뒤져봐도 아무 단서가 없다. 임박해서 주최 측에서 한 번 더 연락을 주기만 기다렸다. 

    

젊은 시절에는 이보다 더 짧게 메모를 했다. 예를 들어 학교 가는 날은 ‘학간’ 이렇게만 써두어도 문제없었다. 남들이 봐도 통 모를 암호 같은 메모를 필자는 즐겨 사용했다. 학생 때는 커닝 페이퍼도 만들었다. 커닝 페이퍼는 글자도 작아야 하지만 글자 수도 가능한 줄여야 한다. 예를 들어 ‘00에 대해 설명하라’는 문제의 답이 100여 글자로 구성되어야 하는 문장이라 하더라도 핵심적인 다섯 글자 이내로 만들어야 커닝 페이퍼로서 숨기기도 쉽고 순간적으로 커닝하기도 쉽다. 이때 다섯 글자는 전체 문장을 불러오는 열쇠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다섯 글자는커녕 스무 글자는 되어야 기억이 가능할 것 같다.

    

예전 같으면 ‘6시’라고만 써놔도 누구랑 어디서 만나기로 한 약속이라는 것을 알았을 텐데 이제는 ‘6시 공연’이라고 써야 6시에 공연을 보기로 한 약속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오늘 당해보니 이 정도로도 부족하다, ‘6시 000 공연’이라고 몇 자 더 적어야겠다.

    

기억력의 부족을 메모라는 기능으로 보완해나갈 수 있지만 갑자기 닥치는 일에 속수무책인 경우도 많다. 정신이 아주 말짱한 87세의 할아버지이지만 가끔 손자 이름이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다고 한다. 어느 날 아들과 함께 들이닥친 손자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이름을 부르지 못하고 “그래 너도 왔구나!”라고만 말했다고 애석해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공감했다.

    

노화로 인한 기억력의 퇴화는 어쩔 수가 없다. 기억력 퇴화와 치매는 서로 다르다는 사실에 그나마 위안을 얻는다. 기억력 보완을 위해 메모의 글자 숫자를 늘려간다. 손가락과  입 운동을 통해 뇌세포를 끝임 없이 자극해 활성화하려고 노력한다. 월간잡지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찬찬히 읽고 느끼고 감동하며 뇌를 쌩쌩 돌아가게 한다. 매사에 웃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틈틈이 글쓰기를 하면서 기억력을 붙들어두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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