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따라 부르기 곤란한 노래들

기사입력 2018-01-12 10:52 기사수정 2018-01-12 10:52

10년이 넘은 노래 교실이 최근 시들해졌다. 회원들은 그대로이다. 모두 10년 넘은 고참들인 것이다. 나이도 60대 전, 후반이다. 그런데 배울만한 노래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의 노래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아이돌 노래 위주라서 나이 든 사람들이 따라 부르기 어렵다. 빠른 랩이 등장하는 노래도 많다. 굳이 하려면 따라 할 수는 있겠지만, 나이에 어울리지도 않을 뿐 더러 정서에도 안 맞는 것이다.

노래 교실 회원들이 좋아하는 노래들은 발라드 곡들이다. 신승훈, 이승철, 이은미, 김범수, 박강성, 김광석, 부활 노래들이 가장 인기가 높다. 템포도 적당하고 정서에도 잘 맞는다. 그런데 요즘은 발라드 곡이나 발라드를 부르는 가수들이 많지 않다. 아이돌 곡 위주이다 보니 활동 무대가 줄어든 것이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 드라마 OST들이다. 스토리가 있고 배경음악으로 쓰이다 보니 노래가 잔잔하다.

그러다 보니 최근 몇 년 동안은 옛날 대중가요를 주로 복습해서 배웠다. 새로 배우는 노래에 비해 호기심이나 신선감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보통 한 주에 신곡 한두 개를 배우는데 복습 곡이다 보니 여러 곡을 할 수 있어 진도는 빠른 편이다.

한국 대중가요의 한 축은 트로트 곡들인데 대부분 노래가 비슷하다. 노래교실 회원들도 트로트를 배우기는 하지만 한 두 번 따라 부르면 외워질 정도로 곡조가 비슷하다. ‘안동역 앞에서’, ‘무조건’ 같은 트로트는 그래도 워낙 인기가 높아 국민가요 대우를 받는다.

노래 교실 강사가 개인 적인 일로 몇 주간 자리를 비웠다. 그 사이에 40대 다른 강사들이 자리를 메웠다. 그런데 노래가 완전히 딴 판이었다 최신곡인데 도무지 정서에 맞지 않는 것이다.

‘하트 하트’라는 노래가 있다. 조은새 노래인데 후렴구가 중독성이 있다. “콩닥콩닥 가슴이 터질 것 같아요, 정말 정말 이러다가 미칠 것 같아요. 오늘밤 그대 살랑살랑 내게로 오세요. 내 마음 다 드릴게요. 하트 하트 하트 핫 나에게만 사랑을 주세요.... 그대 오 오늘밤은 가지 마요” 남녀의 사랑 얘기이다. ‘하트 하트 하트 핫’에서는 율동까지 하란다. 이 노래를 부르면 옆 테이블에서 술 몇 병이 공짜로 건네져 온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그냥 넘어 갔다.

‘따르릉’이라는 노래가 있다. 개그맨 김영철이 부른 노래이다 ‘따르릉’은 전화 벨 소리란다. 가사 중에는 “ 이런 놈 저런 놈 다 만나놓고 내 탓을 하지마”, 후렴구로 “오빠야 오빠 오빠야 네 오빠야”가 역시 중독성 있다. 단순히 가사를 읊으면 되는 노래가 아니라 부분적으로 장난기 있게 불러야 한다.

노래 교실 회원 중에는 교장 선생님들이 몇 명 있다. 새로 온 강사는 신나는 노래인데 너무 경직되게 노래 부른다며 어깨도 들먹이며 몸을 흔들라는 것이다. 드디어 폭발했다. “도저히 못하겠어요!”라는 반발이 나왔다. 더 이상 외부 강사는 사양하겠다, 또는 노래 교실을 그만 두겠다는 사람들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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